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 사장이 우리 세탁기를 고의로 부쉈다!”

박진호 / 기사승인 : 2014-09-19 09: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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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LG 조성진 사장 등 고발 … LG전자, “사실과 달라”

[토요경제=박진호 기자] 삼성전자가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 사장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가전 업계에서 오랫동안 정상의 자리를 놓고 자존심 싸움을 벌여온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법정 송사를 벌여온 것은 과거에도 있었던 일이지만 상대 기업의 임원을 지목하여 직접적으로 법정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례적인 경우다.


특히 상대 기업의 제품을 고의적으로 파손시켰다는 명목으로 인한 논란이 벌어지면서 진실공방에 의한 시시비비에서 패배하는 쪽은 상당한 도덕적 지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조 사장 등 에 대해 업무방해, 명예훼손,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수사의뢰를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 독일에서 개최된 ‘2014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 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기간 중 조 사장이 자사의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IFA는 독일가전통신전자협회(GFU)의 주관으로 매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제품 박람회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와 함께 세계 가전제품의 동향을 읽고 산업의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양대 전시회로 손꼽히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IFA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자사의 브랜드 제고는 물론 신제품을 투입하며 영향력 강화에 나선 바 있다.


삼성, “정황‧물증‧증거, 모두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이 기간 중, 유럽 최대 양판점인 자툰의 독일 베를린 유로파센터 및 슈티글리츠 매장에서 발생한 삼성 세탁기 크리스탈 블루 손괴 사건과 관련해 LG전자의 조 사장이 관련이 있다고 보고 수사 의뢰를 한 것이다. LG전자 임직원들은 지난 3일, 자툰 유로파센터 매장에서 삼성 크리스탈 블루세탁기를 파손시키다가 적발, 매장 측에 세탁기 4대에 대해 변상조치를 한 바 있다.


이후 삼성전자는 다른 매장의 제품을 점검하던 중 자툰 슈티글리츠 매장의 크리스탈 블루 세탁기 3대가 동일한 형태로 손괴되어 있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를 현지 경찰에 신고했다. 삼성전자는 슈티글리츠 매장측과 CCTV를 확인한 결과 양복 차림의 동양인 남자 여러 명이 제품을 살펴보다가 그 중 한 명이 세탁기를 파손시키고 현장을 떠나는 장면을 확인했고, 제품을 파손시킨 사람이 조성진 사장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독일 현지에서 이미 조 사장이 파손을 시킨 장본인임을 확인했지만 국가적 위신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사안을 확대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하지만 해당 업체는 제품이미지를 실추시켰을 뿐 아니라, 거짓해명으로 삼성전자의 전략 제품을 교묘히 비하해 당사 임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국내에서 법적 조치를 통해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LG, “임원이 나설 이유가 있나?”
그러나 LG전자의 입장은 다르다. LG전자는 입장자료를 통해 “특정 회사의 제품을 파손시켜 그 제품 이미지를 실추시킬 의도가 있었다면 굳이 당사 임직원들이 직접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반박했다. LG전자는 현지 슈티글리츠 매장이 일반 소비자라면 누구든지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살펴 볼 수 있는 양판점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조 사장과 임원진이 해당 매장에서 여러 제품을 살펴본 사실은 있지만 이는 해외 출장 시 경쟁사 제품과 그 사용환경을 살펴보는 것으로 “어느 업체든 통상적으로 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파손된 삼성전자의 세탁기에 대해 “해당 모델은 세탁기 본체와 도어를 연결하는 힌지 부분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다”고 지적하며 “여러 회사 제품을 똑같이 살펴보고 나왔으나 해당 매장 측에서는 당사 임직원 방문 후 지금까지 당사에 어떠한 요구도 없었다”고 반박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LG전자 측의 주장에 대해 ‘거짓해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모럴해저드 혹은 기술력의 한계
삼성전자는 독일 베를린 매장에 전시돼 있던 고장난 세탁기를 국내에 들여오고 있다면서 도착하는 즉시 문제의 세탁기를 검찰에 증거물로 제출할 것이라고 밝히는 한편, 세탁기 파손 장면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CCTV 화면은 내부 법률 검토 결과 외부 공개는 하지 않기로 했지만 수사기관에는 증거물로 제출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진실공방이 가열되자 “LG전자가 동의한다면 CCTV를 공개하겠다”며 수위를 높이고 있다. LG전자는 검찰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번 사건으로 구설에 오른 LG전자의 조성진 사장은 LG전자 최초의 고졸 사장으로 지난 1976년, 당시 금성사에 입사하여, 지난해 1월 HA사업 본부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특히, 듀얼 분사 스팀 세탁기 등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LG전자의 세탁기를 세계 1위에 올려놓는 등, 세탁기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의 전문가로 손꼽히고 있다.


한편, 힌지 부분이 파손되어 논란이 된 세탁기는 삼성전자가 유명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과 협업해 만든 크리스탈블루 세탁기로 문짝과 본체를 연결하는 힌지가 하나로 연결돼 있어 문이 170도까지 열리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LG전자 측은 “힌지가 하나라서 오히려 강도가 약해가 파손이 쉽지 않냐”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크리스탈블루 세탁기는 생활가전 부분에서 LG전자에게 글로벌 1위 자리를 내주고 있는 삼성전자가 전세를 뒤집기 위해 내놓은 야심작이기도 하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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