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6일, 국민은행 여의도본점을 방문해 긴급회의를 주재하고 이번 사태와 관련한 내분사태의 당사자들에게 이달 30일까지 해결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는 이건호 국민은행장을 비롯해 김덕수 국민카드사장, 윤웅원 지주 전략재무담당 부사장, 김재열 전산담당(CIO) 전무, 정병기 상임감사위원, 박지우 은행 부행장 등이 참석했다.
임 회장은 그동안 이번사태에 대해 "국민은행의 의사결정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말하며 국민은행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지적해온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회의를 통해 전면에 나서면서 은행 이사진과 경영진의 갈등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조율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주재한 회의에서 임 회장은 "은행에서 이사와 협의해 처리해야 할 내부적인 사항이 외부로 전해져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주주와 국민의 신뢰가 실추됐으며 그룹의 이미지가 추락했다"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또한 이사회를 통해 원만한 해결을 강조했던 이건호 행장 역시 이 문제를 수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아쉬움과 실망감을 전한 임 회장은 "원칙과 절차를 존중하여 사태를 원만히 해결해 달라"고 전하며 이달 30일 안에 해결책을 내놓을 것을 전달했다.
앞서 국민은행은 현재 사용중인 IBM 메인프레임 전산시스템을 유닉스 기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주 전산기 교체계획을 추진했지만, 이 과정에서 경영진과 이사진의 의견이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사회는 지난달 24일 약 2000억원의 비용을 투입하여 시스템 교체를 의결했지만 이건호 행장과 정명기 상임감사위원이 교체 결정 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정 상임감사위원은 이사회가 유닉스 시스템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검토했던 일부 자료가 왜곡됐다는 주장도 펼쳤다.
경영진은 지난 19일 진행된 이사회에 이와 관련된 감사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이사회가 이를 거부하자 금융감독원에 특별검사를 요청했다. 이에따라 금감원이 국민은행 및 KB금융지주에 대한 특별검사에 나서고, 양사의 내부통제 및 의사결정 시스템에 대해서도 정밀 검사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국민은행의 사외이사들은 오는 30일 열리는 감사위원회와 이사회에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의 건을 상정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진상조사위의 구성에 대해 정 상임감사위원이 거부를 하고, 금감원에서도 현재 진행되는 조사의 차질을 우려하여 반대의 입장을 나타냈지만, 이사회는 직권상정의 입장을 나타냈다. 이사회 측은 정 상임감사위원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자신들의 선조사가 우선이라는 주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이 과거 국민은행의 전산 교체 과정에서 일부 사외이사가 특정 전산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있었던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는 점과 통상 10년을 주기로 재구축하는 은행권의 전산시스템을 국민은행 이사회가 5년만에 전면적으로 손을 대려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어 이사회 측의 움직임에 대한 지적도 등장하고 있다.
또한, 한편으로는 국민은행이 사용중인 IBM 메인프레임이 높은 가격과 폐쇄적인 운영의 단점이 있고 기술발전에 따라 유닉스와 메인프레임의 성능 차이가 좁혀진 까닭에 엄청난 가격 절감효과가 있는 선택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NH농협, 하나은행, 신한은행, 외환은행 등 시중 은행들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유닉스로 전산시스템을 변경한 바 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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