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DNA’로 ‘탱크주의 부활’ 꿈꾼다

유상석 / 기사승인 : 2013-05-13 09:47:30
  • -
  • +
  • 인쇄
동부대우전자, ‘삼성맨’ 대거 영입

[토요경제=유상석 기자] 20년 전 ‘탱크주의’를 내세워 승승장구하던 대우전자가 동부그룹의 품에 안기면서 ‘동부대우전자’라는 새 이름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국내 3대 가전회사의 꿈을 다시 한 번 실현시키기 위해, 동부그룹은 삼성 출신의 임원들을 대거 영입했다.
동부대우가 ‘삼성 DNA’를 이식받아 ‘탱크주의’의 명성을 재현할 수 있을지에 가전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동부대우전자가 사내 핵심 요직에 삼성 출신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사진은 삼성 출신의 정광헌 동부LED 대표이사 사장(좌)과 김진태 동부라이텍 최고운영책임자(COO).
◇ ‘삼성 DNA’, 동부대우에 대거 이식
동부그룹은 지난 8일 전자ㆍITㆍ반도체분야에 대한 인사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정광헌 동부하이텍 신사업추진담당 부사장을 동부LED 대표이사 사장(CEO)으로, 김진태 동부라이텍 생산기술총괄 부사장을 이 회사의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생산기술총괄 부사장으로 각각 선임했다.
기존 이재형 동부대우전자 겸 동부라이텍 대표이사(부회장)는 동부 전자ㆍITㆍ반도체분야의 가전, LED, 로봇 등 신사업을 계속 총괄해 나간다.

신임 정광헌 동부LED 대표이사(사장)와 김진태 COO는 이재형 부회장과 마찬가지로 삼성 출신이다.
정 사장은 1952년 생으로 경복고, 서울대를 졸업하고 성균관대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후, 1978년부터 두산산업, 삼성물산 등을 거쳐 2011년부터 동부하이텍 신사업추진담당을 역임했다.

김진태 동부라이텍 COO 겸 생산기술총괄 부사장은 1955년 생으로 중앙고, 서울대를 졸업한 후 서울대에서 금속공학 석사를, 미국 미시간대학에서 재료공학 박사를 각각 취득했다.
1991년부터 삼성전자에 근무한 후 반도체부문 및 LED부문 상무 등을 거쳐 2012년 동부라이텍에 합류했다.

이 부회장도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삼성물산에 입사해 상사부문 정보통신사업부 전무와 그룹 비서실을 거쳤다. 최창식 동부하이텍 사장 역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부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는 전자ㆍITㆍ반도체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의 장점을 벤치마킹하고, 동부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가전 분야와 LED, 반도체 부품 등 그룹의 핵심 사업분야를 삼성 출신이 맡게 됐다”며 “최근 대우일렉을 인수한 후 동부대우전자로 출범시키면서 삼성 출신을 포함한 외부 출신을 요직에 앉히는 등 외부 인재 영입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 김준기 회장의 ‘삼성사랑(?)’
1990년대 초반, 동부대우의 전신인 당시 대우전자는 삼성전자ㆍLG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가전업계 ‘BIG3’로 꼽혔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탱크주의를 주창하며 TV 광고에 직접 출연한 배순훈 당시 사장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고, 대우그룹의 세계 경영 네트워크를 타고 수많은 제품이 세계 곳곳으로 팔려나갔다. 실제로 전성기 대우전자의 국내 가전 시장점유율은 30%를 웃돌았고, 야심작인 공기방울 세탁기도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2월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새 주인이 된 동부그룹은 ‘탱크주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인수 자금 마련이 어려움에 빠지자 사재 250억 원을 쏟아부었고, 인수 후에는 대우일렉트로닉스 대표이사에 자신의 이름을 함께 올려놓았을 정도였다.

동부그룹은 삼성ㆍ현대차ㆍLGㆍSK 등 재계 1세대 기업들보다 30~40년 정도 출발이 늦은 후발 주자다. 김 회장에게는 여기서 생기는 불리함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늘 따라다녔다. 동부가 ‘리틀 삼성’으로 불릴 만큼 선두 기업 벤치마킹과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회장은 지금도 “남의 것을 잘 모방해 더 낫게 만들면 그것이 더 위대한 것”이라며 “윗사람들부터 솔선수범해 벤치마킹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김 회장의 삼성 출신 선호는 유별난 점이 있다. 동부는 2001년 김 회장이 ‘글로벌 기업’과 ‘시스템 경영’을 내걸면서 삼성 출신 임원을 공격적으로 영입하기 시작했다. 2006년 말 그룹 계열사 임원 240명 중 삼성 출신이 절반에 가까운 100명을 차지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상당수가 그룹을 떠났지만 여전히 삼성 출신 임원 비중이 높은 편이다. 현재 동부화재ㆍ동부제철ㆍ동부건설ㆍ동부하이텍 등 그룹 주력 계열사 임원 131명 가운데 삼성 출신이 24명으로 18.3%를 차지한다.

동부그룹의 ‘삼성 벤치마킹’은 이뿐만이 아니다. 두 그룹은 사업 구조에서도 유사한 점이 적지 않다. 제조업과 금융을 양대 축으로 삼고 있고 반도체 분야에 진출해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 대우TV 부활이 첫 번째 관문
동부대우가 통과해야 할 첫 번째 시험대는 TV 시장이다. 이 회사는 ‘대우일렉트로닉스’ 간판을 달고 있던 지난 2009년, TV 사업을 대우 출신 직원들이 설립한 대우디스플레이에 매각한 상태다. 하지만 가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려면 자체 브랜드의 TV 출시가 필수다. TV는 최고의 기술력을 겨루는 무대일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 미치는 브랜드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동부대우는 디자인과 제품 개발은 본사에서 맡고 생산을 아웃소싱하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연내에 TV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 회사는 프리미엄 시장에 치중하는 삼성전자나 LG전자와 달리 중저가 시장을 겨냥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 때문에 국내시장보다는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보급형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최근 TV 시장의 상황이 그렇게 만만하지만은 않다. 지난해 세계 TV 시장은 사상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선진국 시장이 포화 상태에 도달한 반면 신흥 시장의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것은 정보기술(IT) 분야 수요가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백대균 월드 인더스트리알 매니지먼트 컨설팅 대표는 “가전도 이제는 IT가 결합돼야 한다. 전통적인 가전 개념으로는 설 자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백 대표는 가전 시장이 이미 글로벌 경쟁 단계에 들어섰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특정 지역만 잡아도 생존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주요 업체들이 글로벌 생산 기지를 다 갖추고 경쟁하기 때문에 ‘글로벌 스타’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프리미엄 시장과 중저가 시장을 구분하는 것도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도 백색가전에만 머물러서는 생존이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2015년부터 청소 로봇, LED 조명, 소형 가전을 선보이고 2017년까지 가정 의료기기, 스마트 가전으로 제품군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얼마나 빨리 시장 변화를 따라잡느냐, 또 여기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확보하느냐, 또 ‘삼성 DNA’의 영입이 앞으로 ‘동부대우’에 얼마나 큰 시너지를 일으킬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