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듬이 손
정 진 선
누군가 심은
담장 위
호박 넝쿨이 있다
위태로움 속에서도
새로이 잘 뻗어 가더니
제법 자라나
꽃도 피웠다
밤새
바람이 세차게 불더니
이파리들
사방으로 꺽였는데
덩굴은
아
그대로였다
더듬이 손으로
담장을
서로를
꽈악 부여 잡고
숨차게 견디어 내었다
넝쿨호박도
지킬 줄 안다
진화는 생존을 위한 것이다. 또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다. 소멸을 위해 진화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그 많은 생명들은 살기 남기 위해서 주변 환경에 적응했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은 축복이며 잘 살아야 하는 것이 의무라 생각한다. 넝쿨도 소중한 걸 지키려고 또 생존하기 위해 더듬이 손을 준비했다.
결국 인류는 많은 역경에 적응하고 더 진화해서 계속 번성하겠지만, 오만하지 말라는 많은 경고를 겸허히 받아 들여야 한다. 이제 물질의 관점이 아닌 정신의 관점에서 우리 앞 현실을 다시 바라봐야 하는 게 아닐까.
언어나 글도 남기위해 진화되어 진다.
| 시인 정진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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