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바 섬을 압도하는 세계 최대의 불교 유적 ‘보로부두르’

박진호 / 기사승인 : 2014-10-31 10: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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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바 문명의 중심에 위치한 불교의 성지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박용우 객원기자] 남아시아에 위치하고 있는 인구 12억의 대국 인도는 힌두교를 비롯해 불교와 자이나교, 시크교 등 4개 종교가 발생했고 이슬람교와 기독교, 조로아스터교, 유대교 등이 공존하고 있는 인류사와 종교의 혼합공간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도의 영향권에 해당하는 동남아시아도 다양한 종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다. 이곳의 문화 역시 여러 종교가 혼합되어 오랜 시간을 거쳐, 많은 종교적 유산이 혼재되어 있다.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족자카르타(Yogjakarta)에서도 이러한 모습은 쉽게 관찰된다. 자바섬에 위치한 족자카르타 지역은 과거 마타람(Mataram) 왕국의 중심 지역이었다. 마타람 왕국의 자바 문화가 가장 잘 보존되어 있고, 왕궁의 축제도 진행되는 족자카르타 지역에는 수많은 사원들이 세워져있다. ‘프람바난’은 족자카르타 지역의 종교 유산을 대표하는 힌두교 사원이다.
브라흐마(Brahma, 창조의 신), 비슈누(Vishnu, 유지의 신)와 함께 힌두교 삼주신(트리무르티, Trimūrti) 가운데 하나인 파괴의 신 시바(Shiva)에게 봉헌된 자바 주에서 가장 큰 사원으로 지난 199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 ‘프람바난’은 과거 10세기 무렵까지 존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마타람 왕국의 유산이다. 그런데 마타람 왕국은 16세기 무렵 다시 부활하는데 이때에는 힌두교가 아닌 이슬람 왕국으로 치세를 이어갔다. 시대가 바뀌며 지역의 정신문화를 지배하는 사상의 기반이 다양하게 존재했음을 증거 하는 것이다.
세계 3대 불교 유적
그러나 아시아 일대에 오랫동안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불교 역시 동남아 곳곳에 그 장대한 역사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왕국이 번성했던 족자카르타에도 불교 사원들이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힌두사원인 프람바난 주변에는 다양한 불교 유적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떤 것이 힌두교이고 어떤 것이 불교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여기에 ‘보로부두르’가 위치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불교 유적으로 알려진 ‘보로부두르’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미얀마의 바간과 함께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역사 유적이자 세계 3대 불교 유적이다. ‘보로부두르’는 8세기 무렵 샤일렌드라(Silendra) 왕조가 건설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대지진과 화산 폭발로 인해 그 존재가 잊혀 졌으며, 정글 속에 숨겨진 유적이 됐다.
우리나라의 석굴암과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 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앙코르와트보다는 300년 앞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고학계에서는 완성까지 약 70년이 걸렸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건설과 관련한 자료가 남아있지 않아 확실한 것은 알 수 없다.
‘보로부두르’는 1814년, 네덜란드로부터 한시적으로 자바 지역의 통치권을 인계받았던 영국의 총독, 토머스 스탠포드 라플즈에 의해 그 존재가 다시 알려졌다. 자바 섬 정글의 숲을 제거하면서 드러난 ‘보로부두르’는 1900년대에 이르러 네덜란드 정부가 나서 대대적인 유적조사와 함께 수리 복원 작업을 펼쳤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1970년대에 다시 한 번 대규모 복원을 진행했다.
예술과 종교의 혼연일체
많은 탑들이 집합체를 이루고 있으며 전체의 모양도 탑의 형태를 하고 있는 분지의 구릉 지대 위에 안산암을 올려 구축한 ‘보로부두르’ 전체의 면적은 약 1만 2000m2, 높이는 약 31.5m로 알려져 있다.
각층마다 테라스가 있는 10층 3단 형태의 구조물이며 정상에는 종 모양의 ‘스투파’라는 불교 건축물이 자리하고 있다. 1층 테라스는 단순한 플랫폼 형태로 통로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2층부터 5층까지는 난간 형태의 벽 구조물에 둘러싸여 회랑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1층 기단은 한 변의 길이가 123m의 정사각형 모양이다. 2층부터 6층까지의 테라스는 사각의 형태이고, 7층부터 9층까지는 정상의 ‘스투파’를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다.
‘보로부두르’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불교 유적이지만 실내 공간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없어 정확히 ‘사원’이라고 정의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테라스 위에 위치한 다고파라는 구조물에 수많은 불상들이 모셔져 있어 ‘사원’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주고 있다. 7층에 32기를 비롯해 8층에 24기, 9층에 16기의 불상이 각각 배치되어 있다.
정사각형 하단부에 위치한 주벽과 부벽 등 벽면에는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부조로 조각해 놓았는데, 탄생과 고난, 그리고 열반에 이르는 이야기를 총 2672개의 부조로 구성했으며, 이 조각을 따라서 순례로가 이어진다.
머라피 화산과 가까운 케토우 분지에 자리 잡고 있는 ‘보로부두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성인 기준으로 23만 루피아의 입장료를 내야 한다.
우리 돈으로 2만원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인데 이는 현지 물가를 감안할 때 비교적 높은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대신 물이나 음료 등은 입장 전에 충분히 제공을 해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지정되어 있는 ‘보로부두르’는 아시아 유적지 중 최초로 유네스코 주도하에 복구사업이 진행됐고, 현재도 작업은 진행 중에 있다.
인류사‧종교사‧건축사를 아우르는 명작
‘보로부두르’는 종 모양의 형태를 하고 있는 만큼 피라미드와 같은 모습을 갖고 있으며 총 150여개의 계단이 만들어져 있다. 계단은 동서남북의 4방향으로 만들어져있다. 계단을 오르면서 볼 수 있는 부조도 약 1500여개에 이른다.
사원의 구조를 불교적 관점에서 보자면 1~2층의 기단은 '욕계' 즉 욕망의 세상, 더러운 세상을 뜻하게 되며 이곳에는 욕망에 의해 지배되는 일상적인 경험 세계가 부조로 표현되어 있으며, 3~7층의 기단인 '색계'에서 첫 번째 회랑은 석가모니의 탄생부터 열반을 표현한 부조가, 2~4번째 회랑에는 불교의 화엄경을 표현한 부조가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8~10층의 기단은 '무색계'를 표현하고 있는데, 종 모양의 스투파는 모든 탐욕이 사라져 물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무색계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6층까지는 내부에서 외부를 볼 수 없는 형태로 지어져 있지만 7층 기단에 이르면 대자연의 풍경이 고대인의 건축 예술과 함께 위용을 드러낸다. ‘보로부두르’에는 총 540개의 불상이 있으며 이들은 각기 다른 6가지의 손 모양을 하고 있다.
‘보로부두르’는 건축적으로도 상당한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산 구릉이었던 지역에서 흙을 파내면서 축조작업을 진행하고 일정한 크기대로 돌과 돌 사이에 홈을 파서 결합한 형태이기 때문에 독립적으로는 해체가 불가능하다. 석조물의 무게가 무려 350만 톤에 이르는 대형 건축물을 지으면서 돌과 돌 사이에 접착제를 쓰지 않은 양식이라 당시의 축조 기술에 상당한 경탄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또한 바닥 역시 바닥돌을 일정하게 두지 않고 서로 다른 모양의 짜맞춤 모양으로 구성하여 흔들림을 최소화했다. 지진과 화산폭발 등 천재지변에 미리 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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