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준혁 / 기사승인 : 2012-04-09 11:00:31
  • -
  • +
  • 인쇄
정책선거 묻히고 공약 실현 가능성 불투명

[토요경제 = 이준혁 기자] 이번 총선은 정책선거에서 멀어졌다. 정책이 선거의 쟁점ㆍ이슈로 형성되지 못하고 여야 모두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공약에 서로 비판만을 일삼았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 모두 공천은 실패작이다. 공천과정을 지켜본 유권자들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공천 결과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야권연대는 이뤄졌으나 파열음이 심했다. 총선이 초를 다투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검찰은 한명숙 대표 측근 ‘공천 뒷돈’ 사건과 ‘민간인 사찰’ 수사에 집중했다. ‘민간인 사찰’은 이번 총선에 최대의 악재로 떠올라 여야 모두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한편 역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을 살펴보면 지난 18대 국회가 46.1%로 역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19대 총선에서도 어김없이 상호비방과 고발이 난무했고 선거운동 개시와 동시에 선거벽보ㆍ현수막훼손, 유인물살포 등은 18대 총선 보다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19대 국회는 이념적 대립과 갈등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흘러나왔다. 과연 19대 국회는 좌초되지 않고 순항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책이 선거 쟁점ㆍ이슈로 형성되지 못해”
이처럼 여야가 이번 총선 정책공약에 있어 다소 다른 전략을 펴고 있는 만큼, 유권자들은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줄지 여부도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각 당이 기존에 갖고 있던 노선을 고려하면, 이번에 내놓은 여야의 정책들 상당부분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마찬가지로 정치권에서도 여당의 경우 야당의 정책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하고 있고, 야당 역시 여당이 기존에 유지하던 것과는 달리 다소 급진적인 정책을 내놨다는 점을 들어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던 야당의 공약을 베꼈다”고 비판하고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우선 “원래 전망하기에 이번 총선은 국가의 방향, 노선이나 복지정책, 경제민주화 등을 쟁점으로 해 여야 간 극명한 차이를 보여 최초로 정책선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며 “그러나 지난해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이후 복지, 경제민주화에 대한 여야의 차별성이 사라지면서 정책이 선거 쟁점, 이슈로 형성되지 못하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또 여야가 각각 다른 정책 전략을 편 데 대해서는 “여당의 공약이 우월했다는 점이 아니라, 정책을 쟁점화하는 것을 막음으로 인해 여당이 지지층 추가 확보의 장애물을 차단했다는 측면에서는 선거전략상 일종의 성공을 거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전문위원은 이어 “여당은 야당에 대해 ‘과도한 포퓰리즘’이라고 하고, 야당은 ‘여당이 최근에 입장을 바꿨기 때문에 진정성이 없다’고 공방만 한다”며 “실현 가능성 여부 등에 대한 논의 자체가 이뤄지기 어려운 면이 크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당은 뚜렷한 대선후보가 있는 상황인 만큼 총선이 대선의 전초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약이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며 “야당은 대선후보가 없기 때문에 ‘과거 이런 정책이 잘못됐으니 이렇게 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공약을 내세우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야권에게 유리한 구도가 형성됐을 때에는 그런(적극적인 정책공약) 방식이 성공적일 수 있다”면서 “이념구도가 정착되거나, 이번 ‘김용민 발언’ 논란 등으로 야당이 끌려가는 구도가 되면 정책공약이 먹혀들 소지가 적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인 불법 사찰’과 ‘김용민 발언’ 중 어느 사안이 더 크게 느껴지느냐에 따라 구도가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또 공약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공약이 현실적이냐, 아니냐의 여부는 재원 마련이 되느냐, 안되느냐의 부분”이라며 “재원 마련 측면에서는 여야 모두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평가했다.


▲ 19대 국회


◇“총선 이기는 당이 대선 승리” 45%…KBS 여론조사
4ㆍ11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올 연말 대선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본다는 의견이 44.6%를 차지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KBS가 지난 3일 여론조사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4.6%가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반대로 ‘견제심리 때문에 오히려 패배할 것’이라고 응답한 경우는 9.1%에 불과했다. 또 ‘총선과 대선이 관계없다’고 생각한 응답자는 37.1%를 차지했다.


차기 대선 후보군의 다자 대결에서는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39.3%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21.3%),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12.8%)보다 앞섰다.


박 위원장과 안 원장의 양자 가상대결에서는 각각 46.1%, 47.3%로 오히려 안 원장이 오차범위 내에서 약간 앞섰다. 박 위원장과 문 상임고문의 양자 가상대결에서는 각각 55.8%, 35.6%로 박 위원장이 앞섰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응답률 18.1%)을 대상으로 유선전화와 휴대전화를 통해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상호비방ㆍ고발 구태 재연
4ㆍ11 총선 6일 전 일부 선거구에서는 공약을 토대로 한 정책선거가 아닌 상호 비방과 고발이 난무하는 선거로 치닫고 있는 등 구태가 재연됐다.


