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임대사업자까지 흔드는 부동산정책

김자혜 / 기사승인 : 2021-05-26 16: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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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김자혜 기자] 기원전 200년 초한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 초한지에 위표라는 흥미로운 인물이 나온다.


위표는 처음 초나라(서초)의 지원을 얻어 위왕(위나라의 왕)에 올랐다. 그는 서초의 패왕 항우 편에서 진나라를 함락하는 데 공을 세운다.


항우는 위표에게 서위 지역을 다스리게 하면서 공을 치했지만 위표가 원한 것은 더 큰 자리였다.


이에 앙심을 품은 위표는 적군인 한나라에 귀순한다. 그런데 귀순 한 달 만에 한나라 유방의 군대가 항우 군에 크게 패했다.


위표는 참지 않았다. 다시 항우의 초나라로 돌아선다. 제 편이 더 필요했던 유방은 위표에 돌아와 달라 설득까지 했지만 위표는 거절했다.


그러다 유방의 장군 한신이 위표가 다스리는 서위 지역을 공격했고 이게 통했다.


전투에서 패한 위표는 한신에 사로잡혀 유방에 보내졌고 결국 유방은 위나라왕인 위표를 폐위시키고 국토까지 한나라에 흡수했다.


2200여 년 후 한국에서도 이와 같은 '번복의 역사'가 쓰일 조짐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임대사업자의 세금혜택을 축소를 거론해서다.


정부는 2017년 임대주택을 등록하면 세제와 건보료 혜택을 주기로 했다. 그러다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세제 감면 혜택을 줄였고 지난해 등록임대주택 제도를 사실상 폐지했다.


여기에 다주택 임대사업자에 혜택이라 볼 수 있는 '종합부동산세 합산배제'까지 여당이 손을 보려고 하면서 임대사업자들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


혜택을 축소하는 배경은 임대사업자들이 집 값 상승을 부추겼다고 판단해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SNS를 통해 "임대사업자는 주택시장 교란과 집값 폭등의 주역"이라고 지적했다.


임대사업자들이 단순히 자신들의 이익이 축소된다고 해서 반발하는 것은 아니다. 혜택이 줄어드는 반면 의무사항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임대등록사업자는 최소 10년 임대의무기간을 준수해야한다. 또 계약 신고 의무, 임대료 5% 증액 제한, 보증금 보증 의무 등을 지켜야 세제 혜택을 받는다.


정부는 혜택을 축소하면 임대사업자들이 물량을 내놓고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으리라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임대사업자들이 더는 임대주택 사업을 하지 않으려 할 때다. 서울시 부동산 자문위원을 겸하는 한 전문가는 임대사업자의 혜택 축소가 결국 매매가와 전세가를 동반 상승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임대사업자들이 일반 주택 매매를 내놓으면 전세 공급량이 줄어들고, 전세 수요자들이 차라리 '집을 사자' 결정하면 매매가도 급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세금 혜택 축소에도 임대사업자가 집을 팔지 않는다면 이는 집없는 사람의 고충으로 까지 이어질수 있다. 부담을 축소하려는 임대 사업자들이 전세와 월세를 올리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매매가, 전세가, 월세까지 모든 부동산 관련 시세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효과까지 나올수 있다.


불안정 요인이 자금을 부동화시킨 사례는 이미 여러 경제 현상에서 나타났다. 그럼에도 또다른 불안정 요인을 꺼내보겠다는 계획은 과연 시장 안정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변덕의 아이콘 위표의 이야기로 돌아와 마무리 짓자면, 위표는 한 전투에서 성을 지키다 전사했다.


한 때 본인을 설득했던 유방의 명령으로 지는 것이 불 보듯 뻔한 성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됐다. 지나친 변덕의 말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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