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사상 첫 '비유럽권 교황' 탄생

윤은식 / 기사승인 : 2013-03-18 14: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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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 '프란치스코 1세'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아메리카 대륙 가톨릭교회 2000년 사상 처음으로 교황에 선출됐다.


바티칸 교황청은 3월 13일(현지시간) 추기경 회의인 콘클라베 투표에서 추기경 115명 중 3분의 2 이상인 77표를 얻으며 새 교황에 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선출됐다고 밝혔다.


비유럽권 교황이 선출된 것은 731년 시리아 출신 그레고리오 3세 이후 1282년 만에 처음이며 새 교황은 즉위명으로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택했다.


◇ '프란치스코 1세' 그는 어떤 인물인가


266대 새 교황으로 선출된 프란체스코 1세는 가톨릭 역사상 남미출신으로는 첫 교황이다. 1936년생인 프란체스코 1세 교황은 1958년 예수회에 입문해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를 거쳐 아르헨티나 추기경을 지내왔다.


이로써 예수회에서는 그간 교황을 배출하지 못했으나 이번 프란체스코 1세를 통해 예수회 출신 첫 교황을 배출하게 됐다.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에서 지난 13일(현지시각) 5번째 투표 만에 선출된 그는 교황 즉위명으로 프란체스코를 선택했다. 그는 선출 뒤 성 베드로 성당에서 “여러분의 환영에 감사한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13세기 이탈리아 중부의 마을 아씨시의 부유한 상인 가정에서 태어나 향락을 쫓고 방탕하게 살다가 20세에 마음을 돌이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든 사유 재산을 버리고 청빈하게 살기로 결심한 그는 1209년 제자 11명을 거느리고 청빈을 목표로 한 ‘작은 형제들의 모임’이라는 최초의 수도회를 설립했다. 만년에는 오상(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혔을 때 손발에 생긴 다섯 군데의 상처)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자애로운 인품과 여러 기적을 보여줘 그의 사후 지금까지 수백 년 동안 가톨릭 신자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앞서 프란체스코 1세는 지난 2005년의 교황선출 콘클라베에서도 베네닉토 16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프란치스코 1세가 항상 입는 하얀 법의를 입고 성베드로 성당의 발코니에서 교황으로써 첫 인사를 하자 지지자들은 아르헨티나 국기들 흔들며 환호했다. 현재 전세계의 가톨릭 신자들 가운데 40%는 남미의 신자들이다.


프란치스코 1세는 추기경시절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며 스스로 요리를 하고 부에노스아이레스 주변의 빈민가를 자주 방문했다. 그는 교회의 주임무가 교리 논쟁보다는 사회적 봉사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그는 동료 성직자들이 위선적이며 예수가 나병 환자들을 목욕시키고 창녀와 함께 식사를 한 사실을 잊고 있다고 비난했다.


프란치스코 1세는 아르헨티나의 가톨릭계가 1976년부터 1983년까지 이어진 아르헨티나의 유혈 독재를 묵인함으로써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또한 교회의 전통적인 사회적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힘썼다.


◇ 새 교황 선출에 세계지도자 축하 메세지 전달


13일 남미출신의 호르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이 교황에 선출됐다는 발표가 나오자 전세계의 지도자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전세계 12억 가톨릭 신도들에게 기념비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의 정상회의 상임의장인 헤르만 반 롬푀이와 집행위원장인 호세 마누엘 바호주도 '영원하고 축복받는 교황'이 되기를 염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새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기도와 축원을 보내면서 “아메리카 지역에서 교황이 선출된 것은 이 지역의 힘과 활력을 반영한 것”이라고 환영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프란치스코 1세 교황에게 축하메세지를 보냈다.


반기문 총장은 “모든 가톨릭신자들에게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축하를 전한다”며 “프란치스코1세 교황의 영도아래 로마교황청과 유엔(UN)이 더욱 굳은 협조를 할 수 있기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새 교황 선출 후 축전을 통해 “UN과 로마 교황청은 가난과 기아를 막아내고, 평화, 정의, 인권 등의 목적을 나누고 있다”며 “긴밀한 대화를 통해 세계의 도전적인 과제들을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는 “새 교황이 한국천주교회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내주고 한반도 전체의 평화와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해 많은 도움을 주기 기원한다고 말했다.


염 대주교는 교황 선출 축하메세지를 통해 “새 교황이 우리 교회가 세상에 사랑과 일치, 진리와 희망, 빛과 기쁨을 가져오는 '평화의 도구'가 되도록 이끌어주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 교황이 세속주의와 무신론이 기승을 부리는 현대사회에서 프란치스코 성인을 본받아 그리스도의 겸손과 가난, 봉사와 나눔의 정신으로 교회를 이끌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새 교황으로 선임된 프란치스코 1세 교황의 취임식은 19일 열린다고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이 발표했다.

◇ 청빈의 대명사, 보수적 아르헨티나 가돌릭 현대화 이끌어

프란치스코 1세의 조국인 아르헨티나는 축제분위기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물론 일반 시민들도 첫 남미출신 교황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새 교황을 축구영웅 마라도나와 리오넬 메시에 비유하며 아르헨티나 ‘최대의 경사’라고 표현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국민과 정부의 이름으로 축하인사를 전한다”며 “교황 선출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목자로서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1세는 청빈과 겸손의 대명사로 불린다. 추기경 복장도 전임자 것을 물려받아 입었고 평생 기도와 고행을 통해 봉사하며 살아가는 생활을 실천해온 그는 대주교직에 오른 뒤에도 운전기사를 따로 두지 않는 등 청빈한 생활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편 프란체스코 1세 교황은 세계에서 가톨릭 신자가 가장 많은 라틴아메리카에서도 가장 보수적으로 평가 받는 아르헨티나 가톨릭교회의 현대화를 이끈 대표적인 인물로도 꼽힌다.


영국 성공회 등 다른 종교계도 대화와 협력을 희망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축하인사를 전했다.


성공회 웰비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께서 전 세계 로마 가톨릭의 막중한 책무를 맏으신 데 모든 축복을 빈다, 성하를 만나 선대의 유산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데 함께 걷고 일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교회도 “새 교황 프란치스코가 정교회와 가톨릭의 발전을 위해 노력을 계승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1세는 교황선출 뒤 축복을 전하는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 바티칸과 전 세계에)'를 발표하고 발코니 주변 군중에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이탈리어로 전임베네딕토 16세의 업적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주기도문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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