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에 이어 ‘탈세’ 논란까지…

유상석 / 기사승인 : 2013-03-08 13: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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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호 푸르밀 회장 ‘먹튀’ 논란 재점화?

▲ 신준호 푸르밀 회장이 대선주조 주식을 매각해 시세 차익을 얻는 과정에서 그의 자녀들이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먹튀’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신준호 푸르밀 회장의 ‘대선주조 먹튀’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신 회장이 2007년 부산 대선주조의 주식을 매각해 3000억여원의 시세 차익을 얻는 과정에서 신 회장의 자녀들이 1000억여원의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 회장 일가는 증여 과정에서 세법의 허점을 이용해 높은 세율의 증여세가 아닌 낮은 세율의 양도세만 부과받았다.


돈벌이에 눈이 먼 재벌들의 ‘먹튀 논란’과 별개로 세법에 구멍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공정과세 등 조세형평성을 높이기 위해서 하루빨리 제도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 회장 자녀 ‘시세차익’ 증여세 논란
신준호 푸르밀 회장은 지난 2004년 비상장회사인 대선주조의 지분 51%를 사들여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듬해인 2005년에는 신 회장의 아들, 딸, 며느리, 손자 등은 신 회장에게 돈을 빌려 120억여원을 마련해 대선주조 주식 31%를 매입했다. 신 회장 일가가 보유한 대선주조의 지분율이 100%에 육박했다.


이후 2007년 신 회장 일가는 대선주조의 지분을 사모펀드에 모두 매각해 3000억여원의 시세 차익을 챙겨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런데 신 회장이 자신의 아들ㆍ딸ㆍ며느리ㆍ손자에게 수십억 원의 돈을 빌려줬고, 회장 자녀들은 이 돈으로 회사 주식을 샀다가 되팔아 10배 넘는 돈을 벌었다는 의혹이 최근 알려졌다. 당시 신 회장의 손자는 2~3세 갓난아기였던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의 자녀들은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만 내고 증여세는 내지 않았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자녀들이 신 회장의 돈으로 시세 차익을 올렸는데 어떻게 증여가 아니라고 보느냐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주가 상승 정보를 활용, 미리 자녀에게 주식을 사도록 해 이익을 얻었으니 당연히 증여세 대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신 회장 자녀들은 주식 양도세 외에 다른 세금은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 역시 이 같은 점을 수상하다고 보고 2011년 세무조사를 통해 120억원의 증여세를 물렸다.


당시 세무조사를 맡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법률 검토에 들어갔지만 하지만 증여 가액을 산정하는 명확한 근거가 없는 탓에 신 회장 자녀 및 손자가 올린 1000억원의 차익 가운데 500억원만 증여세법상 ‘타인의 기여’로 간주해 과세했다.


이 가운데 신 회장 자신에게 돌아가는 몫을 제외하고 자녀에 대한 증여분을 계산한 뒤 증여세 120억원을 부과한 것이다.


신 회장 자녀 측은 이미 양도소득세를 냈기 때문에 증여세는 이중과세라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 ‘먹튀 논란’에 부산시민 울컥하는 이유
‘대선주조 먹튀 논란’이 계속되면서 부산 시민이 분노하고 있다. 공분을 산 까닭은 대선주조가 IMF 시절 2000억원의 공적자금을 간접 지원받아 회생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당시 금융기관 부채 2500억원 가운데 2000억원을 탕감받아 정상화된 만큼 기업주에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신 회장은 사돈인 대선주조 최병석(57) 전 회장의 주식 전량을 사들이면서 경영권을 장악한 뒤 2007년 11월 사모펀드인 ‘코너스톤 에쿼티파트너스’와 공동으로 시원네트웍스라는 회사를 설립해 이 회사에 대선주조를 3600억원에 매각했다.


특히 신 회장은 대선주조 대주주에 오른 후 대선주조 공장을 경남 양산이나 김해로 옮기겠다고 언급해 부산시로부터 파격적인 지원을 받기도 했다. 80년 전통의 향토기업이 역외 이전한다는 소식에 놀란 부산시가 기장군 장안읍 일대 자연녹지 8만3841㎡를 공업용지로 용도변경해 제공했으며 20억원 규모의 각종 세금을 감면해준 것. 부산시민들도 지역 대표 소주업체에 애정을 보이며 이전을 반대했다. 그러나 신 회장은 기업 가치가 높아지자 회사를 매각하는 것으로 관계를 정리했다.


당시 검찰은 신 회장 측이 대선주조 지분을 매입한 후 분식회계를 통해 기업가치를 부풀렸을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600억원에 사들인 회사를 3년 만에 3600억원에 팔게 된 과정이 정상적인 기업활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준호 회장은 1ㆍ2심 법원에서 잇따라 무죄판결을 받았다. 부산지검이 이에 불복해 상고함에 따라 현재 대법원에서 사건이 진행 중이다.


◇ 허점투성이 증여세, 정비해야
전문가들은 신 회장 일가처럼 비상장주식을 이용해 부를 증식하는 방법이 재벌의 편법 증여의 전형적인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신 회장의 이 같은 편법 증여에 불똥은 세정당국인 국세청으로 튀었다. 감사원은 국세청이 신 회장 자녀에게 부과한 증여세 규모가 너무 적다고 본 것이다. 국세청이 증여세 부과를 적극적으로 했다면 120억원보다 훨씬 많은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개별 조사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사실 비상장주식을 통한 편법 증여는 새로운 방법이 아니다. 때문에 세정당국이 증여과정의 허점을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증여세 관련 한 연구위원은 “비상장주식을 통한 편법 증여는 새로운 탈세법이 아니다”며 “과거에도 많은 재벌들이 이 같은 방법으로 증여세를 피해왔다”고 언급했다.


이어 “관련법 개정을 통해 재벌의 편법 증여를 사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푸르밀 “‘먹튀’ 논란은 사실 아냐”
‘먹튀’ 논란이 계속되자, 푸르밀 측은 “신 회장 자녀들이 신 회장에게 돈을 빌렸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푸르밀 관계자는 “120억원을 자녀들에게 빌려줬다는 부분이 논란의 쟁점인데 이 돈은 자녀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자금과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돈, 일부 증여받은 돈을 합친 것”이라며 “당시 증여받은 33억여원은 증여세를 정상 납부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신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막내동생으로 롯데칠성음료 대표, 롯데제과 대표, 롯데그룹 부회장 등을 거쳤다. 지난 2007년 롯데우유 대표이사 회장으로 롯데그룹에서 독립했고 2009년 사명(社名)을 롯데우유에서 푸르밀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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