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금 이탈 계속" 경고…새 수익원 확보 과제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시중은행의 위세는 대단했다. 금융시장의 '큰 형님'이자 경제전반에 돈줄을 제공하는 자본시장의 심장으로써 경제전반을 조율했다. 따라서 청와대가 시중은행의 은행장 인사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시대였다. 지금으로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지만 그땐 그랬다.
지난 10년간 국내 금융시장은 양적 및 질적으로 급성장 했다. 토종은행이 하나 밖에 없을 정도로 해외 금융자본이 대거 유입돼 국내 자본시장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 증권, 보험, 2금융권도 해외자본의 시장 비중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이처럼 지난 10년간의 금융산업 개혁프로그램은 국내 금융시장의 틀을 바꿔놨다. 특히 자통법 도입 결정과 펀드 및 CMA 열풍은 시중은행 금고에 돈줄을 마르게 하는 전례에 볼수 없는 진풍경까지 연출했다. 금융시장의 맏형에서 금융시장의 아웃사이더로 전락한 은행의 미래를 점검해 본다.
급감한 은행 수익
올 상반기까지 사상 최대치를 자랑하던 시중은행들의 순이익이 3분기를 기점으로 주춤해 졌다.
신한은행은 올 3분기 LG카드 통합 과정에서 생긴 회계 손실 등의 영향으로 전분기보다 55.5% 급감한 316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우리은행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투자 관련 손실 등으로 전분기보다 53.9% 감소한 2443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은행과 외환은행 역시 각각 전분기대비 32.1%와 29.9% 줄어든 2178억원과 1944억원을 나타냈다.
국민은행은 77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법인세 4820억원 추가 납부로 순익이 급감했던 2분기에 비해서는 228% 증가했지만 올해 9월말까지 누적으로는 2조2581억원에 그치며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8% 감소했다.
하나은행은 3분기 순익이 2827억원으로 전분기보다 59.9% 늘었지만 LG카드 매각 차익을 제외한 9월말까지 누적 순익은 7272억원으로 작년동기 대비 9.6% 감소했다. 이처럼 은행들의 실적 성장세가 주춤한 것은 LG카드와 현대건설 등 출자전환 주식의 매각 차익과 같은 특별 이익 요인이 없어진 데다 주 수입원인 이자이익의 증가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이자부문 수익성 측정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의 경우 시중은행 모두 전분기에 비해 악화됐다.
국민은행의 NIM은 작년 1.4분기 3.94%에서 올 1분기 3.60%로 떨어진 뒤 2분기에는 3.54%, 3분기 3.47%로 내려 앉았다.
우리은행은 작년 4분기 2.53%, 올해 1분기 2.49%, 2분기 2.48%, 3분기 2.37%로 낮아졌으며 신한은행도 작년 4분기 2.36%, 1분기 2.28%, 2분기 2.27%, 3분기 2.25%를 나타내는 등 하락 추세를 유지했다. 하나은행과 기업은행도 2.27%와 2.52%로 전분기보다 각각 0.04%포인트와 0.03%포인트 하락했으며 외환은행은 3.24%로 은행권 최고 수준을 유지했지만 전분기 대비 하락폭은 0.08%포인트에 달했다.
시중은행의 수익성 악화는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와 펀드의 인기에 따른 저원가성 요구불 예금의 이탈로 양도성예금증서(CD)나 은행채 발행을 통해 대출 재원을 조달하면서 조달비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덩치 키우기 경쟁에 치중하면서 대출 금리 인상에 소극적이었던 점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연구원 김병연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은행권 실적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감소세는 예상됐던 일"이라며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카드 등 기존 시장이 포화상태에 달했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가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산건전성도 안심 못해
그 동안 시중은행들의 자산 건전성은 우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왔지만 이것 역시 안심할 수 없는 형편이다.
회수 불능으로 손실처리가 불가피한 '추정손실'과 연체여신 중 손실이 예상되는 '회수의문', 담보처분을 통해 회수가능한 것으로 예상되는 '고정' 여신을 합한 고정이하 여신(NPL) 비율이 높아질 기미가 엿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NPL비율은 3분기말 현재 0.91%로 전분기 보다 무려 0.33%포인트나 급등했다. 신한은행의 비율은 0.78%로 전분기보다 0.03%포인트 높아졌고 하나은행도 0.80%로 전분기보다 0.05%포인트 높아졌다.
외환은행은 0.52%로 은행권 최저 수준이지만 전분기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개선 추세가 주춤해 졌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0.77%와 0.76%로 각각 전분기보다 0.03%포인트와 0.07%포인트 낮아졌다.
새 수익원 개척 필요
금융업계에서는 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금융연구원 구본성 연구위원는 "내년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특별이익의 축소와 바젤(BASEL) Ⅱ 관련 대손충당금 증가 등으로 소폭 증가에 그칠 것"이라며 "건전성은 대외 여건 악화와 금리상승, 주택경기부진 등이 지속될 경우 은행권 건전성은 다소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업계로의 예금 이탈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 연구위원은 "증권사와의 수수료 및 단기상품, 자산관리서비스, 고객유치 경쟁 등에 대비해 다양한 수신 기회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신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며 "국제화와 지역 밀착 경영을 활용해 은행간 차별화를 모색함으로써 경쟁 압력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정신동 조기경보팀장도 최근 모 심포지엄에서 "자통법 시행으로 예금취급기관이 독점하던 지급결제망에 금융투자회사의 직접 참여가 가능해 짐에 따라 은행권의 저원가성 수신 이탈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정 팀장은 은행 요구불 예금과 저축예금의 20%에 해당하는 45조원이 자본시장으로 이동하는 만큼 은행들은 자금을 CD 발행로 조달할 수 밖에 없으며 그로 인한 조달비용이 약 1조7000억원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시중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A)이 0.14%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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