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 = 이준혁 기자] 유럽연합(EU)이 지난 정상회담에서 EU 차원의 감독과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신(新)재정협약 최종안에 합의했다. 또한 유로안정화기구(ESM) 협약도 승인하는 등 재정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 신재정협약 합의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협약을 주도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승리로 일단락됐다고 평가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재정 동맹으로 가는 첫발을 뗐다”고 환영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9일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신(新)재정협약이 유럽 채무위기 해결에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유럽 각 국이 신용등급 하향 위협에 처하는 등 유럽 채무 위기는 2012년까지도 계속될 것으로 우려됐다. 지난 1월13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유로존 채무 위기 대처 능력에 우려를 나타내며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로존 9개국의 신용등급을 1∼2단계씩 하향 조정했다. 또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1월27일 이탈리아와 스페인, 벨기에 등 유로존 5개국 신용등급을 1∼2단계씩 강등했으며 등급 전망도 모두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유로존 줄줄이 신용등급 강등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유로존 9개국의 신용등급 하양 조정에 이어 지난 1월27일 유럽의 경제전망이 악화하고, 예상되고 있는 유동성 위기와 전이에 대해 신뢰할 만한 금융 방화벽이 부재한 상태라며 이탈리아와 스페인, 벨기에 등 유로존 5개국 신용등급을 1∼2단계씩 강등했다. 또 유로존 5개국은 단기적으로 통화 및 재정 충격에 취약하다고 밝혔다.
◇EU 新재정협약 가입…영국ㆍ체코 제외
유럽연합(EU) 27개국 가운데 영국과 체코를 제외한 25개국이 EU 신(新)재정협약에 가입한다.
EU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영국과 체코를 제외한 25개 회원국들은 자국 재정에 대한 EU 차원의 감독과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신재정협약 최종안에 합의했다.
앞서 신재정협약 가입을 거부한 영국과 더불어 체코는 의회 승인 절차 등의 문제로 막판에 가입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조약은 각국의 헌법과 기본법에 ‘재정 균형’ 원칙을 명기하고,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인 국가에 자동으로 제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위반 국가를 유럽 사법 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는 권한도 각국에 부여됐다.
EU는 "신재정협약 최종안이 타결됨에 따라 3월 초로 예정된 정례 EU 정상회담에서 서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신재정협약은 원하는 나라에 한해서 정부 간 협약을 새로 체결하는 것으로 12개국에서 비준될 경우 발효된다.
이에 앞서 긴축만이 재정위기에 능사는 아니라는 비판론이 확대되면서 신재정협약 최종 합의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EU는 이날 회담에서 유로존 17개국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대체해 설립할 유로안정화기구(ESM) 협약도 승인했다. 이에 따라 ESM은 7월1일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된다.
헤르만 판 롬파이 EU 상임의장은 "ESM이 당초 예정보다 빨리 출범하면서 유로존 위기의 전이를 막고 신뢰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그는 그러나 "ESM과 EFSF의 재원의 적절성에 대한 평가는 3월 정상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집행위 관계자들은 "재원 증액 여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며 "독일 등 일부 국가가 재원 증액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판 롬파이 의장은 이밖에도 "EU 정상들이 금융안정을 위한 고통스런 조치의 필요성에 대해 재차 확인했다"며 재정긴축을 계속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그는 "지속가능한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긴축만큼 중요한 것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며 이에 따라 정상회의에서 "성장과 일자리 친화적인 경제성장 방안이 최우선 과제로 논의됐다"고 밝혔다.
EU는 이에 따라 청년실업률을 낮추고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회원국들과 함께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재정협정으로 알려진 새 조약에 서명하기로 했으며 루카스 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는 민간채권단과의 부채 탕감 협상이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銀 부채축소…정부 ‘긴장’
유럽발(發) 재정위기의 영향이 전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가 유럽계 은행들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여 주목된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27일 거시정책협의회를 열고 향후 유럽계 은행들이 디레버리징에 나설 경우 국내 수출입 기업에 미칠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유럽은행감독청(EBA)이 유럽 은행들에 자기자본비율을 9%까지 높이도록 압박하는 등 디레버리징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요 투자은행(IB)들도 유럽 은행들의 디레버리징 규모를 1조~3조 유로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유럽 은행들이 당장 부채축소에 나선다고 해도 국내 무역금융에 곧바로 타격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 디레버리징이 본격화 될 경우 예상되는 전체 외화유출 규모 중 무역금융이 차지하는 비중도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2008년 리먼사태 때도 정부와 한은이 지원한 총 600억 달러의 외화유동성 가운데 무역금융은 110억 달러에 불과했다"면서 "현재까지는 국내 은행이 확보한 유동성도 충분하고, 리먼 때와 달리 유럽자금이 빠져 나가도 미국 등 다른 나라의 자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자금시장과 무역금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무역금융을 예의주시 하는 것은 그만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체 무역금융 규모가 600억 달러 수준인데 이 중 3분의 1이 유럽계 은행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로 추정된다"면서 "유럽 은행들이 디레버리징에 나설 경우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빠져 나가는 자금도 문제지만, 무역금융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더욱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유럽계 은행의 디레버리징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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