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1392년 조선이 건국된 이래 600년 넘게 수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은 그렇게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였다. 서울을 이해한다는 건 결국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에 다가선다는 뜻일 게다. 이 연재는 '찐 서울 토박이'자 '대한민국 연예1호' 기자로 불리는 정홍택 선배의 구술을 기초 삼아 김병윤 대기자가 꼼꼼히 현장을 누비며 쓴 글이다. 김 병윤 대기자가 전하는 생동감 넘치는 서울 이야기를 '토요경제 17주년 특별기획'으로 본지에서 매주 3회 독자에게 전하려 한다. [편집자 주] |
수많은 돌 봉우리들 '도봉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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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산의 돌봉우리 사진 : 김병윤 대기자 |
웅장하지는 않다. 조화롭다. 한 폭의 산수화 같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휴양을 즐겼다고 한다. 선비들이 빠질 만하다. 사연도 많다. 도봉산 석굴암이 있다. 신라시대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일제강점기에 김구 선생이 숨어 있었다. 일본군 중위를 죽이고 피신했다. 도봉서원도 있다. 조광조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조광조는 조선시대의 개혁파이다. 도봉계곡은 독립과 개혁의 혼이 서려있다.
도봉산에는 많은 사찰이 있다. 60여 개에 이른다. 각 종파의 사찰들이 자리 잡고 있다. 왜 이리 몰려 있을까. 이유는 모르겠다. 추측을 해본다. 산세가 좋아서 아닐까.
물 없는 산 '수락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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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 사진 : 김병윤 대기자 |
수락산은 물이 떨어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서울의 상계동과 경기도 남양주시 의정부시와 경계를 이룬다. 서쪽에는 도봉산. 남쪽에는 불암산과 마주한다. 예전에는 도봉산과 붙어 있었다. 의정부로 다니는 길을 만들기 위해 단절됐다.
수락산은 물이 귀하다. 등산갈 때 꼭 물을 갖고 가야 한다. 수락산은 암벽이 많다. 산세는 험하지 않다. 도심의 산악인이 많이 찾는다. 주말이면 형형색색의 등산복이 수를 놓는다. 꼭대기에 영험한 바위가 있다. 아들바위다. 이 바위를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속설이 있다. 아들을 원하는 사람들이 어지간히 만져댔다. 이제는 아들바위의 인기가 떨어질 듯하다. 아들보다 딸이 귀한 시대가 왔다. 아들바위의 시련도 막을 내릴 것 같다.
수락산에는 밤나무가 많다. 입구에서부터 밤나무가 반겨준다. 밤꽃은 6월초부터 핀다. 수락산의 6월은 비릿한 밤꽃 냄새가 진동한다. 정액 냄새가 난다. 옛날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밤꽃이 피는 6월에는 아녀자들이 외출을 삼가 했다. 독수공방 긴긴 밤에 다른 생각을 할까 두려웠나보다. 밤꽃에는 남성의 정액성분이 들어 있다. 스퍼미딘 성분이다. 사람들은 밤꽃 냄새에 코를 막는다. 역겹다고. 결코 그럴 일이 아니다. 밤나무는 충매화이다. 곤충을 이용해 수정을 한다. 꿀벌이 큰 역할을 한다. 밤꽃 냄새는 벌을 불러들이기 위한 유혹의 향기이다. 밤꽃 냄새에는 처절한 생존의 몸부림이 숨어 있다. 되짚어 생각해 보자. 밤꽃의 생존력에 고개가 숙여질 것이다. 자연의 오묘한 법칙을 느끼고 싶은가. 떠나라. 6월의 수락산으로.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의 애환 '불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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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산 사진 : 김병윤 대기자 |
불암산은 국가대표팀의 훈련장소로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산 밑에는 태릉선수촌이 있다. 태릉선수촌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요람이다. 대표선수에게는 통과의례가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불암산을 올라야한다. 매주 토요일 오후다. 외박이라는 달콤한 휴가를 얻으려면 꼭 거쳐야 한다. 정해진 시간 안에 통과해야 한다. 최대한 빨리 올라가야 한다. 지옥의 코스다. 정상에 오르고 나면 모두가 드러눕는다. 모든 체력이 바닥난다. 탈진상태에 빠진다. 정신도 혼미해진다. 대표선수들은 불암산 산악훈련을 제일 두려워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대한민국이 체육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명성황후의 흔적도 남아있다. 임오군란 때 여주로 피신하며 하루를 묵었다 갔다. 650년 된 은행나무에 치성을 드리면서.
조선의 마지막 임금 순종의 장례행렬도 묵묵히 지켜봤다. 한 나라의 멸망하는 모습이 어땠을까. 불암산은 알면서도 입을 닫는다.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로 답해 준다. 역사는 그렇게 흘러가는 거라고. <계속>
토요경제 / 김병윤 대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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