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금융권 권력지형…"호랑이 타고 왕이 돌아온다"

유승열 / 기사승인 : 2017-11-24 15: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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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구 이어 이덕훈도?…정부 바뀌니 서금회 추락
새정부 들어서자 '호금회' 줄줄이 주요 요직 꿰차
김승유 측근들 성공가도에 '왕 회장 귀환'도 주목

[토요경제=유승열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을 등에 업은 서금회(서강대 금융인 모임)가 지고 있다. 새정부 들어서는 그 자리를 호금회(고려대 금융인 모임)가 꿰차고 있다. 특히 고려대 금융라인의 대부인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필두로 '김승유 사단'이 날개를 펼치는 모양새다.


◆박근혜와 함께 '서금회' 지다


(왼쪽부터)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사진=Toyo Economy>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서금회 멤버로 주목을 받았던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새정부 들어 줄줄이 자리를 비우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상당수 인사들이 금융권 요직에서 물러나고 있지만, 검·경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명예마저 추락하는 모양새다.

전 정부 당시 금융권력을 쥐었던 서금회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에는 검찰의 화살이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에게 겨눠지고 있다.


22일 서울남부지검은 한국수출입은행의 전산시스템 구축 사업을 낙찰받도록 해주겠다며 업체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김 모 전 우리은행 부행장을 구속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이 연루됐는지 수사중이다. 김 전 부행장은 이 전 수출입은행장이 2002~2004년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했을 당시 비서실장을 지낼 정도로 최측근으로 평가된다.


이 전 행장은 서금회 내 최연장자이자 좌장으로 꼽힌다. 2014년 수출입은행장에 올라 올해 3월 임기만료로 퇴임했다. 임명 당시 낙하산 논란이 들끓었지만 그는 서금회에 대해 "같은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끼리 모여 식사한 번 하는 모임"이라고 일축했다. 2015년에는 성동조선에 대한 단독 자금지원에도 불구하고 경영정상화가 지연되자 전문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달 초 사퇴를 표명한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서금회 멤버로 꼽힌다. 한일은행 출신의 행장이 뽑힐 차례에 상업은행 출신인 이 행장이 선임될 당시 서금회 논란이 일었다. 우수한 실적과 민영화 성공 등의 업적으로 연임에 성공했으나 최근 불거진 채용비리 논란과 케이뱅크 인가 당시 우리은행 특혜 논란 등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일각에서는 이 행장이 사퇴 표명 이후 지인들과 가진 자리에서 자신이 왜 물러나야 하는지 억울하다며 '윗선'의 압박이 거세다고 토로했다고 알려졌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박 전 대통령 인수위 위원 활동 경력을 바탕으로 2013년 회장에 선임된 서금회 멤버다. 재임 시절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국제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자리를 옮기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이후 대우조선해양 관련 "산업은행은 '들러리'였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 부총재직을 사퇴했다.


◆활발해진 호금회…고대 금융대부 '왕 회장'도 주목


(상단 왼쪽부터)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사진=Toyo Economy)


서금회가 몰락의 길을 걷자, 이 자리를 호금회가 꿰차고 있다.


당초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에 각각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선임된 것은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었다.


이들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함께 고려대 동문이다. 특히 이들을 장 실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강력히 추천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 지난달 말에는 손보협회장으로 김용덕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선임됐다. 김 회장은 용산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5회 행시로 공직에 입문한 '국제금융통'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 정책자문단 '10년의 힘 위원회'에서 금융정책을 맡으며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왔다.


호금회 멤버 중에서도 대부로 꼽히는 인물이 '왕 회장'으로 불리던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다. 최근 같은 고려대 동문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의 추진으로 금융권에 복귀했다.

이밖에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위성호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이병철 KTB투자증권 사장도 고려대 출신이다.


업계에서는 '호금회'가 금융권 실세로 등극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근 고려대 동문 모임이 이전보다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호금회 멤버들의 행보가 이전보다 적극적이 돼 가고 있다"며 "요즘 들어 조용병 회장과 이병철 사장 등 고려대 출신 금융인사들이 동문 모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시장에서는 '김승유 사단'의 세력 확장에 주목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최흥식 금감원장이다. 최 원장은 김 전 회장이 재직 당시 최 원장은 2010년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을 지낸 뒤 2012~2014년 하나금융지주 사장을 역임했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도 '김승유 사단'으로 꼽힌다. 김 회장은 2008년 하나대투증권 사장직에 올라 2012년까지 경영을 맡고, 2012년 상임고문으로 물러났다. 김 전 회장은 BNK금융지주 회장 선임 당시 김 전 부회장에게 직접 추천서를 써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철 사장도 김 전 회장의 후원으로 성공가도를 달린 '김승유 사단'으로 분류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이 권력을 되찾기 위한 행보를 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직 김 전 회장의 인물들이 하나금융 내 있는 상황에서 그와의 관계에 선을 그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이 가능할지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선임 당시에도 김 전 회장은 다른 인물을 추천했지만, 김정태 회장이 이를 거절하면서 서로의 관계가 악화됐다"며 "김 전 회장이 다시 금융권에 복귀한 데다, 그의 인물들이 주요 보직에 자리하고 있어, 하나금융 내 권력지형도 바뀔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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