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김시우 기자] 삼양식품의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의 능력과 윤리성에 대해 반기를 들고 집단행동을 개시했다. 회삿돈 횡령으로 유죄를 받은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이 오는 26일 주주총회에서 삼양식품 등기이사로 오를 조짐이 보이면서다.
지난 11일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민사부는 삼양식품의 소액주주 A씨가 제기한 주주명부 열람 등사 가처분 신청을 허용했다.
삼양식품은 A씨가 요청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청구를 거절했으나 법원이 “A씨의 청구가 이유있다”며 가처분을 승인한 것이다.
주주명부 열람 등사란 회사 측에 주주명부의 열람과 등사를 요청하는 행위다. 주주는 이를 통해 회사 지분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통상 경영권 분쟁이나 주주 집단행동을 앞두고 자주 행사된다.
앞서 지난해 1월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과 아내인 김정수 총괄사장은 계열사로부터 납품받은 자재 일부를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납품받은 것처럼 해 회삿돈 49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나 대법원으로부터 각각 징역 3년형과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김 총괄사장은 2년간 범죄행위와 관련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한 특경법 14조에 따라 작년 3월 삼양식품에서 퇴직했지만 추미애 전 장관 당시 법무부로부터 취업승인을 받으면서 퇴직 7개월 만인 그해 10월 경영 일선으로 돌아왔다.
이후 삼양식품은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이번 주총에서 김정수 사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의제로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 및 이사회 산하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신설 등을 추가했다.
이에 A씨는 “회삿돈을 횡령해 유죄 판결을 받은 경영인이 곧바로 사업에 복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김정수 총괄사장이 복귀하더라도 경영진의 범죄행위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객관적 감독기구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유죄 판결을 받은 지 고작 1년이 지난 김 총괄사장이 일선에 복귀해 ESG 경영을 강화한다고 선언한 것도 주주에 대한 우롱”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삼양식품 측은 "주주명부 열람 승인 전부터 준법경영 실천을 위해 준법지원인 제도를 도입하고 컴플라이언스 조직을 신설했다"며 "이번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재발 방지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이번에 확보한 주주명부를 토대로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모으고 회계장부열람 등사 청구 및 대표소송 제기 등을 통해 회사 경영 정상화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들의 법류대리인인 법무법인 창천의 정영훈 변호사는 “소수의 지분을 가진 창업주 일가가 오너라는 미명하에 회사를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던 시대는 끝났다”면서 “이제는 주주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영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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