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SC(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 행명을 바꾸고 새출발에 나섰다.
SC은행은 지난 11일 서울 공평동 SC은행 본점에서 ‘브랜드 선포식’을 갖고 기존 ‘SC제일은행’에서 ‘제일’을 빼고 ‘SC은행’으로 행명을 변경했다.
이는 해외에서와 달리 국내에서는 SC라는 브랜드가 충분히 자리잡지 못한만큼 충분한 브랜드 효과를 내겠다는 취지다.
행명을 바꾸고 새로운 시작을 하는 올해는 SC은행에게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총파업으로 인해 실추한 이미지와 깊어질 대로 깊어진 노사간 갈등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말 그대로 은행만의 몫이 아닌 직원들도 함께 힘을 모아야만 한다.
우선 긍정적인 사실은 행명변경 과정이다. 지난해 행명 변경을 놓고 노조의 반발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사측의 행보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두고 일각에서는 그 동안 갈등이 깊었던 노사관계가 풀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또 SC은행도 소매금융 강화와 이미지 개선에 나서고 있어 올 한해 SC은행의 행보가 기대된다.
◇행명 변경 계기로 노사갈등 풀어지나
리처드 힐 SC은행장은 행명 변경을 공표하는 자리에서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이 전 세계적으로 성공했지만 한국에서는 이 브랜드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며 “국제적인 DNA를 극대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한국 최고의 국제적 은행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지난해 수출 1조 달러를 달성해 세계 7위 교역국이 됐다. 이런 성장 동력은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이 주로 영업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에 포진해 있다”며 “향후 한국과 교역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국가들과 한국 기업들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행명 변경과 함께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지역에 걸쳐 있는 네트워크와 한국의 기업금융, 소매금융 고객을 연결하고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의 선진 금융 역량을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힐 행장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해 SC은행이 겪은 홍역을 이겨내고자 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2012년을 새로운 도약의 시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번 SC은행의 행명 변경은 단순한 새출발의 의미를 넘어섰다. 갈등의 골이 깊었던 노사관계가 풀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SC은행은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시련을 겪었다. 금융권 7년만의 총파업으로 은행 이미지 실추와 함께 노사관계는 최악으로 치닫았다.
경영개선의 돌파구로 삼았던 ‘성과연봉제’는 노사갈등을 극으로 치닫는 계기가 됐다. 은행권 최초로 ‘연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제’를 도입한다는 취지를 노조입장에서는 반발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에 SC노조는 금융권 7년만에 총파업을 선언하고 속초로 내려가는 강수를 뒀다. 이 같은 총파업은 두달여 지속됐으며, 일각에서는 ‘노사붕괴 우려’라는 말까지 나왔다. 실제 이 기간 동안 SC은행은 고객예치금이 약 1조원 가까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SC은행은 43개 영업점을 폐쇄했으며, 이 후 부분적으로 재개에 들어갔으나 결과적으로 15개 영접점을 폐쇄했다. 고객들도 SC은행의 불안한 상황에 거래를 꺼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행명 변경과정에 있어서 노사관계가 풀어졌다고 풀이되는 이유는 바로 노조의 태도다. SC노조는 지난해 10월 SC은행이 행명변경 계획을 발표하자 이에 반발하며 나섰다. ‘제일’을 빼는 것은 전통성을 없애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 행명 변경과정에서 노조는 사측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서성학 SC은행 노조위원장은 “올해는 투쟁보다 은행이 새롭게 출발하는 것에 맞춰 직원들의 안정화와 SC은행이 최고의 은행으로 발돋음 하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또 폐쇄된 15개 영업점에 대해서는 “파업 뒤 영업력이 살아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회사의 입장을 따랐다.
이에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붕괴가 우려됐던 노사관계가 차츰 회복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결국 SC은행이 경영에 시너지효과가 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고 밝혔다.

◇고객중심 경영 표방…임단협 문제해결이 ‘관건’
SC은행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분명 노사관계의 회복이었다. 그러나 결국 은행이 크기 위해서는 고객관리가 최우선이다.
지난해 총파업 사태는 고객들이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SC은행은 이를 탈피하기 위해 소매채널사업부를 신설하고 총괄헤드에 박종복 전무를 임명했다. 이를 통해 기존 영업점에 한정됐던 기존관리에서 벗어나 오프라인과 온라인·모바일 등을 통합해 최적화된 영업망을 구축한다는 취지다.
또 외국계 은행의 수수료 논란이 불거지자 SC은행은 개선에 나섰다.
그동안 국내 시중은행들이 수수료 인하에 나선 것과는 대비되게 SC제일·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도마 위에 올랐었다.
이에 SC은행은 ATM(자동화기기) 이용 수수료 면제, 기초생활수급자·장애인 등에 대한 수수료 감면·창구수수료 감면 등 즉각 시정조치에 나섰다.
또 지난해 저축은행 파동에 제일·제일2저축은행이 정지되면서 이름이 비슷한 SC은행(SC제일은행)도 간접피해를 입었으나 SC저축은행의 BIS 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18.77%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SC저축은행은 2010 회계연도 결산(2010년 7월부터 2011년 6월) 결과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68억 원, 56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주요 투자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각각 1.24%, 7.26%로 나타나 재무지표의 건전성을 증명했다.
이는 4대 금융지주사가 모두 저축은행을 인수해 본격 경쟁이 시작되는 올해 SC저축은행이 경쟁력이 충분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려가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노사관계가 해소국면에 있지만 아직 갈등의 여지는 남아있기 때문이다.
SC노조는 지난 2년동안 마무리되지 않은 임금단체협상과 총파업의 시발점이 된 성과주의 연봉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러서지 않고 있다.
서 노조위원장은 “다른 은행의 경우 2000~4000만원의 성과급을 받지만 우리의 경우 1분기에 많이 받아도 200~300만원 밖에 안 된다”고 지적하며 “개인마다 차등적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에 있어 공정성과 형평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단협에서 노조의 양보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SC은행의 올해 경영 목표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서 위원장은 "경영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역별 편차 등 현실적 요인은 고려하지 않은 채 각 영업점에 실적 목표를 배정했다"며 "이러한 '짜맞추기식' 목표 설정로 인해 성과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어 직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팀 밀러 SC지주 이사회 의장은 “이번달 말에 새로운 노조 집행부가 들어올 것”이라며 “행명 변경과 함께 노조와의 관계도 새롭게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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