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온은 지난 14일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이 등기이사직을 사임했음을 공시했다. 담 회장의 임기는 2015년 3월까지이다. 오리온은 강원기·담철곤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강원기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바뀐다.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은 오리온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에서 맡고 있는 등기이사직은 유지한다.
담 회장이 오리온 그룹 지분의 14.49%를 부인인 이 부회장은 12.91%를 가지고 있어 실질적인 오너임에는 변함이 없다.
오리온 측은 담 회장 부부가 그룹 전체적인 경영에 전념하는 대신 오리온은 전문경영인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은 등기이사에서 물러나더라도 회장·부회장 직위는 그대로 유지한다”면서 “국내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두 사람은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리온 관계자는 “기업 외형이 커진 만큼 각 법인 실무 경영진의 의사결정 권한을 강화하기 위한 것일뿐”이라며 “경영상 크게 바뀌는 점은 없다”고 말했다.
오리온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업계 일각에서는 두 오너의 등기이사직 사퇴 이유에 대해 다른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최근 대기업 오너 일가의 사회적·법적 책임이 강화된 상황에서 등기이사직을 유지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시각이다. 이와 함께 정권 교체 이후 기업 오너를 겨냥한 사정바람이 거세게 불어 닥친 것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됐던 고액연봉 논란과 올해 국내 재계를 뒤흔든 동양그룹 사태 역시 담 회장 부부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액연봉·횡령 등 논란 ‘압박’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담 회장은 작년 오리온으로부터 매달 5억1761만원의 급여를 받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 액수는 오리온 직원 평균 연봉의 180배에 달한다. 매달 5억1761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고액급여소득자 40명 중 31위다. 이는 그룹 지주회사인 오리온에서만 받은 급여로 다른 계열사에서 지급한 급여나 배당금 등을 합치면 담 회장의 연간 소득은 더욱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가 5억원이상 연봉을 받는 등기이사의 보수 내역을 낱낱이 공개할 것이라고 발표해 등기 이사직 유지가 담 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다. 당장 오는 29일부터 상장사 등기이사 보수가 연 5억원 이상인 경우 근로소득·퇴직소득 등 구체적인 항목별로 개별 공시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상장사 등기임원 전체의 보수총액만 공시돼, 회장과 사장 등 핵심 경영진의 개별 보수는 알 수 없었지만 개별 보수의 급여가 상세히 공개될 예정이다. 하지만 연봉공개 대상에 미등기 이사는 제외돼 이 점을 노린 꼼 수 아니겠냐는 것이다.
또 담 회장은 올해 횡령 등의 혐의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점도 이사직 사임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담 회장은 회사 돈 300억원을 유용한 혐의를 받아 올해 4월 담 회장이 지난 4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집유 5년 원심 확정 받았다. 고가 미술품을 법인자금으로 매입하고 람보르기니 등 고급 승용차를 계열사 자금으로 리스해 사용하는 등 총 226억원을 횡령하고 74억원을 유용한 혐의로 2011년 6월 구속 기소된 바 있다.
◇무너진 형제기업 동양그룹 ‘부담’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그룹 사태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동서지간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지원을 요청했지만 담 회장이 이를 거절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친족기업 간 갈등이 담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담철곤 회장은 동서지간이다. 故 이양구 회장의 큰 딸 이혜경 부회장과 남편 현 회장이 동양그룹 몸통을 승계 받았고 둘째 딸 이화경 부회장과 담철곤 회장은 제과분야를 물려받아 현재 오리온그룹을 일궈냈다. 오리온그룹과 동양그룹은 지난 2001년 계열 분리됐다.
동양 그룹은 회사채와 채무상환 압박에 시달려왔다. 동양 레저, 동양 파이낸셜, 동양 인터내셔널 등 5개 계열사가 발행한 기업어음(CP)규모는 1조1000억원 가량에 달한다. 연내 상환해야 할 자금은 7300억원이다. 당장 다음 달 만기가 돌아오는 것은 4278억원이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동양 그룹은 오리온 측에 오리온의 대주주인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보유 중인 오리온 주식(총 27.4%)을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기 위한 담보로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룹의 신용도를 보강해 1조원대의 ABS를 발행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오리온은 지난 23일 “오리온그룹과 대주주들은 동양그룹 지원 의사가 없으며 추후에도 지원 계획이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동양그룹의 도움요청을 단칼에 거절 한 것이다.
동양그룹 창업주의 미망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이 동양네트웍스에 무상 대여한 오리온 주식 2.66%(15만 9000주)를 증여하기로 결정한 것과 대조적이어서 동양그룹은 서운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동양네트웍스 측은 “이 이사장의 증여 결정은 오리온 그룹의 동양그룹 지원 여부와 무관하게 결정됐다”며 “이번 오리온의 발표로 친족기업의 의미가 퇴색했다”고 말했다.
궁지에 몰린 현 회장 부부의 지원 요청을 담 회장 부부가 거절하면서 동양그룹과 오리온그룹 간의 달라진 처지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동양사태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 9월만 해도 맏사위 일가가 보유한 주식자산의 가치가 둘째 사위 부부의 자산 가치에 비해 54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 9월 24일 당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비롯해 이혜경 부회장과 자녀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상장 계열사 주식의 자산가치가 330억 원에 불과했다. 같은 날 오리온은 주가가 급증하면서 담 회장 일가의 지분가치는 무려 1조7968억에 달했다. 최근 동양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재출연을 약속한 현 회장의 주머니사정은 더욱 악화돼 차이는 더 벌어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