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이시영(30)이 칭호를 하나 더 획득했다. 바로 ‘챔피언’이다. 1년 4개월 만에 다시 링에 오른 이시영은 지난 7일 서울시장배 아마추어복싱대회 겸 전국체육대회 서울시 선발전 우승마저 챙기며 여자 48kg급 국내 최강자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지난 2010년 TV단막극의 여자복서 캐릭터를 준비하기 위해 복싱과 인연을 맺은 이시영은 정작 드라마는 불발됐음에도 불구 복싱에 매료돼 글러브를 놓지 않았다. 급기야 그해 11월 KBI 전국생활체육복싱대회 정상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작년 2월 신인아마추어복싱전, 3월 제7회 전국여자신인아마추어복싱선수권대회를 석권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그녀는 지난 6일 한다운(18·강동천호)에겐 20대 0, 7일 결승전 상대인 조혜준(17·올림픽)에게는 21대 7로 압도적인 기량을 보이며 우승을 따냈다. 6일 경기에서는 한 대도 안 맞았고, 7일 경기에서는 자신이 때린 것의 3분의 1만 맞은 셈이다.
경기가 끝나고 가진 짧은 인터뷰에서 그녀는 “사실 어디 가서 자랑할 실력이 아닌데 관심을 가져주고, 칭찬도 많이 해줘 정말 감사하다”며 “부족한 점이 많아서 보완하기 위해 열심히 연습했다. 하지만 막상 시합에서는 연습한대로 되지 않아 아쉽고, 관장에게 면목이 없다”고 한없이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복싱을 정말 사랑하고, 앞으로도 열심히 복싱을 연마할 생각임을 분명히 했다. “가벼운 마음이나 취미로 혹은 재미로 출전하는 것은 아니다”며 “영화 찍는 틈틈이 오후나 새벽에 훈련했다. 촬영 끝나고 나선 선수들이랑 똑같이 훈련했다”고 돌아봤다.
특히 “이 대회는 내게도 중요하지만 다른 선수들에게도 중요하다. 그래서 다른 선수들에게 방해가 될까봐 미안해서 그 동안 인터뷰에 응하지 못했다”라는 말에서 복서이자 참가선수로서의 자세도 엿볼 수 있었다.
맞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시영이지만 그녀 역시 “맞는 게 무섭기는 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복싱은 내게 있어 인연인 것 같다. 오히려 연기하는데 도움이 됐고, 용기를 줬다”고 솔직한 마음을 표현했다.

◇ “나는 복서다”
이시영이 작년 3월에 우승을 차지했을 땐 솔직히 긴가민가했다. 연예인으로써 ‘이슈’를 만들기 위해 ‘하는 척’인건 아닌지, 스타마케팅 차원에서 복싱계에서 밀어주기 한 것은 아닌지 하는 일말의 의구심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그녀는 자신이 권투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털어놓으면서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진심이 느껴지긴 했지만 눈으로 확인하기까지는 이시영의 권투 열정이나 애정, 선수로서의 실력이나 위상에 관해서는 100% 확신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정말 오랫만에 이시영이 복싱대회에 참가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6일 펼쳐진 준결승전에서 그녀가 마우스피스를 끼고 링 위에 서자 취재진의 카메라 세례가 쏟아졌다. 그러나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매서운 눈빛은 “오늘 나는 여배우가 아닌 복서”라고 웅변하는 듯했다.
이시영은 경기를 차분히 운영하며 점수를 차곡차곡 쌓았고 심판석 모니터의 점수판은 이미 이시영의 완승을 사실상 확정짓고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헤드기어를 벗은 이시영의 하얀 이마에는 빨간 헤드기어 자국이 나있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복싱계 인사들은 칭찬 일색이었다. 88서울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김광선 KBS 복싱 해설위원은 “자기는 맞지 않으면서 상대를 일방적으로 때린 이시영의 퍼펙트게임”이라며 “신인대회 때부터 이시영의 경기를 지켜봤는데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키가 크면서도 스피드가 있고, 스텝도 좋아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치켜세웠다.
준결승 상대였던 홍다운을 지도한 임창용 관장은 “연예인인 점에 착안해 얼굴을 집중공격하면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복부가 열릴테니 그때 복부에 훅을 가하는 작전을 짰다. 그런데 아예 얼굴을 공격하지 못했다”면서 “신체 조건도 좋지만 정말 노력을 많이 해 그만한 기량을 갖출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고 호평했다.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서울시 아마추어복싱연맹 김승미 부회장은 “빠른 스텝과 좋은 신장을 이용해 상대가 들어오는 것을 받아치면서 일방적으로 경기를 이끌었다”며 “그녀를 잡을만한 선수가 아직 없는 만큼 이시영이 최대한 빨리 그런 약점을 보완한다면 앞으로 어떤 경기에도 승산이 있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서울시 아마추어복싱연맹 신종관 부회장은 “신체조건도 훌륭하고, 기량도 빼어나지만 무엇보다도 복싱을 사랑하는 마음이 정말 크다”며 “그녀가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뒤 복싱 인구가 10% 늘어났을 정도로 침체된 한국 복싱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는 보배”라고 높이 평가했다.

◇ “배우로서도 복서로서도 좋은 모습으로”
경기는 120% 리얼이었다. 이시영도 화제를 일으키기 위해 글러브를 끼는 것이 아니었고, 복싱계도 이시영의 활약이 복싱 활성화의 기폭제가 돼주고 있어 고마워하고는 있지만 모든 승부는 사각의 링 위에 맡겨놓고 있었다. 복싱연맹 고위인사들이 이시영을 따로 격려하는 모습도 전혀 볼 수 없었다.
이후 이시영은 다음날 펼쳐진 결승전에서도 조혜준을 판정승(21-7)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이시영은 큰 키와 빠른 풋워크를 이용해 유효공격을 성공, 준결승에 이어 또다시 승리를 따냈다. 이날 승리는 전국체전 출전권도 걸려있어 사람들의 관심은 당연히 그녀의 전국체전 출전 여부로 모아졌다.
하지만 전국체전 참가 여부에 대해서는 그녀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현행 전국체전 규정엔 이시영이 출전한 여자 48kg급은 따로 없고 51kg, 60kg, 75kg 3개 체급만 있다. 이시영이 전국체전에 나가기 위해서는 이 대회 51㎏급 우승자인 김혜빈과 평가전을 치러야 한다.
그런데 김혜빈은 한국체대에 재학 중인 국가대표 선수로 아무리 이시영이 여자 48kg급 국내 최강이라 해도 김혜빈과 맞붙는다면 단역과 주연배우의 차이만큼 격차가 어마어마하다. 공교롭게도 이시영과 김혜빈은 같은 잠실복싱체육관 소속으로 두 사람을 모두 지도하는 이 체육관 배성오 관장도 “애초부터 전국체전 출전이 목표가 아니었다”며 “아직 기량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국체전 참가 여부와 상관없이 그녀는 “앞으로 이번 대회를 치르며 느낀 단점들을 보완하겠다. 응원해주는 분들에게 매우 감사한다. 배우로서도 복서로서도 좋은 모습으로 인사하겠다”며 계속 복싱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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