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먹는 '가축의 진실'을 보라

전성운 / 기사승인 : 2012-07-26 09:37:53
  • -
  • +
  • 인쇄
불행한 가축을 먹으면 불행해진다

축산 분야의 생산력 증가는 놀라운 수준이다. 세계 인구가 두 배 늘어나는 사이 고기 소비는 네 배가 늘어났다. 현재 세계 인구의 10배에 해당하는 600억 마리의 가축이 사육되고 있다.


한국에서 한 해 도축되는 닭은 7억2500만 마리이고 길러지는 돼지는 1000만 마리이며 이것으로도 모자라 세계 돼지고기 수입량 5위권에 해당하는 100만 톤을 수입한다. 소는 육우과 젖소를 합쳐 300만 마리가 살고있다.


1970년엔 5.2kg에 불과했던 한국인의 1인당 고기섭취량은 2010년엔 41.1kg로, 40년 사이에 무려 8배나 늘어났다. 한국인 한명은 1년에 48인분의 삼겹살과 12마리의 닭들을 먹어치운다. 물론 지난 2007년 기준으로 1인당 127.1kg의 고기를 소비한 미국인들에 비하면 아직도 별거 아니다.


이 많은 가축들은 엄청난 양을 먹고 싸는데, 우리가 수입하는 곡물의 70%가 가축사료이며, 연간 4650만 톤의 분뇨가 나온다. 그러나 이렇게 눈부시게 발달한 축산업의 이면에는 인간 건강과 지구 환경에 드리운 짙은 그늘이 있다.


과거 소위 ‘전문가’들은 좁은 공간에서 밀집사육을 하고,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주고, 항생제를 사료에 첨가하고, 병아리의 부리를 자르고, 수퇘지의 고환을 거세하는 것을 ‘과학축산’이라는 명목으로 옹호했다.


그러나 ‘과학축산’은 전혀 과학적인 것이 아니었다. 광우병이 발생해 유럽에서 수십만 마리의 소가 죽고 수백 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항생제를 과다 사용하다 보니 어떤 항생제를 써도 죽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가 출현했다.


한국은 특히 심해서 가축에게 항생제를 스웨덴보다 30배, 덴마크나 뉴질랜드보다 23배, 미국보다 6배, 일본보다 2.5배 더 많이 사용한다. 당연히 항생제 내성율도 80%에 달할 정도로 높다. 약을 써도 병을 치료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대량생산·대량유통의 축산업에서는 식중독 문제도 피해갈 수 없다.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해마다 4800만 명의 사람들이 식중독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중에서 12만8000명은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으며, 3000명은 사망한다.


지나친 밀집사육은 가축농장을 신종 전염병의 진원지로 만들었다. 가축들은 온갖 세균에 오염되고 똥으로 범벅된 채 도축장으로 오며 한 시간에 400마리씩 도축되는 살인적인 속도 때문에 위생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얼마 전 가수 이효리가 육식을 비난했다고 해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그녀는 가축사육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의 나레이션을 맡으면서 자신의 트위터에 “불편하다고 외면하지 마세요. 이 세상에 벌어지고 있는, 우리가 먹고 있는 진실을 보세요”라고 글을 남겼다.


그런데 이것이 육식 자체를 겨냥한 것으로 확대해석돼 그녀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그녀는 “저는 육식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공장식 사육을 반대할 뿐입니다. 잘 자란 동물을 먹는 것이 사람에게도 좋으니까요”라고 글을 남기며 논란을 진화했다.


이효리의 말은 상식 차원에서만이 아닌 과학적으로도 사실이다. 가축문제는 동물권리의 문제만이 아닌 우리가 먹고 사는 문제다. 우리 스스로의 건강을 위하여 우리는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떻게, 어디에서 생산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 책은 육식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거나 채식이나 동물해방이 궁극적 대안이라는 이념적 주장을 담고 있지 않다. 가축사육의 문제는 우리 식생활의 문제이며, 우리가 사는 환경의 문제이며, 보건과 위생의 문제다. 저자는 이를 철저하게 사실에 근거해서 “가축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인간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란 점을 깨닫게 한다.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박상표 저, 1만4000원, 개마고원.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