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구필합(分久必合) 합구필분(合久必分)’이라고 했다.
오랫동안 나뉘어 있던 것은 반드시 합치게 되고, 오랫동안 합쳐져 있던 것은 반드시 갈라지게 된다는 말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얘기다.
오래 갈라져 있었으면 합치려는 것은 역사의 철칙이다. ‘통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지금 남과 북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이 철칙이 통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갈라져 있었으면, 이제는 합쳐볼 만한데도 되레 더 갈라지려 하고 있다. 합쳐본 적이 없으면서도 갈라질 생각뿐이다.
합치지 못하니까 생기는 것은 ‘갈등’이다. 정치도 갈등, 사회도 갈등이다. 온 나라가 갈등이다. 며칠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그 갈등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전국 성인 남녀 38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사회 갈등에 대한 인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반적인 갈등 수준이 ‘매우 심하다’는 응답이 8.5%, ‘대체로 심하다’는 응답이 71.8%로 나타났다. 국민의 80.3%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별로 심하지 않다’는 응답은 17.5%, ‘전혀 심하지 않다’는 응답은 0.8%에 불과했다.
가장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갈등은 진보와 보수 간의 ‘이념 갈등’이었다. ‘매우 심하다’ 40.8%, ‘대체로 심하다’ 44.4% 등 85.2%가 이념 갈등을 우려하고 있었다.
먹고살기가 빡빡해진 것을 반영, 경제적인 갈등도 간단치 않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등(81.9%), 경영자와 노동자 갈등(81.7%), 가난한 사람과 부유한 사람의 갈등(79.8%) 등도 ‘심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갈등이 심하면 티격태격하는 바람에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기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11년 전경련이 이를 ‘비용’으로 따진 적 있었다. ‘한국 경제비전 2030 달성을 위한 사회적 자본 축적 방안’이라는 세미나였다. 전경련은 사회적인 갈등을 비용으로 계산하면 국내총생산(GDP)의 25%나 된다고 지적했다. 갈등이 GDP를 갉아먹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2009년에는 삼성경제연구소가 ‘한국의 사회갈등과 경제적 비용’이라는 보고서를 냈었다. 당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갈등 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회원국 가운데 4번째로 높았다. 그 심각한 갈등 때문에 우리는 매년 GDP의 27%를 깎아먹고 있다고 했다. 정책의 일관성과 정부의 조정능력도 떨어진다고 했다. 이 보고서는 요즘도 가끔 인용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계산은 전경련과 수치가 얼추 비슷했다. 우리는 갈등 때문에 GDP의 4분의 1 가량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뒤집어서 따진다면, 갈등이 사라질 경우 GDP가 그만큼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었다. 24일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올해 3% 경제성장 목표를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는데, 갈등만 사라진다면 성장률이 그 목표보다 4분의 1쯤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당면 현안인 일자리도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면 해결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경제가 성장해야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은 겉돌고 있는 현실이다. 10년만의 최악이라는 통계청의 통계가 보여주고 있다.
이런데도 합쳐서 갈등을 해소할 마음들은 좀처럼 없다. 특히 정치판의 경우는 사사건건 갈라질 뿐이다. GDP는 요란하게 깎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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