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은행권 7년만의 총파업으로 홍역을 앓은 SC제일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임원진에 대한 명예퇴직이 이뤄져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SC제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6일부터 21일까지 90여명의 임원진들에 대해 명예퇴직 신청을 접수했으며 20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12명은 지난달 31일 퇴직했으며 8명은 개인·업무적 사정으로 인해 연내 중 퇴직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퇴직에 대해 ‘파업에 대한 징벌’, ‘연내 대규모 구조조정의 포석’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임원진 퇴직을 명분으로 대규모 구조조직을 단행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이에 은행 측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총파업의 주요인이었던 성과연봉제, 후선역제도 등은 여전희 노사협의점을 못찾고 있어 SC제일은행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 최초 임원급 명퇴, ‘대규모 구조조정 신호탄?’
SC제일은행이 단행한 이번 임원진 명예퇴직은 그 규모를 떠나 은행권 최초로 초미의 관심사였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이번 명예퇴직은 임원대상 명예퇴직 프로그램에 의한 것”이라며 “100% 자발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축은행 사태 등 새로운 은행권의 변화에 맞춰가기 위함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것으로 임원진들이 자발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500명 감원설’이 수면위로 오르며 논란이 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지난 2008년 190명, 2009~2010년 20~30명에 대한 구조조정이 단행됐으나 올해는 500여명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은행관계자는 “아직 결정된바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은행의 해명에도 SC제일은행 노조는 강한 반발에 나섰다. 노조는 이번 명예퇴직이 연말 대규모 구조조정을 위한 명분쌓기라는 것이다.
SC제일은행 김재율 노조위원장은 “임원진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한 사례는 없었다”며 “연말 구조조정을 위한 명분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임원진마저 퇴직한 마당에 파업에 가담한 직원들에 대한 보복성 인사도 우려된다”며 “이번 명예퇴직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위한 포석이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토로했다.
은행권에서는 총파업에 대한 책임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은행관계자는 “총파업에 대한 책임을 묻는 사유도 있을 것”이라며 “꼭 은행의 강압이라기보다 임원진 스스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일 수도 있다”며 총파업에 대한 후폭풍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노조의 지나친 장기파업과 복귀 후에도 계속된 투쟁 등이 결국 구조조정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은행관계자는 “파업장기화되면서 그 명분조차 퇴색됐다”며 “복귀후에도 정각 9시 출근·6시 퇴근 원칙과 점심시간 모두 자리를 비우는 등 투쟁을 계속해나가지 은행 측에서도 두고볼 수 만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직 구조조정에 대한 내용이 가시화되지 않아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노조의 지나친 강경대응이 오히려 화를 부른 꼴”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지난 9월29일 복귀 후에도 새로운 형태의 투쟁을 계속해 나갔으며, 사측은 이에 개별면담, 폐쇄영업점 재개 보류 등 강경하게 대처해 노사간 갈등이 계속된바 있다.
◇총파업 주요인, 여전히 해결안돼

성과연봉제란 실적을 5등급으로 나누어 연봉인상이 이뤄지는 것으로 은행권 최초로 호봉제를 폐지하는 것이다.
후선역 제도는 현재 지점장 대상으로 매년 하위 10% 정도에 해당되면 후선역으로 이동시키고 개인목표를 부여한 뒤 미달될 경우 급여를 18% 삭감하는 제도인데, 이를 전 직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이와 관련해 업무과중과 영업강화로 인한 고객서비스 문제를 들었다. 즉 직원들이 실적을 위해 방카슈랑스 등 상품판매 강화로 결국 영업경쟁에 뛰어들어 결과적으로는 고객서비스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은 지난달 28일 김재율 노조위원장과 면담후 전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성과주의 문화 구축이 은행가 직원 모두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히며 성과주의 문화 구축을 강조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현재 성과연봉제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해 노조와 협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조속히 마무리 질 것을 밝혔다.
한편 회사발전협의회 개최여부에 대해 은행 측은 현재 답을 주지 않고 있다.
회사발전협의회란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의 기본정신과 노사화합·협조정신을 위해 1년중 매 3개월마다(2·5·8·11월) 정기적으로 개최하게 돼있다. 이는 비록 법적지침은 없지만 성과연봉제나 후선역제도 등 큰 개편을 단행함에 있어서 이를 개최하지 않았을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SC제일銀, 이미지 탈피 위해 소매금융 강화 등
또 최근 SC제일은행은 ‘SC은행’으로 행명 변경계획이 있어 이 역시 노조와 갈등이 일고 있다.
노조는 ‘제일’을 빼는 것은 결국 제일은행의 전통성을 없애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은행 측은 한국에 영원히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한국 시장에서 리더가 되고자 하는 긍정적 의지를 대변한 것이라고 밝혔다.
힐 은행장은 “은행 안팎으로 전개되는 환경 속에서 스탠다드차타드의 약속이 보다 가시적으로 실현되기 위함”이라며 “행명 변경이 한국 시장에서 리더가 되고자 하는 강력하고 긍정적 의지를 대변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밖에도 총파업으로 실추된 이미지 개선을 위해 소매금융 확대 등을 강화할 예정이다.
SC제일은행은 소매채널사업부를 신설하고 총괄헤드에 박종복 전무를 임명했다. 이를 통해 기존 영업점에 한정됐던 기존관리에서 벗어나 오프라인과 온라인·모바일 등을 통합해 최적화된 영업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박 전무는 “이번 영업조직 확대 재편을 통해 더 나은 고객서비스와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고객과 함께 선장하는 ‘국내 최고의 국제은행’으로 한국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은행은 무엇보다도 고객신뢰가 최우선이 돼야한다. 노사간 갈등이 마무리되지 않고서는 그 어떤 좋은 금융서비스라도 고객들의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마포구 도화동 지점에서 만난 한 고객(여, 46세)은 “(스탠다드차타드 인수) 이전부터 제일은행만 이용해 왔는데 뉴스를 볼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며 “요즘 저축은행 사태 등 은행이용하기가 불안한데 하루빨리 노사갈등이 해결돼 마음 편히 (은행을)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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