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위, 파업‧일감 몰아주기 의혹 ‘침묵’…‘실형 확정’ 이재용에 존재감↓?
[토요경제=김동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무노조 경영’ 원칙 폐기 선언 이후 삼성이 첫 파업 위기에 놓였다.
삼성디스플레이 노동조합은 임금협상 결렬에 따라 지난 21일 노조 간부를 중심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파업은 일단 노조 간부 일부만 참여하는 ‘부분 파업’ 형태이나, 협의 결과에 따라 ‘총파업’으로 까지 번질 수 있어 사측의 후속 대응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의 준법 경영을 감시하겠다며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가 최근 삼성의 내부 노사 문제?‘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 굵직한 이슈에도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단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 창사 이래 첫 파업…총파업 번질까 ‘촉각’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간부 6명은 전날 오전 11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충남 아산2캠퍼스 내 OLEX동 식당 앞에서 사측의 교섭 태도를 규탄하며 시위를 벌였다. 노조는 이곳에 농성 천막을 치고 24시간 숙식을 하면서 선제 파업에 나선다.
노조는 이날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도 함께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파업에 들어간 간부 6명을 포함해 40명이 모였다. 쟁의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전상민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수석부위원장이 맡았다.
전 위원장은 “노조는 임금인상률 2.3%포인트 격차 때문에 이렇게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며 “회사의 운영이 투명하지 못하고 정당하지 못했기 때문에 물러서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금협상이 최종 결렬된 지금까지 회사의 관련 자료 제공은 절망적인 수준”이라며 “사측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당한 교섭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이번 선두 파업을 시작으로 점차 쟁의 강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다.
노조는 “사측에서 성실히 대화에 임하지 않으면 투쟁 강도를 높여 나가겠다”며 “회사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없이는 총파업 실행까지 머지 않았음을 알린다”고 했다.
노조가 총파업 가능성을 열어 놓으며, 삼성의 후속 대응에도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초부터 회사와 임금협상을 벌여온 삼성디스플레이 노조는 기본인상률 6.8%, 위험수당 현실화, 해외 출장자에 대한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해왔다. 반면 사측은 기존 노사협의회와 합의한 기준인상률 4.5% 이상으로 임금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지난달 25일 열린 노조위원장과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의 면담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이달 초 최종 협상이 결렬되면서 노조는 결국 직접적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 노사 문제?일감 몰아주기 의혹에도 ‘나 몰라라’?
최근 노사 문제를 비롯해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 삼성 계열사들의 각종 문제를 놓고 준법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준법위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았던 서울고법 재판부가 삼성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등을 주문한 것을 계기로 출범한 조직이다. 지난해 이 부회장에게 대국민 사과를 권고하며 ‘무노조 경영’ 철폐 선언을 이끌어내기도 했지만, 올초 실형 확정 이후로 존재감이 약해졌단 평가다.
앞서 준법위는 지난 15일 정기회의에서 삼성전자 등 7개 협약사의 노조 현황과 노사 교섭 상황을 점검했다. 하지만 창사 후 첫 파업 사태를 앞둔 삼성디스플레이 상황은 논의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준법위와 협약을 체결한 협약사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지분 84.78%를 보유한 자회사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종속된 기업이지만, 준법위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직접적으로 협약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준법위 관계자는 “준법위는 협약에 따라 활동하는데, 협약사가 아닌 법인에 관해 논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고 권고 대상도 아니”라며 “준법 의무 위반 신고·제보도 협약사가 아닐 경우 사건이 종결된다”고 설명했다.
준법위 회의에서는 구내식당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또 다른 관계사인 삼성웰스토리에 관한 논의도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준법위는 담당자로부터 삼성웰스토리 수의계약 관련 경과를 보고 받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진행 상황에 따라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공정위는 지난 2018년부터 삼성그룹이 급식업체인 삼성웰스토리를 부당지원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2013년 삼성에버랜드의 급식·식자재 유통사업 부문을 분할해 설립된 회사로, 이 부회장 등 총수일가 지분이 높은 삼성물산의 완전 자회사다.
삼성웰스토리 부당지원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4개사가 사내급식 물량 100%를 삼성웰스토리에 몰아주고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했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삼성웰스토리 수의계약 금액은 4400억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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