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통합을 놓고 계파간 따로국밥식 생각으로 야권이 대혼선을 빚고 있다.
민주당은 내달 17일 단독 전당대회 없이 야권통합 전당대회를 치러 통합 신당의 지도부를 선출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지난 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확정, ‘혁신과통합’, 진보 진영, 시민사회, 노동계 등 각 통합 주체에 제안키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통합 전대방식에 대해 통합 신당지도부를 한번에 선출하는 ‘원샷’ 방식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야권 각 세력이 참여하는 통합 추진기구 구성을 야권에 제안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에 당 내외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독자적인 통합전대 방침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박지원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당헌규정을 지키고 순리대로 가야한다며 통합과 전당대회를 따로 분리하는 ‘투 트랙(Two Track)’ 방침을 제안했다.
또 민노총과 한국노총은 정치욕이 앞서 단순히 모이는 자리는 무의미하다며 진정성 있는 통합을 요구했다.
한편 민주당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문학진 의원은 모든 것은 국민요구와 명령에 따라야 한다며 국민경선을 통한 통합전대를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손학규, “뭉쳐야 총·대선 승리”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전대통합 제안에 앞서 ‘혁신과통합’이 발표한 ‘혁신적 통합정당안’에 대해 “민주당은 혁신과통합의 제안을 환영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힌바 있다.
손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혁신과통합이 시민이 참여하는 혁신적 통합정당안을 제안했다. 혁신과통합의 안은 민주당 지도부가 내놓은 통합정당안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대표는 “혁신과통합의 안은 민주당이 내놓은 안에 대한 동의의 뜻이 담긴 것이라 생각한다”며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통합의 목적은 흩어져 있지 말고 뭉쳐야 총·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변화를 위한 ‘담대한 용기’를 강조하면서 “담대한 용기는 결국 진정한 승리를 불러올 힘이 된다. 스스로 작은 자존심에 도취돼 갇힌다면 도도한 변화의 물결에서 밀려나 휩쓸리고 도태될 수 있다”고 촉구했다.
이어 “우리 스스로 변화의 주인공이 되자”며 “민주당의 자존심, 진보진영의 자존심은 스스로 변화의 길을 택할 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한바 있다.
또 손 대표와 ‘혁신과통합’ 문재인 상임대표는 민주진보진영의 대통합과 관련한 의견을 나눴다.
손 대표와 문 상임대표는 최근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만나 “우리가 단순히 집권과 총선 승리를 위한 통합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국민들이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며 “변화에 대한 요구로 우리가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지난 서울시장 보선에서 보인 민심만큼 큰 변화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며 “물질과 시장만능의 경쟁사회에서 사람중심의 공동체 사회로 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을 마치고 통합과 조화로운 정권으로 가야한다”며 “힘과 세력의 통합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혁신과통합이 함께 해주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또 “45년 해방 이후 48년 분단체제, 61년 쿠데타로 인한 개발독재 체제, 87년 민주화에 이어 2013년에는 사람 중심의 정의·복지 사회로 가는 준비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문 상임대표는 “국민의 삶이 벼랑 끝에 몰려있지만 정치가 그것을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절망 속에서 정권교체와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있는 방법은 통합"이라고 말했다.
문 상임대표는 “정당들이 시민사회와 함께 힘을 합치는 것 뿐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드는 것도 새 정치를 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결의를 거친 통합 방안도 이와 같은 내용이기에 속도있게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며 “진보정당들이 통합논의에 함께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통합전대, 순리대로 해야” 반대 표명
그러나 박지원 민주단 정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의 통합전대 방침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통합전당대회 방침과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어려운 때일수록 당헌당규를 지키고 정도로 가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국민과 당원의 의사를 존중하는 길”이라며 당내 설명 없이 통합전대를 제안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손 대표가 제안한 내용은 당내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기 않았기에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통합은 국민의 명령이자 시대정신이기에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부겸 의원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납득할 만한 방식과 경로로 대통합, ‘더 큰 민주당’으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재보궐선거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이 없는 지도부의 통합논의에 대해 당원들은 ‘기득권 유지 시도’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경선을 통해 지도부를 뽑자는 견해는 진일보 한 것이지만, 이 제안의 수용 여부를 둘러싼 논쟁으로 시간이 지체되거나 수용이 거부될 경우를 대비한 독자적 전당대회도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원내대표는 통합전대 방침 이전부터 민주당 지도부의 야권통합 구상을 반대해왔다.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즉각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구한다”며 독자 전당대회 개최를 촉구한바 있다.
그는 “통합과 연합연대는 시대정신이자 국민의 명령이다. 또한 전체 민주당원의 열망인 정권교체를 위해선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실천해야 한다”며 “현 지도부는 통합논의를 계속하는 것과 동시에 당헌당규대로 전당대회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 당권 도전의 뜻을 밝혔던 박 전 대표는 앞서 3일 당 지도부가 다음달 말까지 통합을 완료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통합전당대회를 여는 쪽으로 가닥을 잡자, “통합과 전당대회를 ‘투트랙(Two track)’으로 준비해야 한다. 통합을 추진하는 동시에 전당대회를 통해 총선을 준비해야 한다”고 비판한바 있다.

