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B증권 “투자 손실 보상 받으려면 ‘비밀’ 지켜라”

문혜원 / 기사승인 : 2021-03-09 16:23:00
  • -
  • +
  • 인쇄
‘에이블 신탁 부실판매 의혹’ 피해 투자자들에 ‘비밀 유지 동의’ 요구 논란
법조계·금융업계, 겉으로는 ‘상호합의’이지만 과연 의도가 적절한지 의문
피해자 “솔직히 동의에 서명한다고 차후 제대로 정산해줄지도 의심스럽다”
KB증권에서 판매한 ‘에이블 DLS신탁무역금융’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 의혹이 불거지는 가운데 투자 피해자들에게 ‘사적화해’라는 명분 아래 만든 ‘부제소합의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 = KB증권 본사)

[토요경제 = 문혜원 기자] 최근 플랫폼무역금융펀드가 '제2의 라임 사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와 유사한 운용성격을 가진 KB증권의 ‘KB 에이블 DLS 신탁 TA인슈런스 무역금융펀드’도 불완전판매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KB증권이 투자 피해자들에게 ‘사적화해’라는 명분 아래 만든 ‘부제소합의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KB증권이 투자자와 합의를 보기 위해 조직적으로 입막음 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제소합의서’란 합의의 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를 의미한다. 부제소 합의가 유효한 경우 이에 위배돼 제기된 소는 부적법한 것으로 각하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라임무역금융펀드’사태가 커지면서 옵타머스자산운용, 해외 및 외부에 판매처를 둔 무역금융 펀드들의 피해도 잇따라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이 때문에 환매중단이 되었거나,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대표적으로 라임자산운용이 만들어 판매한 ‘크레딧인슈어드 무역금융펀드’(CI펀드), 싱가포르 트랜스아시아(TA)의 ‘KB able DLS 신탁 TA인슈어드 무역금융’, 플랫폼파트너스의 ‘더플랫 아시아무역금융’ 등이 꼽힌다.


이 중 KB증권의 ‘KB able DLS 신탁 TA인슈어드 무역금융’은 펀드가 아닌 신탁상품이지만, 금융업계에서는 형식상 구조와 투자처만 다를 뿐 외부에 있는 자산운용사와 오팔(OPAL)이라는 기초자산펀드에 투입돼 계약채권을 한다는 면에서 동일한 운용방식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최근 KB증권은 이 같은 신탁상품이 피해자의 고발로 인해 외부로 알려지자, 급히 ‘부제소합의서’를 만들어 피해자들에 ‘고객 불편 손실보장’이라는 명분을 제공해 민원·소송 취하 및 ‘비밀유지’를 지켜주면 유동성 지원 50%를 가지급금 해주겠다는 내용의 동의서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가 제공한 KB증권에서 요구한 동의서 (이미지 출처 = 피해자A씨)

<토요경제>가 피해자로부터 확보한 부제소 합의에 대한 ‘동의서’ 문건에 따르면 KB증권은 투자자에게 민원 및 형사상 소송(고발, 진정 등 포함) 등을 제기하지 않고, 취하한다면 가지급금 50%를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실려져 있다.


또한 동의서에는 ‘비밀유지’라는 명목을 달고 투자자에게 “이번 동의서 포함 상품에 대한 사항들을 비밀을 유지해 이를 언론 등에 누설하지 않아야 한다”는 자세한 문구까지도 포함돼 있었다.


KB증권이 피해자에게 제공한 ‘유동성 지원 안내문’(이미지출처 = 피해자 A씨)

이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에게 안내한 ‘유동성 지원 관련 안내문’ 문건도 확보한 내용에 따르면 투자자들에 ‘동의서를 합의해야만 가지급금 50%를 지급할 수 있다’라는 문구도 명시돼 있다. ‘동의서에 합의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지급할 수 없다’라는 내용도 함께 있다.


이 상품에 투자를 했던 A씨는 “지난해 상반기 처음 피해사실을 알렸고 이후 사측과 협의 진행 중에 지난 2월 동의서를 받게 되었다”며 “동의서를 보자마자, 이 조건에 ‘순응하지 않으면 배상도 없다’는 강요가 깃든 암묵적인 동의를 요구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는 “유동성 지원 안내문에 보면 나와 있듯이 피해액은 1000억정도로 보고 있는데, 솔직히 동의에 서명을 한다고 해도 차후 제대로 정산해줄지도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현재 A씨와 같은 피해를 주장하며 KB증권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6명 정도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나서는 이들이 6명인 것이지 막상 피해사실을 알리는 것이 두려워 숨어 있는 투자자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투자자들의 주장에 대해 KB증권은 “최대한 피해보상을 위해 자산회복 노력 중에 있다”는 입장이라며 “금융투자법 상 손실보장을 위해서는 상호간의 사적합의로 최소화한 도움을 주는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KB증권은 “펀드와 신탁은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기초자산은 같아 환매 연기된 상황이고, 현재 자산회수하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 다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그전에 먼저 투자자들의 자산이 묶여 있는 것을 풀어주기 위한 유동성 지원 안내를 준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어 “선제적인 지원은 물론 향후 유동성 지원 외에도 자산회복 노력에 기울일 것”이라고 KB증권 측은 덧붙였다.


이와 관련 법조계 및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KB증권의 이 같은 ‘부제합의서’를 두고 겉으로는 ‘상호합의’이지만 과연 의도가 적절한 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라임펀드 등 사고가 터진 금융사들이 겉으로는 피해구제하겠다는 말과는 달리 ‘무늬만 피해합의’를 앞세운 강요식의 동의서를 요구한 곳들이 이전부터 있었다”며 “KB증권은 조직적으로 사측에게 유리한 조건을 앞세운 동의서를 준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부제소합의’는 수익증권 담보채권의 성격을 띈 일종의 피해자 권리제한이 담긴 합의서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법무법인 민본 신장식 변호사는 “KB증권의 주장과 달리 상품이름만 다를 뿐 동일한 투자구조이기 때문에 피해산정할 시 이를 명확하게 피해자들에게 설명해줄 권리가 있다”며 “공모펀드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쪼개판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