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만모한 싱 인도총리 등 세계의 많은 정치 지도자들은 최근 신년사에서 올해 세계 경제를 두고 하나같이 “전년보다 훨씬 어려운 한 해”, “위기의 한 해”, “고속 성장이 어려운 한 해” 등으로 표현하며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비관적인 전망은 과장 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각국 정상들의 신년사를 보도한 <한국일보>에 따르면, 주요국 정상들은 신년사를 통해 “신년에도 세계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이야기 하며 “희망 대신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한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쏟아냈다. 특히 유럽 정상들은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지 못하는 괴로움과 버티지 않으면 공멸한다는 비장함을 표현했다.
◇ 작년보다 더 힘든 한해 될 것
현재 유로존 위기 수습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신년사에서 “이 시점에서 재정위기가 여전히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며 “올해는 작년보다 더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프랑스 등 유로존 핵심국가로 언제든지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지난해 3% 내외의 경제성장을 기록한 독일은 올해 0.5~1.0%의 저조한 성장세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대선에서 사회당 후보와 힘겨운 싸움을 앞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위기를 탈출하고, 새로운 성장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며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유럽 정상들은 더 침울한 신년사를 내놓았다. 올 한해에만 전체 국가부채의 4분의 1인 3000억 유로를 차환해야 하는 이탈리아의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희생은 피해갈 수 없는 과제”라며 연금수령 연령을 높이고 각종 세금을 인상하는 등의 강도 높은 긴축재정을 예고했다.
‘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의 루카스 파파데모스 총리도 “국민은 매우 힘든 시기를 준비해야 한다”며 “(구제금융의 조건이 결정되는) 올해 첫 3개월이 그리스의 수십 년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지진과 원전사고로 전후 가장 우울한 한 해를 보낸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와 저출산을 경험하고 있다”며 “경제 성장과 재정 건전화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는데 온 힘을 쏟자”고 호소했다.
◇ 급작스런 불경기 도래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각국정상들의 위협적인 발언은 다소 ‘과장’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단일통화체제의 붕괴라든지 중국 경제의 경착륙과 같은 최악의 결과는 피할 수 있을 것이며 특히 예상보다 좋게 나온 세계 제조업에 대한 최근의 통계수치를 보면 급작스런 불경기는 도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미국은 예상보다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반적으로 부진할 것이나 절박한 상황은 아닐 것이라는 지적이다. 세계 생산량은 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것은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고 지난 10년 평균치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서구 정치인들이 자국의 경제를 돕기 위해 할 일이 거의 없고 어쩌면 해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는 한편으론 극히 우울한 전망이 적절한 경고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 엔진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인 유로존은 이미 불황에 빠진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이 불황이 짧고 심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며 올해 생산량은 0.5%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완만한 경기 하강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유럽의 정책입안자들이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채무 위기를 해결해야만 하기 때문”이라고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각 은행에 3년간 유동성을 공급 한다’는 결정으로 채무 위기를 진정시켰기 때문에 긴축재정이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간 동안 완만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러나 정치적인 변수를 감안하면 낙관론은 틀렸을 수도 있다. 정치인들은 현재의 어려운 경제를 타개하기보다는 미래의 낭비를 방지하는 데 주력하기 때문에 유로존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아직도 크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각 은행들은 여러 정부의 채권을 사는 것을 주저하고 있으며, 이탈리아와 스페인만으로도 올 1/4분기에 1500억 유로(약1950억 달러)의 부채를 상환 연장해야 하는 만큼 각국의 채무에 대한 우려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저성장, 큰 적자, 긴축재정의 악순환이 밀려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스페인의 작년 예산 적자는 예상했던 큰 국내총생산(GDP)의 8% 수준이었고, 스페인 정부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정부는 즉각적인 지출삭감과 세금인상을 발표했다.
“경기를 축소시키는 요소들이 힘을 받게 된다면, 유럽의 불황은 극히 심각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은 당연하다. 이는 유로존이 세계경제에 드리운 그림자 중에서 가장 암울한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다. 신생시장도 위험하다. 현재 중국 경제도 분명히 냉각되고 있으며. 중국이 급격한 불경기를 방지할 만큼 거시경제 정책을 완화한다고 해도 금년도 경제성장률은 8%를 넘을 가능성은 낮다. 중국의 낮은 성장률은 상품가격을 인상을 둔화시키면서 남미국가 수출업자에 타격을 줄 것이다.
인도가 가진 큰 예산적자, 미래에 대한 확신 저하, 높은 인플레이션 등 신생국가들의 자체 문제에 동유럽과 터키의 경제성장률에 타격을 줄 유로 경제 위기의 여파로 신생 경제의 성장률은 5%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2009년을 제외하고 지난 10년 간 가장 취약한 실적이다.
◇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 너무 낮아
이코노미스트는 “만일 긍정적인 사건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미국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세계 제1의 경제에 대한 전망이 너무나 낮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 GDP 성장률은 2% 정도일 것으로 예상하는 데 이것은 미국의 내재성장률보다 낮아서 실업률을 낮추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때문에 “이것은 과도하게 어두운 전망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과는 달리 미국은 근로소득세 감세를 일시적으로 연장하여 재정축소 속도를 줄였다. 가계부채 부담이 줄어들었고, 주택시장도 안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노동시장에도 희망의 불씨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전망 역시 유럽의 경우처럼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어둡다. 올해 말의 높은 세금인상과 재정지출 감소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무시한다고 해도 올해는 재정문제에 대한 언쟁과 충돌이 계속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것 역시 경제의 신뢰를 저버리고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처방이다”라고 지적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지엽적인 경제문제로 보다 심각한 긴축재정 문제를 악화시킬 필요는 없다”고 보았다. “재정문제에 대한 보다 정교한 접근방법과 구조적인 개혁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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