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대구스타디움. 육상 단거리 최강자인 ‘번개’ 우사인 볼트(26·자메이카)의 다리에 전 세계인의 시선이 고정돼 있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잇따라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육상 남자 100m와 200m를 제패한 볼트가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또 다시 세계기록을 경신하고 정상에 오를 수 있을지에 커다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총성이 울리기도 전에 볼트의 몸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천하’의 볼트가 부정출발을 저지르는 순간, 대구스타디움에는 잠시 적막감이 감돌았다. 볼트에게 실격이 선언됐다. 뛰어볼 기회도 갖지 못한 볼트는 윗옷을 벗어던지고 괴성을 지르면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내 볼트는 쓸쓸히 경기장을 떠났다.

볼트는 올림픽을 앞두고 요한 블레이크(23·자메이카)에게 두 번이나 패했고 스타트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단거리의 황제’가 바뀔 것이라는 팬들과 언론의 구설수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변은 없었다. 볼트는 지난 6일(한국시간) 런던 올림픽파크 내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육상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63을 기록하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 2008베이징올림픽 남자 100m 우승에 이어 또다시 금메달을 따내며 대회 2연패를 이뤄냈다. 대구에서 커다란 아쉬움을 남겼던 볼트는 런던에서 그 아픔을 씻어내고 다시 한 번 최강자임을 증명했다.
◇ 올림픽 앞두고 ‘부정적 전망’ 휩싸여
볼트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09년 베를린세계선수권대회를 거치면서 명실공히 단거리 황제로 거듭났다. 베이징올림픽에서 볼트는 남자 100m와 200m, 400m 계주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3관왕에 올랐다. 올림픽 육상 단거리에서 3관왕을 차지한 것은 볼트가 역대 4번째였다. 미국이 아닌 선수가 3관왕에 등극한 것은 볼트가 처음이었다.
이후 베를린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볼트는 남자 100m와 200m 세계기록을 갈아치우며 정상에 올랐고, 400m 계주 금메달까지 따면서 3관왕에 등극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앞두고 볼트가 육상 단거리 최강자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여부에 물음표가 달렸다.
지난 6월말 자메이카 대표선발전에서 볼트는 그가 레이스를 펼치지 못했던 대구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m에서 정상에 오른 ‘신성’ 요한 블레이크(23)에게 밀렸다. 이후 런던올림픽에서 볼트의 낼 성적과 관련해 부정적인 전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볼트의 몸상태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볼트가 지난달 초 벌어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다이아몬드리그 대회에 출전하기로 했다가 불참하면서 부상 의혹이 더해졌다. 런던올림픽 직전에도 볼트의 몸 상태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됐다.

◇ “단점조차 없었다”
그러나 볼트는 이번에 금메달을 수확하면서 일련의 의혹들과 부정적인 전망을 모두 짓밟았다. 또 그의 대항마로 거론됐던 블레이크를 제치면서 최강자로서 자리매김했다.
올림픽 육상 남자 100m에서 2연패를 달성한 것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과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딴 칼 루이스(미국)에 이어 볼트가 역대 두 번째다.
큰 키 탓에 느린 반응속도가 약점으로 지적됐지만 이날 그는 그런 단점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볼트의 이날 반응속도는 0.165초로 다른 선수들에 비해 빠른 편이었다.
볼트의 전매특허인 막판 스퍼트는 여전히 ‘명불허전’이었다. 이날 볼트는 초반 30m 부근까지 다른 선수들과 접전을 벌였지만 이후 매섭게 속도를 끌어올리면서 다른 선수들과 격차를 크게 벌렸다.
경기를 마친 볼트는 “대회를 앞두고 여러 말들이 있었지만 결국 우승은 내가 차지했다”며 “사람들은 이런 식의 짜릿한 승부를 좋아한다. 나는 관중들의 환호를 느낄 수 있고 지금 이 순간 더없이 행복하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