◇민노·진보신당, ‘민주당 일방적 통합제안 반대’
그러나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이 같은 민주당의 방침에 부정적 태도를 취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민주당 통합전대 방침 이전인 지난 3일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 중심의 무리하고 일방적인 통합제안에 응하기 힘들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우 대변인은 “지금은 힘있는 진보정당이 절실히 필요한 때”라며 “광범위한 진보진영의 요구와 민심을 받들어 진보대통합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 김종철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각 당이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야권연대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지금 시기에 적절하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연합과 연대 수준을 넘어 각 정당의 통합을 추진하려면 높은 수준의 정책적·노선적 일치성이 있어야 한다”며 “노동자, 농민, 서민 등 다수의 사회적 약자를 위한 더욱 진보적이면서도, 강력한 사회대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참여당의 경우 현재 민주노동당과 진보정당 통합을 추진하고 있어 야권 대통합에 대한 입장 표명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국민참여당 이백만 대변인은 “진보대통합을 추진하는 연장선상에서 우리 입장을 정할 것”이라며 “다만 통합 제의나 대화 제의 자체의 취지는 좋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민노총, ‘야권통합, 일하는 사람 위해야’
민주노총 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전·현직 위원장 57명은 야권대통합과 관련, “야권통합은 ‘일하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라는 분명한 목적성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전히 일하는 사람의 문제가 중심에 있지 못한 사실에 주목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들은 “비정규직으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 실직 위기에서도 가정을 파괴하지 않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세상, 일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일하는 세상은 이미 확인된 민심”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87년 6월 항쟁 당시 넥타이 부대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들은 야권대통합이 이러한 세상을 만든다는 정체성을 갖고 이뤄지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손 대표가 최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민주진보진영 통합에 참여해 줄 것을 기대한 것에 한국노총은 “회의를 통해 방침이 결정되고 100만 조합원의 총의가 담긴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말해 즉답을 피했다.
손 대표는 이용득 위원장 등 한국노총 지도부를 만나 “민주세력과 노동세력이 하나가 되는 것이 민주진보 세력의 지향점”이라며 “노동세력 차원에서 참여해 시대적 요구에 맞게 우리 정치를 바꾸는 데 선봉에 서주기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또 “우리가 진정으로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선 노동세력과 결합해야 하고, 노동조합은 정치세력의 당당한 대주주로서 참여할 때 노동계가 지향하는 정책적 목표를 직접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용득 위원장은 “(한국노총이) 여러 정치사업을 해 왔고 독자정당도 만들어 봤지만, 일반 국민들이 참여하거나 지지해주지 않아 세력화되지 못했다”며 “기존 정당과의 정책연합도 해봤지만 실질적 참여가 없는 정책연합은 단순한 노·정협의 수준에도 못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민주진보세력의 통합이 기존 정치세력들이 흩어졌다가 만나는 수준이 된다면 의미가 없을 것”라고 지적하기도 해 향후 통합정당에 대한 참여의사를 시사하기도 했다.
◇문학진 ‘국민경선으로 통합전대 치러야’
한편 민주당 내 비주류 모임인 ‘민주희망 2012’ 소속인 문학진 의원은 당의 통합전대 발표전부터 “완전개방형 국민경선 등을 통해 통합정당의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며 국민경선을 통한 통합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했다.
문 의원은 이날 야권통합과 관련한 공개 제안을 통해 “모든 것을 우리 야권에 대해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는 국민의 요구와 명령에 따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가 당헌에 규정돼 있는 12월18일 사퇴시한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하루 늦게나마 밝힌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당권·대권 분리규정은 당원들의 총의에 의해 결정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당권주자 등 당 내 일각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독자적인 임시전당대회 후 통합전대 주장에 대해선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며 “그럴 만큼 우리에게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것인가. 민주당 전대를 치른 뒤 어떤 방법으로 통합대회를 하겠다는 것이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문 의원은 “통합추진체가 최대한 고삐를 당겨 노력해 가능한 세력들을 한 데 모아 완전개방형 국민경선 등을 통해 통합정당의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며 “민주당과 타 야당, 혁신과 통합, 시민사회세력 등 통합의 대의에 함께 하는 제 세력이 한 곳에 모여 국민경선 등의 방법으로 경선을 치르면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통합정당의 지도부는 철저히 아래로부터의 선택이어야 한다”며 "누구 지분 몇 %, 누구 몫 몇 %로 해서는 국민이 인정치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민주당 (원외)지역위원장들의 걱정을 잘 알고 있다. 그 걱정들은 내년 총선공천에서 국민(참여)경선을 철저히 적용해 걷혀지리라 본다”며 “지분 나누기로 공천이 이루어지는 일은 결단코 사라져야 할 구습”이라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지난 3일 민주당 지도부가 불쑥 제안한 야권통합 방안과 관련, 당내가 벌집 쑤신 듯하고 6일 혁신과통합의 제안문은 썩 구체성을 띠고 있지 못하다”며 “이 위중한 국면에서 국민의 뜻과 크게 관계없는 소리(小利)에 얽매여 샅바싸움을 하거나 땅뺏기 놀음을 하고자 한다면 이는 결단코 저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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