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의 실적이 악화될 때 가장 먼저 손을 대는 곳이 바로 R&D에 대한 투자비용이다. 최근 국제적인 경기 불황으로 미국 기업의 4분의 1 이상이 R&D부문 투자비용을 줄인 것으로 집계됐으며, 그 중에서도 꾸준한 R&D 투자를 바탕으로 한 신약개발이 성장동력인 제약업체 머크, 화이자,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 등도 해당 비용을 꾸준히 줄여왔다. 머크의 경우 지난 1분기 R&D 비용을 지난해보다 18%나 삭감했으며, 다른 업체도 평균 9% 가량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제약업체의 R&B 투자비용은 다른 분야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미약품의 경우 지난 2분기 매출액에 전년 동기대비 3.7% 증가에 그친 1863억 원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R&D에는 매출의 19.6% 규모인 365억 원을 투자했다. 이에 영업이익은 되려 26.4%를 감소하고 순이익 역시 3.6% 감소하게 됐다.
한미약품은 비록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감소하고는 있지만 국내외에서 꾸준한 연구 개발을 통해 약효지속, 투약용량 최소화 컨셉의 바이오신약과 내성이 생긴 암환자 또는 부작용에 노출된 암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차세대 표적항암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된 글로벌 학회에서도 전 세계 제약 연구자와 임상전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미약품은 2013년 1156억 원을 투자함으로써 제약업계 최초로 한 해 1000억 원 이상을 R&D 비용으로 투자해 특히 주목을 받고 있으며, 800억 원을 투자한 대웅제약이나 756억 원을 투자한 녹십자 역시 적지 않은 비용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제약업계에 불어 닥친 불황은 이들로 하여금 R&D 투자에 인색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2012년 대비 2013년 R&D 비용을 27%나 올린 한미약품과 안국약품을 제외하면 평균 0%의 증감률을 기록했다.
제약업계의 이러한 노력에도 정부가 만든 제도는 제약업계에 과잉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임상시험 용역에 대한 부가세 부과결정’이나 ‘사용량·약가 연동제 등의 약가인하 정책’, ‘리베이트 투아웃제’ 등의 규제가 그것이다.
물론 R&D에 대한 투자를 많이 했다고 형평성 논란을 부추길 부가세 면제나 불법리베이트 허용 등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과잉 규제 논란이 제약업계의 연구 노력에 발목을 잡아서도 안 된다.
또한 10년, 20년 앞을 바라보고 연구 개발을 해야 하는 제약업계의 특성을 고려치 않고 가업승계 논란을 부추기는 언론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국내 제약업계는 글로벌 제약브랜드에 비해 R&D 비중은 높지만 아직 상대적인 투자비용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국내 몇몇 제약업계 브랜드는 글로벌기업으로 도약을 꿈꾸며 연구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들이 내놓을 혁신 신약에 대한 적정 약가 보장 시스템도 필요하다.
정부와 언론은 그들에게 돌만 던질 것이 아니라 적절한 당근도 주어 한국産 글로벌 제약기업이 탄생을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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