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권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하나의 브랜드가 가지는 파워가 막대해지면서 기업들은 자신들의 영역을 확고하게 지키기 위해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고 있다.
이 가운데 비슷한 이름을 사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가 되레 상표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사례가 생길 전망이다. ‘리엔’ 샴푸 브랜드를 사용하는 LG생활건강이 화장품에 ‘리:엔케이’라는 상표를 붙인 코웨이를 상대로 상표권 소송을 걸었다가 오히려 리엔 브랜드에 대한 특허권을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 大法 코웨이 손 들어준 이유는
‘리엔’이라는 상표를 둘러싼 코웨이와 LG생활건강의 상표권 분쟁에서 대법원이 코웨이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립스틱, 매니큐어 등 21개 지정상품에 ‘리엔(ReEn)’ 상표를 쓰지 못하게 한 특허심판원 심결을 취소하라”며 LG생활건강이 낸 등록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코웨이가 “LG생활건강이 ‘리엔’ 상표를 등록해놓고 장기간 볼터치, 매니큐어, 아이라이너 등에는 해당 상표명을 쓰지 않았다”며 상표등록 취소 심판을 특허심판원에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상표법 72조는 ‘등록된 상표를 3년 이상 국내에서 쓰지 않으면 취소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청구인이 3년 동안 국내에서 정당하게 상표를 썼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면 등록이 취소된다.
상표법에 따라 특허심판원이 코웨이의 청구를 받아들이자 LG생활건강측은 특허법원에 이 심판결과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결국 대법원은 코웨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LG생활건강이 심판청구일 이전 3년 동안 국내에서 ‘리엔’ 상표를 사용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한 만큼 지정상품의 상표 등록을 취소한 원심 판결은 법리 오해의 위법이 없다”며 이 같이 판시했다.
LG생활건강측은 “코웨이가 취소를 청구한 21개 상표 가운데 19개는 이미 과거에 낸 소송과 중복되는 것이며 앞선 소송은 아직 최종판결이 나지 않았다”며 특허심판원의 등록취소는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코웨이는 2011년 3월 모두 33개 제품에 대해 “LG생활건강이 ‘리엔’이라는 등록상표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등록취소 청구를 냈고, 이 사건은 특허심판원과 특허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면서 대법원에 계류된 상태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코웨이측이 33개 제품에 대한 상표 등록취소 심판을 청구한 뒤 또다시 21개 상품에 대해 등록취소 심판을 냈고 이 가운데 19개가 중복되지만 심판청구와 심판청구일이 다르고 범위 또한 동일하지 않다”며 “부적법 청구는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 괜히 싸움 걸었다가 ‘긁어 부스럼’
리엔 브랜드를 둘러싼 양측의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11월 LG생활건강이 “코웨이의 화장품 상표 ‘리:엔케이(Re:NK)’가 자사 헤어용품 상표인 ‘리엔’의 상표권을 침해한다”며 법원에 상표권 침해금지 소송을 낸 것. LG생활건강은 자사 제품 ‘리엔’이 판매되고 있는 상태에서 코웨이가 한 글자만 다르게 ‘리엔케이’ 화장품을 출시해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코웨이의 리엔케이는 2010년 9월 출시해 ‘고현정 화장품’이라는 닉네임을 얻으며 4개월만에 232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당시 홍준기 (웅진)코웨이 사장은 화장품 사업을 본격화하고자 심혈을 기울여 이 제품을 출시했다.
문제는 평소 브랜드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리엔케이’라는 브랜드가 자사 제품 ‘리엔’과 유사하다고 주장하면서 싸움으로 번진 것. LG생활건강은 코웨이의 리엔케이가 자사 제품 리엔과 유사해 소비자의 혼동이 예상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두 상표에 유사성이 있다”며 LG생활건강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LG생활건강은 두 상표가 동시에 화장품에 사용될 때 혼동된다고 답변한 소비자가 80%를 넘었다고 주장했고,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코웨이 측에 ‘리:엔케이’ 상표 사용 금지 및 상품을 폐기처분하도록 했다.
반면 2심에서는 코웨이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리엔’이 2음절인 것과 달리 ‘리:엔케이’는 4음절로 음절 수가 2배 많으며, 음절 중간에 콜론(:)이 존재하고 있다”며 “‘리엔’과 ‘리:엔케이’가 유사한 부분이 있긴 하나 전체적으로 볼 때 외관과 호칭이 다르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또 “영어 표기상 ‘리엔’은 ‘ReEn’으로, ‘리:엔케이’는 ‘Re:NK’로, 화장품 전면 등에 영문이 표기돼 있어 서로 다른 상표로 인식된다”며 “두 상표는 외관, 호칭이 서로 달라 일반 소비자나 거래자에게 상품 출처 관련 오인ㆍ혼동을 일으킬 염려가 없다”고 판시했다.
현재는 대법원 판결만이 남아 있는 상태다. 대법원이 코웨이의 손을 들어준다면 계속해서 리:엔케이 상표를 사용할 수 있지만 LG생활건강이 승소할 경우 해당 화장품을 전면 폐기하고 다른 상표를 고안해야 한다. 다만 영어(Re:NK) 상표는 사용이 가능하다.
LG생활건강이 ‘상표권’ 문제로 싸움을 걸자 이에 맞서 코웨이가 2011년 3월 “LG생활건강이 향수 등 33개 제품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이 ‘리엔’ 상표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상표 등록취소 심판을 청구했다. 같은 해 8월에는 립스틱 등 21개 제품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등록취소 심판을 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재판부가 코웨이의 손을 들어주면서 LG생활건강은 졸지에 ‘리엔’ 상표를 잃을 위기에 처한 것.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33개 제품에 대한 상표 등록취소 소송’과 ‘상표권 소송’에서도 패소할 경우 LG생활건강은 상처만 남는 셈이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