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미술품강매 의혹’으로 구속된 국세청 안원구 국장의 개인비리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 여권 실세에 대한 인사 청탁, 거액 요구, 청와대 사퇴 압력, 그림 상납 등 국세청을 둘러싼 온갖 의혹이 연일 봇물 터지듯이 나오고 있다.
구속 중인 안 국장의 녹취록과 부인 홍혜경 씨의 증언 등을 토대로 한상률 전 국세청장, 정치권 인사들 간의 물고 물리는 인사청탁 및 이권개입 의혹 등이 확산되고 있다.
박연차 리스트와 관련된 주장까지 나오면서 ‘국세청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자칫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마저 보인다.
안 국장의 부인 홍 씨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정권 실세에게 건넬 3억 원 상납 요구를 밝히고 국세청 고위 간부 임모 씨가 청와대 고위층의 의견을 앞세워 안 국장의 사퇴를 종용했다고 폭로했다.
민주당도 ‘태광실업 박연차 세무조사’를 직접 지휘했던 한 전 청장이 새 정권에 대한 충성도를 보여주기 위해 무리하게 조사를 해 결국 고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갔다고 강하게 비난하고 사실 확인을 위해 진상조사단을 꾸렸다.
민주당의 ‘한상률 게이트’ 진상조사단은 안 전 국장과 서울구치소에서 면담 후 자료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현 정권과 인맥이 많지 않은 한 전 청장이 청장 자리를 유임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MB)의 형 이상득 의원 등 핵심 인사를 만나는 과정을 안 국장이 직접 도와줬다고 밝혔다.
안 국장은 올 초 불거진 한 전 국세청장과 전군표 전 청장 사이의 속칭 ‘그림로비’ 사건의 발설자로 지목됐기 때문에 표적수사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해 초 한 전 청장이 연임로비를 위해 현 정권실세에게 10억 원을 전달한다면서 안 국장 자신에게 3억 원을 요구했는데 이를 거절하자 혐의 사실과 관련한 소문이 퍼졌다고 주장했다.
한 전 청장은 유임에 성공한 이후인 지난해 12월 25일 현 정권 출범 후 1년 여 동안 현 실세와 친분 있는 지역 인사들과 경주에서의 골프 회동 등으로 의혹을 몰고 다닌 인물이다.
이는 검찰 수사가 전직 국세청장의 인사비리에서 현 정권실세의 비리의혹으로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보인다.
그림로비는 한 전 청장이 국세청 차장시절, 전군표 당시 청장에게 인사청탁을 하며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전달했다고 전 전 청장의 부인이 폭로한 사건이다.
한 전 청장은 참여정부 시절 국세청장의 위치까지 올랐고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서거까지 확대된 ‘박연차 게이트’의 시발이 된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직접 진두지휘했었다.
고 노 전 대통령의 20년 지기 친구이자 후원 회장이었던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은 올초 △정관계인사 뇌물 및 불법정치자금 제공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로비 △고 노 전 대통령 뇌물로비 및 특혜의혹 등에 대해 세무조사를 받았다.
당시 조사는 노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 아들 건호 씨, 형 건평 씨, 조카사위 연철호 씨 등까지 도덕성을 무기로 삼았던 노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공격이었다는 평이다.
이 사건은 △관할 부산청이 아니라 서울청 조사4국에서 진행한 점 △조사가 처음부터 심층기획된 점 △태광실업이 정기 세무조사 대상에서 비정기 세무조사 대상을 중복된 점 △한 전 청장이 초기부터 이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점 등의 의문이 제기됐고 ‘노무현 표적수사’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일었다.
박연차 게이트는 세무조사를 무마하려 한다는 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온 현 이명박 정부 여권실세들의 개입이 드러나면서 새로운 국면 전환을 맞았다.
특히 박 회장의 절친한 친구이자 ‘MB의 박연차’로 불리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세무조사 무마혐의에 연루되면서 여권인물들의 박연차 조사 무마 대책회의, MB 특별당비 대납설, 포스코 인사개입설 등 현 정권으로 칼날이 향하기 시작했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이 검찰 소환 이후 서거하고 ‘박연차 게이트’에 대한 조사 역시 흐지부지됨과 동시에 한 전 청장에 대한 표적 수사 여부도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번 안 국장 구속을 계기로 한 전 청장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한 전 청장이 국세청장 유임을 위해 로비를 시도했으며 실세인 MB 측근이 로비에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 △유임 결정 후 현 정권에 대한 충성심 보여주기 일환으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표적수사를 감행했을 가능성 등에 맞춰져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민주당이 밝힌 발표에는 지난 6월 안 국장이 당시 허병익 국세청장 대행과 통화하면서 사퇴 압력에 항의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녹취록은 안 국장이 주로 자신의 비리 혐의와 관련해 결백함을 입증하기 위해 녹음한 자료들로 보인다.
지난 7월 당시 국세청 임성균 감사관과의 녹취록에는 안 국장이 세무조사 대상이던 S중공업에 30억 원대 그림을 강매한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는 국세청의 입장도 담겨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이 같은 의혹들은 안 국장 측의 주장이지만 사실로 입증될 경우 태광실업에 대한 표적 수사 논란과 함께 ‘게이트 급’ 사건으로 정치권으로까지 파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청와대는 지난 이틀간 야당의 강공에 묵묵부답이며 검찰은 진위를 파악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모든 의혹을 풀기 위한 열쇠는 결국 한 전 청장이 쥐고 있다.
한 전 청장이 직접 귀국해 조사받아야 명확히 규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 전 청장은 도미 이후 11월26일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 국장이 인사에 불만을 품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맹렬히 비난하는 등 닫았던 입을 처음 열었지만 각종 의혹을 전면부인한 채 자진 귀국할 가능성도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역시 범죄인 인도요청을 하면 데려올 수도 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
한 전 청장은 청장 사임후인 지난 3월 출국해 현재 미국 뉴욕주립대의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머물고 있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에도 귀국하지 않고 서면 조사를 받았다.
따라서 미술품 강매 사건을 제외한 국세청 관련 의혹은 검찰이 수사를 한다 해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순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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