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공동 관리 ‘시끌’

염유창 / 기사승인 : 2013-03-08 11:47:38
  • -
  • +
  • 인쇄
방통위, 미래부와 주파수 공동 관리안에 강력 반발

▲ 방송통신위원회가 미래부와의 주파수 관리 이원화 방안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토요경제=염유창 기자] 여·야의 정부조직개편 잠정 합의문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주파수를 공동 관리하는 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방통위와 이동통신 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방통위는 지난 5일 “주파수 관리를 방통위와 미래부로 이원화 하자는 것은 창조경제를 만들어 가겠다는 새 정부의 비전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창조경제의 핵심인 미래창조과학부가 껍데기 부처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방통위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주파수 공동 관리 방안이 어떻게 처리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분리 기관서 관리, 큰 문제 봉착”
정부조직개편 잠정 합의문에 따르면 방통위에서는 방송용 주파수 관리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통신용 주파수 관리 업무를 맡게 된다. 그동안 주파수는 체신부, 정통부, 방통위에서 전담해왔다.


방통위는 “주파수 업무는 방송통신 서비스를 창출하는 핵심 요소다. 기술 표준화, 연구개발, 장비개발, 관련 서비스 등이 연계돼 산업육성과 일자리를 창출해 낼 수 있다”며 “새로운 신규 서비스 도입을 위해서는 서비스에 필요한 주파수가 한 부처에서 분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주파수를 방송용과 통신용으로 나눠 관리하자는 것은 주파수 관리체계를 잘 모르는 탓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주파수는 유한 자원으로 특정 주파수가 방송 또는 통신으로 분배됐다 해도 영구적으로 해당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유한하고 희소한 자원인 주파수를 보다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통신용과 방송용을)공동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서비스의 등장과 새로운 기술개발에 따라 방송용으로 쓰던 주파수가 통신용으로 또는 그와 반대로 분배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위성 DMB용 주파수는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회수해 이동통신용으로의 재분배를 진행하고 있고, 700㎒ 대역의 경우 올해 10월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면 일부를 이동통신용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방통위는 “해당 주파수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주파수를 방송용, 통신용 등으로 나누고 이를 분리된 기관에서 관리한다면 우리나라의 주파수 관리체계는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 주파수를 방송용, 통신용으로 구분해 다른 기관에서 관리하는 국가는 없다”며 “방송통신 융합추세에 따라 영국, 호주 등 기존에 별도의 기관에서 관리하던 국가들도 하나의 기관에서 담당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어 “주파수 관리업무가 정치적인 협의의 대상으로 변질돼 이원화 될 경우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비효율적 주파수 관리”
정부의 창조경제를 실현할 핵심부처 미래창조과학부가 껍데기 부처가 될 위기에 놓이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가 혼란에 빠졌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설립되면서 방통위의 주파수 관련 업무는 미래창조과학부로 옮겨가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5일 여야의 정부조직 개편 잠정 합의문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가 공동으로 주파수 관리를 맡게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해당 합의문대로 이행된다면 미래부는 사실상 껍데기로 전락하게 된다. 방통위와 공동관리 한다고는 하나 주파수를 각각 방송용과 통신용으로 나눠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고, 공동관리 과정에서 방통위와의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주파수는 국가자원으로 정보통신산업의 인프라”라면서 “하나의 주파수 대역에는 방송용, 통신용이 혼재돼 있어 하나의 부처에서 용도에 따라 상황에 맞춰 효율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디지털TV 방송 대역인 470~806㎒ 대역만 봐도 방송용, 통신사업자의 망임대용 등으로 쓰이는 고정통신, 휴대전화 서비스 등이 포함된 이동통신 등으로 그 용도가 혼재돼 있다.


방통위와 미래부가 주파수를 공동 관리한다면 주파수 관리 과정에서 충돌도 예상된다.


한 예로 현재 아날로그 방송용 주파수 700㎒ 대역의 경우 올해 10월까지 디지털TV채널용으로 재배치된다. 지난해 12월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고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된 데 따른 것.


문제는 기존 주파수가 디지털TV채널로 재배치 되는 과정에서 방송용으로 사용됐던 주파수 대역이 통신용에 적합 혹은 필요한 주파수로 바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합의문대로 이행된다면 미래부는 신규·회수 주파수 분배·재배치 심의 기능도 상실하게 된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되는 주파수정책심의위원회(가칭)에서 주파수 분배·재배치 심의를 맡기로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미래부가 ICT 관련 기능 중 지식경제부의 소프트웨어와 산업융합, 문화체육관광부의 디지털콘텐츠·지식재산권, 행정안전부의 개인정보 보호·정부통합전산센터 분야 등을 넘겨받지 못하면서 껍데기론이 떠오른 바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주파수를 방송용과 통신용으로 나눠 관리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면서 “비효율적인 주파수 관리 문제만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동욱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원장은 “주파수는 군사용, 재난용, 방송용, 통신용 등 용도가 다양해 방송용으로만 볼 수 없다”면서 “주파수는 국제적으로 쓰여지고 무선국 허가 개념으로 여야 정파 싸움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 굉장히 잘못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 이동통신업계도 강력 반발
이동통신업계가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통신용·방송용 주파수를 각각 관리하는 주파수 공동 관리안이 포함된 여야 정부조직개편안 잠정 합의안에 반발했다.


주파수는 특성상 방송용과 통신용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데다 이동통신용 주파수 수요도 늘고 있고 정보통신기술(ICT)진흥을 통한 성장동력·일자리 창출 방침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지난 5일 업계 관계자는 “주파수를 방송용과 통신용으로 어떻게 구분 지을 수 있느냐”면서 “통신 트래픽(데이터양)이 늘면서 통신용 주파수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 주파수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한 부처에서 주파수를 관리하는 것도 세계적인 흐름에 맞지 않다”며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관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당장 주파수가 모자란다. 조속한 주파수 할당이 필요하다”면서 “주파수 관리를 이원화 하면서 신규·회수 주파수 분배 심의 기구도 별도로 운영하는 것은 ICT진흥책이 아닌 규제의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동통신사들은 이르면 3분기(7~9월)께 새로운 4세대(G)롱텀에볼루션(LTE)용 주파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부는 여야 간 종합유선방송(SO)관련 업무 이관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김종훈 미래자 후보자의 사퇴로 표류가 장기화 되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여야 간 합의가 5일에도 실패하면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는 결국 3월 국회로 넘어갔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