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더 부재' 롯데, 한 고비 넘겼다

여용준 / 기사승인 : 2018-03-02 14: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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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구속 '후 첫 주총서 분할·합병건 무사 통과…日 롯데, 사실상 신 회장 지지
日 롯데 경영 간섭 가능성 남아…韓 롯데 "이론상 가능하나 실익 없는 일"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지난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지주 주식회사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

[토요경제=여용준 기자] 롯데가 신동빈 회장의 구속 후 맞이한 첫 번째 주주총회가 지난 27일 오전 열린 가운데 롯데지알에스·한국후지필름·롯데로지스틱스 등 6개사의 분할·합병 안건을 무사히 통과시켰다. 특히 총수부재 후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일본 롯데 측은 신 회장에 대한 지지를 드러내면서 큰 고비를 넘기게 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의 지난 27일 주주총회에서 일본 롯데 측은 위임장을 통해 분할·합병에 대한 찬성의사를 밝혔다. 사실상 신동빈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일본 롯데의 롯데지주 지분은 3.6%다.


당초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후 일본 전문경영인들이 롯데홀딩스의 경영을 맡게 되면서 한국 롯데에 간섭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지난해 말 롯데지주가 출범하고 일본 롯데와 경영이 분리됐다고 하지만 화학과 건설·관광 분야는 여전히 일본 롯데의 지배력 안에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신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안을 승인했다. 당초 롯데홀딩스는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이 공동 대표로 있었으나 신 회장이 사임한 후 쓰쿠다 사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가 됐다.


쓰쿠다 사장은 원래 신격호 총괄회장의 측근이었으나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형제의 경영권 분쟁 후 신 회장의 측근으로 남게 됐다. 쓰쿠다 사장과 함께 일본 롯데의 핵심 경영진인 고바야시 마사모토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신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져있다.


총수가 부재한 가운데 일본 롯데 경영진들이 신 회장에 대한 지지를 드러내면서 롯데는 우선 한 고비를 넘기게 됐다.


이번 분할·합병건의 승인으로 신 회장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되게 됐다. 자사주를 제외한 의결 주식수 기준으로 신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13.0%에서 13.8%로 증가했다. 롯데지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기존 54.3%에서 60.9%로 각각 확대됐다.


합병 후 오너 일가 및 관계사 총 지분율은 38.2%가 되지만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비중이 37.3%까지 치솟으면서 특수관계인 의결권 지분율이 올랐기 때문이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분율도 각각 4.6%와 2.6%로 높아졌다.


또 지난해 10월 롯데지주 출범 후 남은 순환출자 고리는 13개에 불과했으나 합병기일인 오는 4월 1일이 지나면 롯데는 남아있던 순환출자 고리도 완전 해소하게 된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에 속하는 계열사도 기존 42개에서 53개로 늘어나게 된다. 전체 계열사 92개 중 절반이 넘는 수준이다.


롯데 관계자는 “순환출자 해소로 인한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뿐만 아니라 이번 합병으로 인해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늘어나 더 단단한 지배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남은 과제에서도 일본 경영진들의 간섭이 없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첨단소재·정밀화학 등 화학계열사와 분할합병, 호텔롯데 상장 후 관광 계열사와의 분할합병 등이 이뤄져야 완전한 지주사로 거듭날 수 있다.


롯데는 이르면 올해 안에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었으나 신 회장의 구속수감으로 무기한 연기하게 됐다. 앞서 롯데는 2016년 호텔롯데의 상장을 추진한 바 있으나 경영 비리에 대한 검찰조사가 이뤄지면서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롯데는 형식상 일본 롯데가 중간지주회사인 호텔롯데를 통해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구도”라며 “호텔롯데 상장이 이뤄져 국내 주주 지분율이 높아져야 한국 롯데의 독립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롯데가 신 회장에 대한 지지를 드러냈으나 앞으로 장담할 수 없는 대목도 이같은 부분 때문이다. 특히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신동주 전 부회장이 다시 한 번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되살릴 것으로 보이면서 앞날을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재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오는 6월로 예정된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에서 또 다시 표 대결을 통해 경영복귀를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신 회장의 유고를 기회로 삼아 경영권 복귀를 시도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미 일본 경영진의 신뢰를 잃은 그가 다시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는 일본 롯데 경영진의 한국 경영 간섭에 대해 “이론상으로는 가능한 일이지만 일본 경영진들에게 그에 따른 실익이 없기 때문에 그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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