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1일 발효될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자동차 부문이 최대의 수혜업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수입에 비해 수출이 많고 시장규모가 국내시장 보다 유럽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랜드 파워와 품질 경쟁력을 갖춘 유럽산 차들의 투입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유럽車 러시 ‘가속도’…국산차, 가격·품질 경쟁력 강화 ‘필수’
국내시장은 여전히 국산차의 판매비중이 높지만 최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유럽산차들이 등장하면서 수입차 판매량은 급격히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국내 수입차 판매는 4만27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3만4318대 보다 무려 24.4% 성장했다.
특히 이중 유럽산 차의 판매비중은 75.4%(3만2144대)로, 일본(12.8%), 미국(6.3%)산 차보다 현저히 높은 시장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수입차 구매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유럽산차를 사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럽산 자동차가 무관세로 국내에 들어오게 되면 국내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국내시장에서의 경쟁 역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인하, 품질 강화, 친환경차량 개발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지 않는다면 자칫 국내 시장을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볼보, 메르세데스-벤츠, 푸조, BMW 등의 유럽산 브랜드들은 관세인하분을 미리 가격에 반영해 판매를 시작했다. 유럽 메이커들과의 경쟁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가격 인하의 첫 테이프를 끊은 업체는 볼보코리아다. 볼보코리아는 지난달 23일부터 3890만원인 C30 D4 가격을 3837만2000원으로 52만8000원 내리고, S80 D5는 5710만원에서 80만4000원 인하했다.
볼보코리아는 이와 함께 유럽에서 들어오는 부품뿐아니라 관세 인하 적용이 되지 않는 유럽 이외 지역의 부품도 2.5~3.5% 인하된 가격을 적용하기로 했다.
푸조도 세단 '508'부터 관세인하 폭 만큼 내린 가격을 적용하기로 했으며, BMW도 FTA 발효에 앞서 1.3~1.5% 가량 차량 가격을 인하했다.
벤츠 역시 최근 출시한 C200 CGI 블루이피션시를 1.27%, E300 아방가르드는 1.32% 가량 가격을 내렸다. 향후 FTA 발효와 동시에 아우디, 폭스바겐 등도 가격 인하 대열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유럽 메이커들은 FTA를 통해 발생한 관세인하분을 그동안 수입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지적되온 애프터서비스 등을 보강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더욱이 현재 수입차에 부과되는 8%대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인하돼 2016년 이후 완전히 없어지게 되면 유럽산차들은 국산차와의 가격 차를 현격히 줄일 수 있게 된다.
유럽차들의 예상되는 가격 인하폭은 단순 계산으로는 최대 2000만원까지 확대되지만 실제 딜러 마진폭과 국내 물류비용 등을 감안하면 실제 인하율은 4∼5%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하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를 고수해온 유럽 메이커들이 관세인하분을 모두 차량가격에만 반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가격 인하 폭을 줄이고 오히려 프로모션과 같은 마케팅 전략을 강화해 수입 명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는 동시에 고객들에게 실질적 혜택을 제공한다는 일석이조의 전략을 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유럽 메이커들이 차량 가격을 인하하면서 국산차와의 가격 격차는 분명 줄어들 것”이라며 “다만 프리미엄 이미지가 무너지는 정도로 큰 폭의 인하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 유럽 수출물량 확대 ‘기대’
유럽산차들의 국내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와 달리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한·EU FTA가 정식으로 발효되면 유럽으로 향하는 수출물량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유럽으로 판매한 차량은 29만8263대로 총 29만33억달러에 달했고, 국내시장으로 수입된 유럽차는 6만2971대로 23억달러에 불과했다.
FTA가 발효되면 1500㏄를 넘는 중형차는 현재 10%인 관세가 내년 7월 7%로 인하되고, 2012년 4%, 2013년 2%, 2014년부터는 아예 철폐된다. 국산차의 가격경쟁력이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현행 수입관세는 EU가 한국보다 2% 높은 10% 수준이어서 협정에 따른 관세 철폐가 한국에 결코 불리하지 않다. 국내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은 이에 맞춰 유럽 수출 국내 생산 물량을 늘리려 하고 있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은 FTA 체결을 현지 판촉수단으로 활용하고 관세 인하로 얻어지는 이익을 마케팅 비용으로 돌리는 등 현지 판매 확대에 총력을 쏟을 계획이다.
현대차는 하반기 출시되는 2000㏄급 중형차를 해외공장이 아닌 울산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인도를 비롯해 다른 해외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는 FTA에 따른 관세 인하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국내시장에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한 한국GM 역시 향후 EU 수출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국내 생산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FTA 발효 후 유럽으로의 수출 전략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와 동시에 국내시장의 불안요소까지 잠재우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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