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김시우 기자] CJ ENM과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를 운영하는 통신 3사의 공급대가(사용료) 갈등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CJ ENM은 정당한 콘텐츠 대가를 받겠다며 사용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IPTV 사업자들은 인상률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CJ ENM은 IPTV 사업자들에 대해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재차 촉구했다.
강호성 CJ ENM 대표이사는 31일 ‘CJ ENM 비전 스트림’ 기자간담회를 열고 “SO(종합유선방송)의 경우 가장 많은 수입의 절반 이상을 콘텐츠 공급자들에게 내놓고 있지만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IPTV사들은 좀 인색한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강 대표는 “통신료 등 여러 가지를 올리면 ‘도미노 현상’이 생기지 않겠느냐 우려하시는데 결국은 조정의 문제다. 어느 사업을 죽이고 어느 사업은 살리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살기 위한 것이라 시장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또 ‘선공급 후계약’ 구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2021년 콘텐츠를 우리가 제작해서 플랫폼사에 공급하면 그해에 방영돼 그해에 금액이 결정된다”며 “이렇게 되면 콘텐츠 제작자들은 얼마나 투자해야 할지 감없이 리스크를 다 떠안고 제작하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는 K콘텐츠인데 수익이 어느 정도 날지 예상을 못 한다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콘텐츠 수준은 글로벌 수준으로 인정받는데 이를 지속 가능하게 유지해야 할 사업구조와 시장구조는 아직 국내 수준에 머무른다”며 “콘텐츠 시장의 유통과 분배 구조가 좀 더 선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IPTV 업계 “비상식적 수준의 대가 인상 중단해야” vs. CJ ENM “제값 받는 것”
최근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를 운영하는 통신 3사와 CJ ENM은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충돌했다.
IPTV 3사로 구성된 한국IPTV방송협회는 20일 “최근 대형 콘텐츠 사업자가 전년 대비 25% 이상이라는 비상식적 수준으로 공급 대가 인상을 요구했다”며 “동의하지 않으면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업체에 따르면 IPTV에 대해서는 25% 인상, IPTV가 운영하는 OTT는 최소 수백%에서 많게는 1000%를 넘게 올려달라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이날 성명서에서 이같이 밝힌 뒤 “대형 콘텐츠 사업자는 시청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선택권을 침해하는 비상식적 수준의 대가 인상 시도를 중단하고 합리적이고 타당한 수준의 협의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협회는 OTT에 대한 콘텐츠 제공과 관련 “해당 업체가 자사 OTT에는 콘텐츠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한다”며 “유료방송은 실시간 채널로만 방영하고 VOD는 자사 OTT에서만 볼 수 있도록 서비스 권리를 제한한다”고 차별 논란을 제기했다.
해당 대형 콘텐츠 사업자는 특정되지 않았으나 업계는 지난해부터 방송 플랫폼과 갈등을 겪고 있는 CJ ENM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에 CJ ENM은 입장문을 내고 “시청 점유율 상승에 따른 채널 영향력과 제작비 상승 및 콘텐츠 투자 규모에 걸맞은 요구안으로 협상 중”이라며 “IPTV 3사가 콘텐츠의 가치를 지나치게 저평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CJ ENM은 방송통신위원회 자료를 인용해 2019년 IPTV 업계가 고객에게 받은 기본채널 수신료 매출과 홈쇼핑 송출수수료 매출 중 16.7%만을 실시간채널 공급 대가로 전체 방송채널 사업자(PP)에게 분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음원, 웹툰, 극장 등 업계가 고객의 콘텐츠 이용료 중 50~70%가량을 콘텐츠 업체에 배분하는 것과 비교해 유료방송 플랫폼이 챙겨가는 몫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OTT에 대한 콘텐츠 차별 제공 논란에 대해선 “IPTV가 운영중인 OTT는 단순한 모바일 IPTV가 아니라 명확히 OTT 서비스”라며 “IPTV 외 해당 OTT를 이용하려면 월 사용요금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또 “IPTV 업체뿐만 아니라 타 OTT에도 동일한 잣대로 협상 중으로, 차별적 협상 조건은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 중재에도 갈등 지속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이들의 갈등에 중재하고 나섰지만 적정선을 찾지 못하고 첨예하게 부딪히면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경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지난 27일 유료방송 관계사들인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 한국IPTV방송협회장, 한국TV홈쇼핑협회장, 한국티커머스협회장, KT스카이라이프, SK브로드밴드, LG헬로비전, CJ ENM 등과 함께 간담회를 개최하고 유료방송업계 현안을 논의했다.
조 차관은 이 자리에서 “유료방송 업계는 단기적 이해관계 관철을 위한 갈등의 재생산 보다는 전체 미디어 산업의 중장기적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콘텐츠 제공자인 CJ ENM와 IPTV 업계 간의 콘텐츠 사용료 인상 관련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데 따른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편 CJ ENM은 지난해 7월 케이블업체 딜라이브 프로그램 사용료 20% 인상안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인 바 있다.
당시 양사는 수개월 동안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이에 과기정통부 분쟁중재위원회가 개입해 CJ ENM의 인상률을 채택, 인상된 사용료를 지급하라고 중재안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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