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이냐 내전이냐" 불안한 한반도

전성운 / 기사승인 : 2011-12-26 13: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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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왕조 체제붕괴 올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무바라크, 카다피에 이어 김정일도 갔다며 북한에도 혁명의 바람이 불 수 있을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은 단절된 체제가 너무 오래 지속 되었고 여러모로 아랍과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아랍권은 독재와 빈부격차는 있었지만 문화적 단절은 없었던 반면 북한은 고립된 국가이고 길었던 독재 기간만큼 왕정화 된 정치체제가 3세대에 도달해 오히려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최근 경제난, 식량난이 가속화 되고 있는 만큼 사소한 계기가 북한에 봄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분석도 있다.


▲ 김정일의 사망소식에 ‘외신들이 접할 수 있는’ 북한 주민들은 대부분 오열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이런 사람들이 김정은 체제에 반발해 혁명을 일으킬거란 상상을 하긴 쉽지 않다. 그러나 일각에선 “김정은은 김정일이 아니다”라면서 여전히 혁명(혹은 내전)의 가능성을 내놓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 ‘천조국’으로 불리며 세계최강의 국가로 군림하는 미국도 어쩌지 못하는 곳이 두 군데 있다. 한곳은 우리에겐 ‘해적’으로 유명한 ‘소말리아’이고, 다른 한곳은 바로 ‘북한’이다. 미국은 대외적으로는 ‘소말리아’를 포기했고, ‘북한’은 한손엔 총칼과 한손엔 식량을 들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내년 재선을 노리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속내가 복잡할 것으로 생각된다.


◇ 북한의 봄, 가능성 있나


일각에서는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와 같은 ‘독재자가 쫒겨 나는’ 소위 ‘아랍의 봄’ 상황이 북한에도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북한의 식량과 경제상황은 매우 심각하기 때문에 사소한 계기만 있다면 언제든 혁명이 발생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실장은 한미경제연구소(KEI)·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외교협회(CFR)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에서 “누구도 아랍의 봄을 예견하지 못했듯 북한도 마찬가지”라며 ‘북한의 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모든 혁명은 각각 다른 형태를 갖고 있다”면서 “북한에서 갑자기 주민들이 몰려나와 시위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아이러니하지만 김 위원장은 핵 이외에도 ‘시장’을 북한에 유산으로 남겼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의 강철환 기자도 YTN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북한은 경제난이 일반 주민만이 아닌 고위층 까지 확산돼 거의 생활이 안 되고 있다”며 “이제는 민심이 폭발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은) 내년부터 뭔가 획기적인 전환을 하지 않고서는 이제는 갈 데가 없다”며 “김정은 체제는 중국식 개혁개방 이든, 외부의 도움을 받든, 변화가 없든지 상관없이 폭발하는 민심에 엘리트 그룹도 가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개혁개방으로 가는 건 필연”이라며 “그 과정에 권력 투쟁이 일어나 개혁개방으로 가거나 변화되는 과정에서 장성택을 중심으로 한 여러 관료 계급들이 야심을 드러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미국의 보수성향 싱크탱크 ‘케이토 연구소’의 더그 밴도우 선임연구원은 “일각에서는 ‘북한의 봄’을 바라고 있으나 그럴 개연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 인구는 대부분 농촌에 몰려 있고, 도시 엘리트층도 개혁은 원하지만 혁명은 바라지 않는다”면서 “북한에 고르바초프가 있다면 생존을 위해 아주 천천히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도 “김정일 사망으로 인해 단시일 내에 핵 협상이나 합의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북한은 권력투쟁 국면에 접어들고, 이는 폭력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반면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 잭 프리처드는 “(아랍권의) 상향식 개혁은 페이스북, 트위터, 휴대전화 등을 통한 정보의 속도에 기반한 것”이라면서 “북한에서 그런 종류의 움직임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 필립 크롤리도 트위터에 “북한이 정상적인 국가라면 김정일의 사망은 ‘봄으로 가는 문’을 열 수 있을 수 있지만,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라며 혁명의 가능성을 낮게 봤다.


미국 조지아대 국제문제연구소의 박한식 소장도 CNN에서 “북한이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제사회의 우려도 있지만 북한에서 아랍의 봄과 같은 혁명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권력투쟁’으로 인한 내전 가능성


현재 우리의 우려는 사실상 ‘북한의 봄’이 아닌 ‘권력투쟁’이다. 새롭게 왕위에 오른 김정은이 자신의 체제를 완전히 구축하지 못한다면, 현 상황에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이 일어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특히나 각 권력분파가 각기 다른 ‘외세’를 등에 업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가능성은 더욱 크게 점쳐진다. 현재 북한을 둘러싼 미일중러 4국은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이야 이미 오래전부터 ‘친미’정권을 세우기 위해서는 특수부대나 무기지원을 하는 것에 아무 거리낌이 없어왔고, 현재 세계를 놓고 미국과 경쟁하려는 중국 또한 북한을 원하고 있는 형편이다.


때문에 권력투쟁이 벌어진다면 작게는 쿠테타, 혹은 표면적으로 ‘반 김정은’을 내세우며 민중봉기를 가장한 내전의 가능성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아랍의 봄’은 민주주의가 독재에 대항한 혁명이라고 보여 지지만 일각에서는 ‘미국대 이슬람의 대결’로 보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 노암 촘스키는 “미국과 동맹들은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랍 세계에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라며 “해당 지역에서 대다수의 국민들이 미국을 자국의 이익에 대적하는 세력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혹은 정말로 경제난으로 인한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다. 북한은 인구 1인당 군인 비율이 한국보다 4배 이상 높아 군과 일반 주민의 정서적 유대가 훨씬 더 밀접해, 혁명을 군을 동원해서 진압한다면 군의 동요로 이어지고 이것이 내전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 제 2의 소말리아는 막아야


또 하나 우려되는 상황은, 권력투쟁으로 말미암아 지도부가 모두 소멸하고 체제 자체가 붕괴될 가능성이다. 이 경우 남한 입장에서는 ‘통일’이 가장 손쉬운 선택처럼 보일 수 있으나 미일중러 4국이 통일을 승인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분단국가’ 정도의 위치가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존재감이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에서 체제붕괴가 일어나 소위 ‘민주화’를 이룩하게 된다면 4국이 협상테이블을 마련해 대책을 마련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4국의 이해관계를 모두 만족시킬 대안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그럴 경우 북한이 ‘소말리아식’ 무정부상황에 빠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미국과 이슬람세력의 대리전으로 인해 피폐해진 소말리아엔 더 이상 아무것도 자라지 않고, 주민들은 해적질을 하며 살아간다. 남한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이 상황’만은 막는것이다.


북한은 이슬람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적극개입 할 가능성은 낮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을 비롯한 중국·일본·러시아의 직접개입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다. 그러나 권력투쟁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는 어쩌면 ‘북한의 봄’이라고 불릴 ‘혁명’ 혹은 ‘내전’을 철조망 건너편에서 지켜봐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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