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MB 은밀한 밀월

주가영 / 기사승인 : 2009-11-30 11: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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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롯데월드'이어 맥주공장도 면허기준 변경 '허가' 제2롯데월드 허용방침이 최근 이명박 정부와 롯데의 긴밀한 밀월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롯데그룹의 순풍이 이어지면서 롯데그룹은 정부의 세종시 이전 추진에 대해서도 적극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 MB정부와 ‘환상의 콤비’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롯데가 원하면 규제가 풀리고, 정부가 원하면 롯데가 앞장서는 식이다. 10여년간 무산될 것 같았던 제2롯데월드 계획과 최근 롯데의 맥주공장 추진 과정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롯데그룹과 MB정부와의 콤비의 출발을 '제2롯데월드' 허용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1994년 '제2롯데월드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29번지 일대에 1조7000억 원을 투입, 8만7182.80㎡ 부지에 연면적 60만7849㎡ 규모로 백화점과 쇼핑몰 등 112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로 구성된 제2롯데월드를 짓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국방부의 반대 등으로 10여년간 지지부진했으며 2007년 7월 국무조정실로부터 사실상 '불허' 결정을 받았다. 무산되는 듯하던 제2롯데월드 계획은 현 정부 들어 급물살을 탔다. 작년 3월 이명박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2롯데월드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정부는 그해 9월 "제2롯데월드 건립 허용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올 3월에는 제2롯데월드를 최종 허가하기까지에 이르렀다.
롯데의 맥주공장 추진 과정도 현 정부와의 돈독한 관계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롯데그룹은 올해 초 오비맥주를 인수해 맥주사업에 뛰어들 계획이었다. 이미 소주와 위스키를 갖고 있기 때문에 맥주사업에 진출하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 계획은 올 5월 초 사모펀드인 KKR이 오비맥주 인수에 합의함에 따라 물거품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같은 달 하순 "공장을 지어 맥주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당시까지 맥주를 만들어 팔려면 연간 1850kL(500mL 370만병) 이상, 소주는 연간 130kL(360mL 36만병) 이상 생산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춰야 했다. 주류업계에서는 오비맥주와 하이트가 국내 시장을 장악한 상태에서 새로 진출하는 기업이 그 정도 투자를 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정부는 올 9월 "내년 하반기 중 맥주 등 주류 제조업 면허 기준을 대폭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달 초 ‘세종시’ 수정 논의를 공식화하면서 "기업이 들어가면 자족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세종시를 '기업도시'로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명박 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추진되던 세종시를 기업중심도시로 용도 변경하면서 기업들을 압박하자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정부가 파격적인 유인책을 제시하면서 기업들의 ‘세종시 입주’를 독려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이명박 정부 특유의 속도전에 주저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그러자 대기업 가운데 롯데가 가장 먼저 세종시 투자설(說)을 내비쳤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정부가 세종시 일부 땅을 내준다면 맥주공장을 짓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세종시에 맥주공장을 신설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맥주 공장 후보지 서너 곳 가운데 세종시가 포함돼 있는 것은 맞다”고 사실을 뒷받침했다.
롯데호텔의 한식당 개선·증축 계획도 정부 정책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롯데호텔은 18일 서울 롯데호텔의 지하 1층 외진 곳에 위치한 한식당 '무궁화'를 내년 초 확장·개편해 더 좋은 자리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한식 세계화'를 도우려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재계에선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정부와 롯데그룹의 이런 움직임의 배후에 장경작 롯데호텔 고문이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장 고문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61학번 동기동창으로 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부터 롯데호텔을 개인 사무실용으로 사용했고 롯데호텔에서 정부 관련 행사도 많이 열렸기 때문.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환상의 콤비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제2롯데월드의 경우 수조원의 자금이 공사기간 5년 동안 꼼짝없이 묶이는 도박이고, 맥주사업은 규제가 완화되지 않더라도 전국적으로 사업을 벌이려면 그 정도 투자는 기본"이라며 "정부는 관광산업 활성화와 고용 유발효과가 크기 때문에 규제를 푼 것일 뿐 절대 특혜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종시와 관련해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공식 제안을 받은 바도 없지만 공식 제안이 들어오면 그때 가서 검토하겠다는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서 “솔직히 정부의 구체적인 인센티브안이 나오기도 전에 어느 기업이 들어간다고 말할 수 있겠나”고 신중함을 보였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도 이와 관련해 “정부로부터 어떠한 제의도 받지 못한 상태”라는 게 공식적 입장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세종시에 대한 정치권의 논란이 분분하고, 세종시에 대한 결말이 어떻게 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업이 먼저 세종시 이전 등을 검토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전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도 지난 17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과 정 총리의 만찬간담회에 참석하기 전에 기자들과 만나 “세종시 이전 여부는 내년이 돼야 알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 회장은 또 현대·기아차그룹이 세종시로 연구센터 등을 옮기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까지 (구체적으로는) 생각을 못했다”고 답했다.
GS그룹은 “그룹 내 가장 큰 계열사가 GS칼텍스”라면서 “정유 업종 특성상 공장이 옮겨가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정유 업종은 운송비 절감이 절대적인 조건을 차지하고 있어 내륙의 세종시는 입지 조건으로 좋지 않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다른 계열사의 경우 검토할 수는 있지만 구체적 조건이 제시되지 않은 만큼 아직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포스코도 본사가 이미 포항 등 지방에 있어 본사를 이전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세종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내부적으로 본사 이전 등을 검토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양 회장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면서 세종시 이전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자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신중한 판단을 하고 있는 반면에 롯데그룹만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50개 그룹 계열사 가운데 일부는 세종시로의 이전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롯데마트나 롯데리아는 당장이라도 세종시에 입주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재계는 롯데의 이 같은 적극적인 반응이 롯데그룹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 추진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입은 ‘은혜’에 대한 ‘보답’이 아니겠느냐는 반응이다. 이 같은 사정은 롯데그룹이 제2롯데월드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 대통령의 암묵적인 지원을 받은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또한 MB정부와 롯데그룹과의 밀월관계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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