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장은 달라진 게 없어요

김자혜 / 기사승인 : 2021-04-14 17: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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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김자혜 기자] 인신공양(人身供養), 살아있는 사람을 의식용 제물로 바치는 것을 말한다.


4차 산업혁명, 사물인터넷, 일론머스크의 화성 이주까지 거론되는 2021년 한국에서 1400~1500년대 멕시코 아즈텍 제국에서나 볼법한 인신공양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바로 건설현장 인사 사고다.


서울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산업현장 사망 근로자는 4714명인데 이중 절반 가량 되는 2355명은 건설 현장에서 나왔다.


환산하면 하루 1.3명은 건설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셈이다.


지난 13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경남건설기계지부는 경남도청 앞에서 공동투쟁을 결의했다.


이들은 달라지지 않는 건설현장 환경변화를 위해 경남도청 뿐 아니라 전국에서 공동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건설노조 조합원들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됐어도 건설현장에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건설노조는 조합원 9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했고 응답자 85%는 안전 사항이 달라진 것이 없다고 답했다.


또 안전을 담당하는 직원이 늘었냐는 질문에도 응답자 64%는 ‘그대로’라고 답했다 한다.


건설노조는 현장 사망사고가 줄지 않는 이유로 불법다단계 하도급, 공기 단축 압박, 최저가 낙찰제, 신호수(신호하는 일을 맡아보는 사람) 미배치 등을 손꼽았다.


서울기술연구원은 작업숙련도, 안전장비 미비 등을 산업재해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여기에 낮은 임금, 열악한 복지 등으로 신규 인력은 유입되지 않고 근로자의 고령화까지 지속되고 있다.


건설현장은 임시·일용직 비중이 55.3%나 된다. 임시직으로 언제든 손을 놓을 수 있는 근로자가 2명 중 1명인데 안전하게 책임감을 갖고 일을 수행하길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다.


서울시는 이러한 건설일용근로자들의 근무환경을 바꾸려는 시도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중순부터 표준근로계약서를 쓰기 시작했고 근로자들에게 주휴수당도 지급했다.


6개월여 주휴수당 제도를 운영한 결과 근로자들의 월평균 근로일수는 1인당 16.1% 길어졌다. 길게 일해야 수당을 받을 수 있어서다.


또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를 지원도 검토 중이다. 임금 상승 효과와 신규 인력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시도는 건설현장 일용직의 장기근로와 긍정적 환경 개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다만 물질적 보상을 높여 단순 유입만을 유도해서는 안 된다.


업계 전반에서 기업의 책임 의식을 높이고 안전사고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동반되어야 한다.


근로자가 늘어나더라도 여전히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 금세 유입된 인력은 다시 빠져나갈 것이 분명해서다.


서울시의회 홍성룡 도시안전건설위원회 위원은 지난 12일 열린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건설현장은 외국인 노동자가 늘고 있어 국내 숙련인력 부족·고령화 등으로 인해 건설 산업 붕괴가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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