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잇따른 계열사 합병 '진짜 이유'

최병춘 / 기사승인 : 2014-01-20 18: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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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코-엔지니어링 합병 두고 경영권 승계·일감규제 회피 '꼼수' 논란

[토요경제=최병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 합병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16일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이 합병한데 이어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도 최종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거대 계열사의 합병 움직임이 올해 들어 2건이나 추진되며 그룹 전체 조직 구도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면서 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룹 측은 계열사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배경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밖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사뭇 다르다. 올해부터 본격 가동되는 ‘일감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꼼수’라거나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잇따른 계열합병, 명분은 '시너지 효과'


그룹은 16일 비상장 건설 계열사인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이 합병해 4월 1일부터 새로운 법인으로 공식출범한다고 밝혔다.


현대엠코는 현대차그룹이 자동차·제철 등 그룹 공사를 위해 2002년 설립한 회사로 시공능력평가 순위 13위 업체다. 현대건설의 자회사로 설립된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이 지분 72.5%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54위의 플랜트 전문 건설업체다.


이번 합병은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엠코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의 합병비율은 1대 0.18이다. 그룹 측은 당초 외형이 큰 현대엠코가 현대엔지니어링을 훕수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식가치가 높다는 점을 감안해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바꿔 추진했다.


그룹 측은 두 회사의 합병 이유로 건설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내세웠다. 건축·토목의 현대엠코와 플랜트 전문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역량 결합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두 회사의 합병이 현대차그룹 건설사업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것”이라며 “그룹은 앞으로 건설부문 계열사의 공종별 전문화 및 사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지난해 말 기준 매출은 6조원, 자산규모는 4조원으로 증가해 국내 건설사중 시공능력평가 10위권 안으로 진입하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이번 합병으로 오는 2025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탑 10 엔지니어링 기업을 성장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프랜트 턴기공사(EPC) 수주 경쟁력을 확보, 수주로만 22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계산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석유화학·전력 등 플랜트 설계와 시공이 주력인 반면 현대엠코는 빌딩·도로·항만·주택 등 토목·건축부문이 강점으로 각자 전문성이 결합될 경우 국내외 턴키발주 수주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이 같은 설명은 지난해 10월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사업 부문 합병에서도 적용됐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 냉연사업 부문 합병으로 열연·냉연 강판 공정을 일원화해 생산원가를 절감하고 재무구조가 좋은 하이스코와의 합병을 통해 수익성 제고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특히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로부터 당진·순천공장을 인수, 열연(현대제철)과 냉연(현대하이스코) 2가지 공정으로 분류해 운영하던 현대자동차그룹의 철강 계열 업무가 하나로 일원화된다. 이에 ‘강판(현대제철)-자동차 모듈(현대모비스)-완성차(현대·기아차)’ 등 자동차 생산의 수직계열화도 완성돼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정의선 부회장, 경영승계 시작되나


▲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하지만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의 합병 배경을 두고 외견상 ‘시너지 효과’를 내세우고 있지만 다른 속내가 있다는 다른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과 달리 현대엠코와 현대엔지니어링 합병에는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깊이 관여됐다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이는 이번 합병으로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 구조가 크게 요동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엠코의 합병으로 현대건설은 4월 출범하는 합병법인의 지분 38.6%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지분율 25.06%로 현대엠코의 최대주주인 정의선 부회장은 합병회사 비준 11.7%를 보유하게돼 자연스럽게 2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특히 앞으로 합병법인이 상장하거나 현대건설과 추가합병 후 우회상장하게 되면 정 부회장의 지분 가치가 크게 상승, 경영권 확보를 위한 자금은 충분해 질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현대차그룹 실질적인 지주회사로 볼 수 있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늘려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 현대차 → 기아차 →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로 연결돼 있다. 하지만 총수일가가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9%를 사들이면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도 끊고 그룹 지배력 또한 높일 수 있다.


◇일감몰아주기 회피 ‘꼼수’


이와 함께 연이은 계열사 합병을 두고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2월 14일부터 재벌 총수 일가의 부당한 사익 추구를 막기 위해,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일감몰아주기 과세 규제를 시행한다. 이에 그룹 측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계열사 합병으로 총수 일가 지분과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방안 마련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현대엠코는 정의선 부회장이 26%, 정몽구 회장이 10%로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35.6%에 달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과의 합병으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은 16.4%로 떨어져 규제에서 벗어나게 됐다.


또 이번 합병으로 내부거래 비중을 크게 낮춰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따른 증여세도 상당부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엠코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인 208개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내부거래 금액이 두 번째로 높은 회사였다. 지난 2012년 기준 내부거래 금액이 1조7588억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61.19%나 됐다. 하지만 내부거래 매출 비중이 4%에 불과한 현대엔지니어링과의 합병으로 내부거래 비중은 37.16%로 낮아지게 된다. 올해부터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부과 기준이 대주주나 친인척이 3% 이상 지분을 가진 계열사와 특정 기업의 내부거래 매출 비중 30%에서 15%로 대폭 강화된 점을 대비한 행보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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