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인수 파기 소송 결과 주목···HDC현산 전철 밟을 것이라는 우려도
[토요경제=신유림 기자] ㈜성정이 이스타항공의 새로운 주인으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이 회사를 향한 업계의 의심 어린 시선이 쏠리고 있다. 취약한 재무구조와 전무한 항공사 운영 노하우, 특히 양사가 시너지를 낼 만한 업무 연관성도 찾아볼 수 없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과거 제주항공과 HDC현대산업개발이 각각 이스타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보였던 ‘인수 거부’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1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우선매수권자인 성정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결정했다. 곧 이스타항공에 대한 정밀실사를 벌인 후 다음 달 초 인수계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입찰은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는 인수의향자, 즉 우선 매수권자를 미리 확보한 상태에서 공개입찰을 진행하는 것으로 이후 공개입찰에서 다른 업체가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더라도 우선 매수권자가 경쟁사와 같은 금액을 다시 제시하면 최종 매수권자로 결정된다.
스토킹 호스는 사냥꾼이 사냥감에 다가가기 위해 몸을 숨긴 채 위장한 말이라는 의미로 ‘들러리’라는 뜻도 있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성정을 우선 매수권자로 선정했다. 성정이 제시한 금액은 1000억원으로 알려졌는데 이후 공개입찰에서 쌍방울이 단독입찰해 1100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성정이 다시 1100억원을 제시하기로 한 것이다.
◆ 유력 인수 후보 하림이 발 뺀 이유는
애초 이스타항공은 하림에 돌아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데다가 물류업 진출과 중국시장 공략에 이스타항공이 상당히 매력적인 카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의 가치가 최소 1500억원이 넘는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자 하림이 인수 포기로 방향을 틀었다. 인수 후에도 회사 정상화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추가로 최대 3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은 속된 말로 단돈 1억원도 아까운 회사 아닌가”라며 “이런 와중에 자기들끼리 우선 매수권자를 정해놓고 바람잡이로 쌍방울까지 끌어들여 ‘1000억원’ ‘1500억원’ 하며 분위기를 몰아가니 하림 측이 눈치채고 발 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림을 끌어들이려는 작전세력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며 “입찰 관계사들의 최근 주가 흐름을 보면 이 예상이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공개입찰 직전까지 하림이 불참한다는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며 “그들은 아마도 무척 당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성정은 어떤 곳?
충남 부여에 본사를 둔 성정은 골프장관리, 부동산개발 등을 영위하는 업체로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가족회사다.
관계사로는 백제컨트리클럽과 대국건설산업 등이 있다. 이 두 회사의 대표는 형남순 회장이며 성정은 형 회장의 아들인 형동훈 대표가 맡고 있다.
문제는 성정의 인수자금과 운영자금 조달 능력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성정의 지난해 매출은 59억원, 영업이익은 5억원에 불과하다. 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2억8500만원뿐이며 유형자산도 258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유동자산은 45억8000만원으로 유동부채 161억원의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언제든 유동성 위기가 닥쳐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부채비율 역시 우려스럽다. 자본 79억원에 비해 부채는 236억원으로 부채비율이 300%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회사가 과연 부채만 2000억원이 넘는 회사를 인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이 끝내 정상화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고 밝혔다.
성정 측이 주장하는 시너지 효과도 의문이다.
성정은 이스타항공 인수로 골프 및 레저, 숙박 등 개발사업에서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밝혔으나 정작 성정은 이스타항공의 주요 노선인 중국이나 제주도엔 사업장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는 성정이 시너지를 위해 별도의 대규모 자금을 들여 새로 사업장을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성정 측이 계약 단계에서 결국 손들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규모를 알 수 없는 우발채무 외에도 이스타항공, 제주항공 간 소송 결과에 따라 200억원 대의 추가 상환액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다.
현재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 계약금 235억 반환소송을 진행 중이다. 계약 파기 책임이 이스타항공 측에 있다는 주장이다.
만일 성정 측이 이를 빌미로 인수를 포기한다면 제주항공, HDC현산의 전철을 밟는 셈이 된다.
HDC현산은 2019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하고 금호산업 측과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지난해 9월 끝내 계약이 해지됐다. 양측은 협상결렬 책임이 상대방에 있다며 이달 초 법정 다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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