
저금리 등으로 사상 최악의 위기상황을 맞은 보험사들이 구원투수로 ‘구관(舊官)’을 선택했다. 이로 인해 보험업계를 호령하던 ‘영광의 얼굴’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다.
◇ 원명수 前 메리츠 부회장 ‘원대복귀’
최근 보험업계에 따르면 원명수 전 메리츠화재보험 대표이사 부회장이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으로 복귀한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원 전 부회장을 사내 이사로 선임하기로 했다. 원 부회장은 주주총회를 거친 뒤 오는 4월부터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을 맡을 예정이다.
지난 2011년 메리츠화재 부회장직에서 물러난 지 1년 반 만의 금의환향이다. 원 전 부회장은 2010년 실손의료보험 불완전판매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 경고를 받은 뒤 임기가 만료되던 2011년 6월 회사를 떠났다.
그 뒤부터는 계열사인 메리츠금융정보서비스와 메리츠비니지스 이사로 몸을 낮춘 채 와신상담의 세월을 보냈다.
원 부회장은 메리츠화재의 전성기를 연 인물로 평가받는다. 1947년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델라웨어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한빛은행 상무이사, 서울은행 부행장을 거친 뒤 삼성화재 전무를 맡으면서 보험업에 투신했다. 이후 PCA생명 전무를 거쳐 메리츠로 옮겨왔다.
보험업계는 원 부회장이 지난 2005년 동양화재를 메리츠화재로 재탄생시킨 것은 물론, 지난 2011년 닻을 올린 메리츠금융지주의 설립에도 깊숙이 관여하는 등 메리츠 금융그룹의 기반을 닦은 것으로 평가한다.
◇ 현대해상 ‘레전드’ 이철영 사장 컴백
현대해상화재의 ‘레전드(Legend)’ 이철영 사장도 컴백했다.
현대해상은 지난 4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 임기 만료로 물러난 서태창 대표 후임으로 이철영 전 사장과 박찬종 부사장을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공교롭게도 메리츠화재의 원 부회장이 이사로 복귀하던 날 이철영 사장 역시 친정에 돌아왔다.
이 사장의 귀환은 여러 면에서 보험업계의 관심을 모은다. 우선 이 사장은 한 차례 물러났던 대표이사가 3년 만에 같은 자리로 돌아온 보기 드문 사례다. 메리츠 원 부회장도 지주사 CEO로 직급을 높여 복귀했다.
현대해상이 이 사장의 복귀와 동시에 3년 전 폐지했던 공동대표제를 부활시켰다는 점도 주목된다. 현대해상은 이철영 사장이 처음 대표이사에 오르던 2007년 2월 서태창 전 사장에게 공동대표를 맡겨 ‘견제와 균형’을 추구했다. 이후 2010년 2월 이 사장이 5개 자회사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자 공동대표제 역시 용도폐기 한 바 있다.
이철영 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76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 1986년 현대해상으로 옮겨왔다. 자동차보험본부, 재경본부, 경영기획부문을 거친 뒤 2007년부터 3년간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10년부터 최근까지는 현대C&R 등 현대해상의 5개 자회사의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해왔다.
이 사장과 함께 공동대표에 선임된 박찬종 부사장은 1977년 서울대 불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현대건설과 현대전자(現 SK하이닉스)를 거쳐 2003년 현대해상에 합류해 기업보험부문과 경영지원부문을 맡아왔다.
이철영 사장은 회사 전체 업무를 총괄하며, 박찬종 부사장은 기업보험부문과 경영지원부문을 맡게 된다.
◇ 푸르덴셜 황우진 前 사장 복귀설도
푸르덴셜생명의 황우진 전 사장이 돌아올 것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황 전 사장은 지난 2005년 한국 푸르덴셜 사장에 올라 회사를 이끌다 지난 2010년 푸르덴셜그룹 남미 사업 총괄을 맡으면서 해외로 떠난 바 있다.
보험업계서는 황 전 사장이 남미지역에서 거둔 실적을 바탕으로 한국 복귀를 지원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 소식은 올해 손병옥 현 푸르덴셜 사장의 임기가 만료된다는 사실과 맞물리면서 황 전 사장의 복귀설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이에 대해 푸르덴셜생명 관계자는 “황 전 사장이 최근 개인적인 일로 한국을 방문했지만 한국 푸르덴셜 복귀와는 무관하다”면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복귀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설명했다.
◇ “위기일수록 ‘구관이 명관’”?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보험사 관계자들은 성장기를 이끈 CEO들에 대한 오너들의 신뢰와 업계의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메리츠와 현대해상의 경우 오너체제가 확고한 회사”라면서 “보험산업의 붐업(Boom Up)을 주도한 인물들을 재기용해 위기를 타파하려는 오너들의 의지와 신뢰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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