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경제연구소의 잇따른 ‘경고’

이정선 / 기사승인 : 2018-06-05 05:41:28
  • -
  • +
  • 인쇄

‘능청불능청(能聽不能聽)’이라고 했다. 제대로 들을 수 있는데도 귀가 어둡다는 핑계 등을 대며 잘 들리지 않는 척하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관련 발언이 ‘능청불능청’인 듯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효과를 충분히 자신 있게 설명해야 한다”며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강조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실제로는 도소매와 음식·숙박업 고용이 1~4월 중 16만 명 줄었고, 임시직·일용직은 64만 명이나 급감했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우려도 있었다.

경제성장률 전망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3%로 잡고 있지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마저 이보다 낮은 2.9%로 전망한 상황이다.

민간경제연구소들은 더 낮게 전망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의 전망치는 2.8%다. 민간연구소들은 하반기 성장률이 상반기보다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현대경제연구원의 경우는 이미 우리 경제를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는 과정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경기 하방 리스크의 확대’라는 보고서에서 “올해 2분기 현재 경기 상황은 경기 후퇴에서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당초 예측한 하강 속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 요인으로 ▲설비·건설투자 절벽에 따른 성장·고용 창출력 고갈 ▲가계부채 증가와 소득정체로 인한 소비 제약 ▲일부 품목에 의존한 산업경기 양극화 ▲국제 유가 상승에 의한 가계 구매력 위축 ▲분배 위주의 재정정책으로 경기 안정화 기능 미흡 등을 하방 리스크 등을 꼽고 있었다. 연구원은 “하방 리스크가 상당수 현실화되면 수년 내 보기 드문 내수 불황 도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면서 “향후 급격한 불황 국면의 도래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에 앞서 ‘미국 발(發) 무역전쟁 사례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는 미국의 보호무역으로 세계 평균 관세율이 10% 높아질 경우, 세계 교역량이 2.5%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이 때문에 성장률이 0.6%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LG경제연구원은 ‘2018년 국내외 경제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2.8% 수준에 그치는 반면, 세계 성장률은 3.8%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법인세 감면 정책으로 미국 경기가 좋아지는 데다, 인도와 브라질 등 개발도상국 경제도 저금리 기조로 회복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 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될 경우, 우리나라와 세계 성장률 격차도 지난해 0.6% 포인트에서 올해는 1% 포인트로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439개 상장기업의 2012년과 작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매출액은 5년 사이에 1.9%가 늘었다고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을 제외하고 따져보면 매출액은 되레 2.2%가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영업이익도 439개 기업 전체로는 73.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2개 기업을 제외한 437개 기업만 보면 증가율이 27.3%로 뚝 떨어진다고 했다. 통계의 ‘착시 현상’을 경계한 것이다.

산업의 ‘현장’과 가까이에 있는 민간연구소들은 이렇게 나라 경제를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이제 와서 경기 논쟁이고, ‘컨트롤 타워’ 논란이다. 민간연구소보다 뒤늦게 경기 논쟁을 벌이면서 ‘컨트롤 타워’ 논란까지 빚으면 서민들만 골탕 먹을 수 있다. 정부는 민간연구소의 지적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