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총수’는 김범석 의장?…“낡은 규제” vs “외국인 특혜 없어야”

김시우 / 기사승인 : 2021-04-28 14:25:19
  • -
  • +
  • 인쇄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자료=쿠팡)

[토요경제=김시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발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 국적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쿠팡 ‘총수’로 지정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기업집단 지정제도가 “현재 시장과 맞지 않다”는 의견과 “외국인 특혜”라는 의견으로 엇갈리고 있다.


공정위는 오는 29일 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및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각 그룹의 총수 지정을 발표한다.


대기업집단 지정제는 상위 대기업그룹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자는 취지로 1986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매년 4월 말 전년도 기준으로 자산총액 5조원을 넘는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이를 지배하는 자를 총수로 지정한다.


올해에는 현대자동차·효성 등 여러 대기업의 총수(동일인)가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쿠팡의 경우 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겨 새롭게 대기업 집단이 되면서 총수를 누구로 지정하느냐를 두고 공정위가 고민에 빠졌다.


공정위 사무처는 당초 쿠팡을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하되 ‘총수 없는 기업집단’으로 둘 방침이었다. 김범석 의장이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외국인은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 기업 아람코의 지배를 받는 S-Oil이나 미국 GM의 자회사인 한국GM이 총수 없는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이유다. 외국인의 경우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아 지정하더라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지난 25일 정부에 따르면 위원 7명이 참석한 쿠팡 동일인 지정 관련 비공개 전원회의에서는 김 의장을 지정하자는 쪽이 약간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찬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29일 총수 지정 결과 발표를 앞두고 조성욱 위원장의 결단만 남은 상황이다.


“대기업 집단 지정제도는 ‘낡은 규제’”


재계에서는 이를 계기로 대기업 집단 지정제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제도 도입 근거인 경제력 집중 억제의 필요성이 사라졌고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신산업 발굴을 저해하며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27일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과거 우리 경제가 폐쇄경제일 때 만들어진 제도로, 개방경제로 변모한 오늘날의 현실과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제정 당시인 1980년대는 경제 개방도가 낮아 일부 기업의 국내 시장 독점이 가능했지만 현재와 같은 개방경제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기업집단 지정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의 시장개방도는 1980년대 65.6%에서 2010년대 91.5%로 상승했고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가 현재 57개국에 달한다.


대기업 집단 지정제는 상위 30대(10대) 기업집단이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77년 34.1%(21.2%)에서 1982년 40.7%(30.2%)로 늘어난 것이 제도 도입의 근거였다.


그러나 30대 그룹의 매출이 우리나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37.4%에서 2019년 30.4%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10대 그룹의 매출 비중도 같은 기간 28.8%에서 24.6%로 떨어졌다.


자산 10조원 이상 그룹의 수출을 제외한 매출집중도는 2019년 24.3%로, 수출을 포함한 수치에 비해 6.1%p 낮다.


전경련은 대기업집단 중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최대 14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최대 188개의 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규제가 신산업 발굴과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쿠팡이 최근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도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만 글로벌 경쟁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와 유사한 대기업집단 규제가 있었으나 경제활성화를 위해 독점금지법을 개정해 대기업집단 규제를 사실상 폐지했다.


“총수 없는 대기업 집단 지정은 외국인 특혜”


반면 일각에서는 쿠팡을 총수 없는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외국인 특혜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해진 네이버 GIO(Global Investment Officer, 글로벌투자책임자)가 함께 거론된다.


지난 2017년 네이버의 동일인은 ‘네이버 주식회사’가 아닌 이해진 GIO로 정했다. 이 GIO가 대주주 중 유일하게 이사회 내 사내이사로 재직해 실질적인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이 GIO의 네이버에 대한 지분율은 적지만 경영 참여 목적이 없는 투자자를 제외하면 개인 최대 주주에 해당한다는 것도 반영했다.


네이버는 당시 총수 없는 대기업 지정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창업주인 이해진 네이버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당시 김상조 공정위원장을 직접 찾기도 했다. 당시 이 GIO의 지분은 현재 김 의장(10.2%) 보다 낮은 3.7%였다.


이에 대해 업계는 네이버 지분 4%대를 보유한 이 GIO는 동일인으로 지정된 것은 역차별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