지난 5일 서울 동작을 선거구의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측은 민주통합당 이계안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정 후보측은 전날 있었던 선관위 주최 TV토론회에서 이계안 후보가 지난 2006년 10월13일에 있었던 국회 재경위의 이건희 삼성회장 등의 국회불출석에 대한 고발 안건 표결에서 회의에 참석 여부와 관련 허위사실을 말했다고 문제 삼았다.


정 후보측은 “이 후보는 재벌 개혁과 관련, 17대 국회의원 당시 우리 국회에서 삼성의 이건희 회장의 국회 불출석을 고발하는 표결에서 기권을 하지 않았는가”라고 질문에 대해 이 후보가 “사실 관계가 좀 다른 것 같다. 기권하는 것이 아니고 불참을 했다”고 대답한 부분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 이계안 후보도 전날 경쟁 상대인 정 후보를 고발했다. 이 후보는 현대중공업의 지상파 방송 광고와 라디오 광고를 뉴스 전후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내보낸 정 후보와 이재성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를 공직선거법상 단체의 선거운동금지와 유사기관 설치 금지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고발장에서 “이 대표이사는 정 후보 선거운동의 일환으로 정 후보가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의 광고를 뉴스 전후 시간대에 편성, 집중적으로 내보내 부당한 선거운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경기 시흥갑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백원우 후보는 이날 새누리당 함진규 후보를 허위사실 유포 및 후보자비방죄로 고발했다.


백 후보측은 함 후보가 지난달 22일 자신의 출마 기자회견 당시 기자들에게 배포한 출마선언문에서 '시흥의 국회의원이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살인마라고 욕을 해 시흥시민을 부끄럽게 했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백 후보측은 지난 2008년 5월 28일 거행된 고(故) 노무현대통령 영결식 당시 헌화를 하는 이명박대통령을 향해 ‘이명박 여기가 어디라고’ 발언했을 뿐 살인마라고 욕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해명했다.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무소속 강용석 후보도 민주통합당 정청래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서부중앙지검에 지난 4일 고발했다.


강 후보는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 정 후보가 교감선생님에게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한 것에 대해 객관적인 사실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는데도 자신의 선거 공보물에 이를 부인하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기재했다”며 고발 이유를 밝혔다.


◇총선벽보 훼손-유인물살포 급증…경찰, 집중단속
‘전신주에 설치된 후보의 현수막을 불로 태워 훼손’(3월 29일 경북 영주), ‘후보의 선거벽보 사진 부분을 불로 태워 훼손’(3월 30일 부산), ‘지역신문에 후보에 대한 비방내용을 게재해 5000부 살포’(4월 2일 충남 논산).


지난달 29일 4ㆍ11총선 선거운동이 본격 개시된 이후 선거벽보-현수막훼손, 유인물살포 등의 행위가 빈발하고 있다. 경찰이 이들 위반행위에 대해 집중단속에 나섰다.


경찰청은 지난 5일 제19대 총선 불법행위인 선거벽보ㆍ현수막훼손, 유인물살포 등에 대한 집중단속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일까지 불법 선거사범은 1348명(887건)이 단속됐다. 이 가운데 구속은 8명, 불구속은 166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18대 총선과 비교해 단속인원(1615명)은 16.5%가 감소했고 입건인원(242명)도 28%가 줄어들었다.


반면 선거운동 개시와 동시에 설치된 선거벽보ㆍ현수막훼손, 유인물살포 등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달 29일부터 6일간 선거벽보훼손은 13건, 현수막훼손은 6선, 유인물살포는 3건 등 모두 22건이 발생했다.


◇총선 최대의 변수 ‘민간인 사찰’
여야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문제와 관련, 조사방식을 놓고 서로 ‘특검’과 ‘청문회’를 요구하며 대립 강도를 날로 높여가고 있다.


새누리당은 민주통합당의 ‘사찰 공세’를 총선을 겨냥한 “표심잡기”로 몰아세우면서 계속해서 특검 실시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민주통합당은 총선 직후 국회 청문회 개최를 제안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의 출석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조윤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3일 여의도 당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갖고 “민주당이 불법사찰 파문을 4ㆍ11 총선에서 표심잡기나 민심 흔들기로 활용한다면 부메랑이 돼 돌아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주장에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총선 직후 국회에서 청문회를 개최할 것을 제안하면서 불법 사찰 논란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위원장의 증인 출석을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당 선거대책본부장인 박선숙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민간인 사찰은 본질적으로 특정지역 출신들, ‘TK(대구ㆍ경북)’ 특권 반칙세력의 조직적 범죄행위”라며 “누가 그 범죄를 계획ㆍ시행하고 은폐하고, 다시금 무마하고 은폐를 시도하고 있는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