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폭염대비 매뉴얼 '무용지물'

김경종 / 기사승인 : 2018-08-01 09: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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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73.7% 휴식 공간도 없어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김경종 기자] 건설업계가 폭염에 대비해 근로자 현장 관리 매뉴얼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무용지물'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건설사들은 매뉴얼에서 휴게실 설치, 업무 시간 조정, 식염 구비 등 폭염에 따른 현장 인력 관리를 위해 다양한 지침을 마련해 건설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사가 마련해 놓은 매뉴얼이 건설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정부차원의 관리·감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건설사들이 자체적으로 폭염 대비 지침 매뉴얼을 만들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ICE DAY’를 운영하고 있다. ‘ICE DAY’는 폭염주의보가 발령될 경우 건설현장에 얼음물, 아이스크림 등을 배달하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또 사업장별로 간이휴게실, 그늘막 등을 설치해 근로자가 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열지수에 맞춰 작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장에 제빙기와 식염을 구비해 근로자의 휴식을 보장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중점 휴식 시간제(Heat Break)'를 운영하고 있다. 무더위가 심한 오후시간대에 물과 소금이 비치된 휴게소에서 근로자들이 쉴 수 있도록 했다.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면 오후 1시~3시 사이에 옥외작업을 멈추고 폭염경보가 발령될 경우 점심시간을 1시간 늘려 근로자의 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사들의 이같은 폭염대응책에도 건설현장에서는 온열 질환사고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업종별 온열질환 산업재해 발생현황(2014년~2017년)'에 따르면 온열질환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한 업종은 건설업이 23건으로 전체 35건 중 65.7%를 차지했다. 이는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온열질환 산업재해가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것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또 같은 기간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4명으로 모두 건설 현장에서 발생했다. 실제로 지난 7월 전북 전주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는 야외작업 중인 근로자가 탈진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7월에도 경기도 군포 조경공사현장에서 한 근로자가 열사병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문제는 건설사들이 폭염에 대비한 매뉴얼을 마련, 현장에 적용하고 있음에도 '무용지물'에 불과하단 점이다.


이는 건설노조가 조사한 폭염시간대 휴식현황 조사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이 지난 20~22일 현장노동자 2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3.7%는 '아무데서나 쉰다'고 응답했다. 고용노동부가 폭염특보 발령시 시간당 10분~15분간 쉬도록 기준을 마련해 놓았음에도 응답자의 8.5%만 '규칙적으로 쉰다'고 답했다. 또 '폭염관련 안전보건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무려 74.4%에 달했다.


이에 따라 건설노조는 건설사의 폭염대응책이 실제 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라며 정부의 폭염수칙 미 이행 건설현장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샤워장이나 세면장이 없어 안전모에 물을 받아 씻고 삐죽삐죽 솟은 철근사이에 들어가 쉰다”며 “폭염관련 규칙 이행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노조 김태범 경기중서부건설지부장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에 따라 건설현장 휴식 시간 및 휴게 공간은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며 “공염불 폭염대책 보다는 실질적인 관리감독으로 건설 노동자가 쉬고 싶을때 쉬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건설사 관계자는 “무더위가 심한 오후 시간대, 실외 작업을 자제하고 근로자에게 충분한 휴식 시간을 보장하도록 지침을 내렸다”면서 “현장 관리자가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사측(건설사)에서 따로 현장점검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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