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김자혜 기자] “보증금 먹튀(먹고 도망간) 한 세 모녀 기사 봤어? 그거 내 얘기야”
통화를 하면서 잊고 있던 A 선배의 전셋집이 생각났다.
그는 햇수로 3년 전 드디어 마음에 드는 전셋집을 찾았다면서 이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선배는 건축주가 직접 분양한 관악구 소재 빌라에 전세로 계약을 하면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전세 보증보험)도 적용했다.
전세 보증보험은 집주인이 전세보증금 반환을 거부할 경우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보증금을 대신 지급하는 제도다.
2018년 2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집주인의 동의 없이도 세입자가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둔 터였다.
제도개선 이전까지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상품 가입을 하려면 집주인의 확인 절차가 필수였다. 이를 완화한 것이다.
선배는 운 좋게 전세 보증보험도 들었고 신축 빌라에 들어가면서 성공적인 이사를 마친 것 같았다.
다만 계약 후 확정일자를 받았더니 집주인이 건축주에서 다른 사람으로 돌연 바뀌었다고 했다는 것까지 기억이 난다.
그리고 3년여 만에 '보증금 먹튀 세 모녀' 기사가 선배의 이야기가 되어 돌아왔다.
세 모녀는 서울 강서구·관악구·은평구 등 지역에서 갭투자로 주택 수백채를 매입·임대하다가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50대 모친과 자녀 2명 등 3명이 보유한 주택이 2017년 12채에서 2019년 524채까지 급격하게 늘었다는 점이다.
주택은 지난해 417채로 100여 채 줄었고 올해 5월 6일 기준 397채로 더 적어졌다.
그리고 세 모녀의 보유주택 397채 중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된 주택은 125채에 그쳤다.
HUG는 지난해 세 모녀가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된 18건을 반환해 주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HUG가 세 모녀 대신 세입자에 지급한 전세보증금은 38억 원에 달한다.
선배는 전세 계약을 한번 갱신했다.
갱신 당시 은행에서는 집주인 쪽의 이유로 보험갱신을 못할 수도 있다고 이야길 들었다 했다.
다행히 앞서 전세 계약이 한차례 이뤄졌고 보증금의 변화 없이 계약갱신을 이유로 보증보험을 갱신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선배 역시 보증보험에 가입이 되어있지만 전세보증금을 고스란히 돌려받을려면 수습해야할 일들이 남아있다.
한편 이 사건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을 당초에 안했거나 전세계약갱신 과정에서 보험 갱신이 안된 사람들이다.
세 모녀가 전세보증금 갚기를 포기하거나 구속될 경우, HUG과 같은 연계 된 보증이 없어 이들의 전세보증금을 돌려 받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피해자들은 세모녀를 대상으로 민·형사 단체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선배와의 대화 중 이런 이야기가 오갔다.
"HUG나 은행이 세 모녀 주택 재정상 문제를 발견했을 때 세입자들에게 경고나 안내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면 이런 일을 미리 막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세입자 보호장치를 만든다 해도,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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