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김경탁 기자] 4·7 재보궐 선거가 끝나자마자 ‘오세훈 효과’니 ‘박형준 파장’이니 하는 류의 부동산 값 폭등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선거 결과를 ‘부동산 폭등으로 인한 민심이반’이라고 해석한 분석들이 다 엉터리였다는 뜻일까?
‘부동산 폭등으로 인한 민심이반’이 이번 선거에 미친 영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과 조금만 대화를 나눠 봐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에너지의 흐름이 존재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다만 그 에너지가 상당히 왜곡된 방향으로 표출됐다는 해석이 더 적절해 보이긴 한다. 부동산이 너무 올라서 여당을 혼내주고자 표심을 행사한 사람들이 정말 있다면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좀 궁금하긴 하다.
이번 재보선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아주 ‘화끈한 패배’를 당하면서 원인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백가쟁명처럼 쏟아지고 있다.
분석들 중에는 객관적 데이터를 토대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게 하는 것들도 꽤 있지만 너무 좁은 시야에 의거한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내용들도 적지 않았다.
모두들 평소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문제를 끌어와선 ‘그게 이번 선거 결과의 핵심 원인이었다’는 식으로 논지를 펼치는 것을 바라보다가, 그렇다면 나도 그냥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해도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거가 끝나고 며칠이 지났지만, 20~30대 남자들이 압도적으로 국민의힘 후보들을 지지하고 민주당 후보들을 배척한 것으로 나타난 출구조사 결과를 자꾸만 들여다보게 된다.
그들은 왜 그런 표심을 보였을까? 이제 그 세대와의 나이 차이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어서 그런지, 그들이 어떤 생각을 왜 하고 있는지 정확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이전 선거들의 출구조사 결과들과 비교해보면, 민심이반은 20~30대 남성들 뿐 아니라 같은 세대 여성들에게서도 심각하게 벌어진 현상이라는 점을 외면하면 안된다는 것만큼은 지적하고 싶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청년’으로서 삶의 팍팍함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고민하고 안타깝게 생각해온 지점들이 있다. 사회에 나오면서부터 학자금 대출에 더해 달달이 주거비용으로 월세를 지출하면서 살아야하는 그들이 빈곤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2015년 다른 매체에 근무할 때 ‘인구절벽’ 관련 시리즈 기사를 기획하고 일부 집필한 적이 있는데, 당시 기획을 진행하면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출산율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혼인율 감소’라는 점을 알게 됐다.
또, 당시 언론들이 유행어처럼 집중 조명하던 이슈 중에 ‘n포 세대’라는 것도 있었다. 청년들이 팍팍한 세상에서 생존하려다보니 출산, 결혼, 연애, 인간관계 등등 포기하게 되는 것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담론이었다.
이상한 점은, ‘인구절벽’과 ‘n포 세대’ 담론이 2017년 문재인정부 집권을 기점으로 언론의 관심 영역에서 급격히 소멸해갔다는 점이다.(언론진흥재단의 주요언론 보도 트렌드 검색 결과 캡쳐 이미지 참조)
문재인 정부가 나름 관련 대책을 이것저것 만들어 내놓고 열심히 추진하고 있긴 하지만 저출산 문제는 해결의 기미를 보이거나 사라지기는커녕 더 심화돼왔다. 내리막길을 걷던 출산율은 더 폭락해 지난해 합계출산율 0.84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한 메이저 언론의 표현을 빌자면, ‘전시상황에서나 나올만한 기록’이 매해 반복해서 나오고 있는데, 그 와중에 관련 정책의 추진 동력을 더해줘야 할 ‘사회담론’은 오히려 사라져간 이런 현상은 우리 언론의 무책임함을 보여준다.
언론들이 스스로 정권을 만들고 넘어뜨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면서 정작 우리 사회에 필요한 담론을 만들고 이어가는데는 딱히 관심이 없어보인다는 말이다.
그러나 사회를 둘러싼 언론환경이 어땠든, 정치인은 국민들이 원하는 정책을 만들고 집행해야하면서 동시에 국민들을 위해 필요한 정책 아젠다를 선도할 책임이 있다. 집권여당에게 ‘무한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많이 와도 다 내 책임인 것 같았다. 아홉시 뉴스를 보고 있으면 어느 것 하나 대통령 책임 아닌 것이 없었다. 대통령은 그런 자리였다”고 자신의 임기를 회고한 바 있다.
임기 내내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는 비아냥에 시달렸지만 오히려 스스로 그 표현에 동감한 것이다. ‘집권자’로서의 무한책임과 무게감을 집약한 말이다.
그렇다. 정당이 집권을 했으면 나랏일 전체에 책임을 져야한다. 부글대는 밑바닥의 에너지들을 끌어안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계속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이번 재보선 결과에 당혹하고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면서도 다방면으로 이해해보고 변화하려는 노력들을 벌이고 있는 것이리라.
한편으로,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스파이더맨의 좌우명을 다른 측면에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기도 한다.
이번에 서울·부산 시민들은 큰 힘을 갖고 있음을 투표권으로 보여줬다. 그 투표 결과로 탄생한 지방정부가 집행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개개인이 누구를 찍었는지와 상관없이 공평하게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그게 민주주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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