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VS경동나비엔, 보일러싸움 내막

최병춘 / 기사승인 : 2013-11-18 09: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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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공정위 경동나비엔 1등 광고 잇따라 제소

[토요경제=최병춘 기자] 최근 ‘국가대표’ 타이틀을 놓고 보일러 업계가 시끄럽다. 보일러 업계 경쟁사인 귀뚜라미보일러와 경동나비엔이 ‘국가대표 보일러 기업’은 누구냐를 놓고 오랜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보일러’·‘대한민국 1등 보일러’라는 광고 표현을 놓고 귀뚜라미가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3차 문제제기에 나서면서 1위 논쟁이 다시 불거졌다.


귀뚜라미는 경동나비엔이 지난해 8월 광고 등에 사용한 ‘국가대표’, ‘대한민국 콘덴싱 판매 1위’ ‘국내 가스 보일러 생산·판매 1위’,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등 10여 가지 문구가 사실과 다르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귀뚜라미의 공정위 제소에 따라 경동나비엔은 당초 지난해 9월 방영 예정이던 TV CF를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장 그해 10월 새로운 CF를 선보였고 기존 표현 외에 오히려 ‘국내 1등’이라는 문구를 더했다.


이에 귀뚜라미는 방송통신위원회에 ‘국가대표’라는 표현과 ‘국내 1등’이란 문구에 대해 심의를 요청했다.


결과는 경동나비엔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귀뚜라미의 제소에 공정위는 지난 1월 경동나비엔의 광고 문구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양사의 2001∼2012년 10월까지의 판매량과 매출액 등을 근거로 살펴본 결과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무혐의로 결정 내렸다. 공정위는 양사 모두 ‘국가대표’라는 표현을 써도 무방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방통위의 경우 조금 달랐다. 방통위는 “국가대표라는 문구를 사용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으나 스포츠라는 특성을 감안 상징적인 부분에서 해당 표현에 증빙 근거를 명시하라”며 ‘의견제시’ 조치를 내렸다.


행정조치 중 ‘의견제시’는 가장 낮은 단계의 조치로 경동나비엔이 해당 문구를 사용을 강제적으로 막을 수는 없었다.


연이은 참패로 공정위의 결정에 귀뚜라미는 매출액 등의 자료에 문제가 있다며 곧바로 재심의를 요청했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우리는 가정용 보일러 매출만 제출했지만 경동나비엔의 경우 산업용매출과 온수기 매출이 포함돼 있어 공정한 잣대로 평가됐다고 볼 수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경동나비엔 측은 “공정위 요청에 따라 합당한 자료를 제출했다”며 “서로 제출한 자료를 확인 할 수 없는데 어떻게 이 같은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어 귀뚜라미는 또 올해 4월에 2012년 TV광고 문구로, 10월 22일에 현장 팜플랫과 배너 광고 등을 문제 삼으며 공정위에 다시 제소하기에 이른다.


귀뚜라미의 지속적인 민원제기에 공정위도 난감해 하는 눈치다. 귀뚜라미가 업계 1등 논쟁에 이어 제품 별로 1등 논쟁을 확산시키고 있어 귀뚜라미가 제소한 품목에 대해서 모두 매출 관련 자료 등을 조사해 1등을 가려줘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귀뚜라미 측은 진흙탕 싸움으로 비춰지고 있는 이번 분쟁 논란이 불편하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정당한 경쟁인가 소모적 분쟁인가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업계 1위’ 문구를 놓고 귀뚜라미가 이전투구 양상으로 분쟁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는 비판적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귀뚜라미 관계자는 “업계간 경쟁은 당연한 것이다. 이번 사안이 분쟁으로만 비춰지는 듯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15년 넘게 브랜드파워 1위를 해오기도 하는 등 그동안 업계 1위에 자리를 지켜왔다”며 “그럼에도 우리는 국가대표라는 등의 표현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경쟁사가 제대로 된 근거 없이 ‘1등’이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지 않은가”라고 설명했다.


또 “정당한 평가 받고 잘못된 점을 바로잡자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경동나비엔 역시 이 같은 분쟁이 달갑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1위 기업이라는 문구를 사용할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1위 논쟁을 벌이고 싶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논쟁은 논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를 제기한 문구는 광고심의에 다 통과 된 것이고 근거 자료를 다 제출해 입증 받은 것”이라며 귀뚜라미의 잇따른 제소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귀뚜라미 측은 일단 지난 8월 귀뚜라미가 공정위에 요청한 재심의 결과를 기다려 보겠다는 입장을 본지에 전달했다.


하지만 ‘보일러 업계 1위’라는 믿음과 자신감이 서로 부딪히고 있어 공정위 재심의 결과로 이번 분쟁이 일단락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지나칠 정도다 싶을 두 회사의 광고 문구 분쟁은 보일러 업계 1위를 놓고 벌이는 자존심 싸움으로 해석된다.


특히 1962년 설립해 50년 이상 오랜 역사를 자랑해온 귀뚜라미보일러가 최근 몇 년 사이에 1962년 설립해 후발주자로 나선 경동나비엔과 매출액 등 실적을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자존심 싸움에 불이 붓게 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2008년까지는 귀뚜라미가 1위였지만 2009년부터 경동나비엔이 귀뚜라미 매출을 앞서기 시작해 지난해까지 귀뚜라미를 밀어내고 업계 1위에 올랐다. 지난해 매출을 보면 경동나비엔이 3413억원을 기록해고 귀뚜라미보일러가 3073억원으로 경동과 근소한 차이를 보이며 2위에 그쳤다.


하지만 귀뚜라미 측은 아직까지 보일러 분야 업계 1위는 자신들이라고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귀뚜라미 측은 “우리는 산업용 생산은 별도로 하고 있고 온수기 비중이 적어 전체 매출은 적을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가정용은 우리 매출이 더 높다”며 강조했다. 하지만 비교할 수 있을 매출 내역은 밝힐수 없다며 공개를 꺼려 확인 할 수 없었다.


경동나비엔이 상장 회사인데 반해 귀뚜라미 측은 비상장 회사다보니 기준에 따른 실적 비교에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장기 부동산 침체로 아파트 공급이 줄어 신규 보일러의 판매 시장이 좁아지자 내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것이 과도한 자존심 싸움으로 불거지게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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