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의 이름을 알린 ‘배틀그라운드’, 첫 글로벌 성공 사례
실패와 불확실성 속에서 AI·조직개편·투자로 새로운 전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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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래프톤 <사진=크래프톤 공식 홈페이지> |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2007년, 온라인게임 시장이 대형 MMORPG 중심으로 굳어가던 시기. 김강석 대표는 ‘기술로 게임을 혁신하겠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블루홀을 창업했다. 엔씨소프트 출신 개발자들이 뭉쳐 만든 이 회사는 초대형 프로젝트 ‘테라’를 통해 기술력 중심의 게임 개발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테라는 논타겟팅 전투 시스템, 압도적인 그래픽, 물리 기반 타격 감각 등은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지만, 기대만큼의 상업적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그러나 블루홀은 이 첫 시도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내부에 다양한 실험 스튜디오를 두고 신작 개발을 이어가던 중, 2017년 전 세계 게임판을 뒤흔든 한 작품이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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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게임 테라 <사진=크래프톤> |
◆ ‘배틀그라운드’ 하나로 글로벌 게임사를 꿈꾸다
지난 2017년 3월, 블루홀 산하의 펍지(PUBG) 스튜디오는 얼리액세스 방식으로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PUBG)’를 출시했다.
단일 맵에 낙하한 100명의 플레이어가 마지막 1인이 되기 위해 싸우는 이 배틀로얄 게임은 출시 직후 트위치와 유튜브를 통해 글로벌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5000만장을 돌파하며 PC 게임 역사상 손꼽히는 대성공을 거뒀다.
이 성공을 기점으로 블루홀은 2018년 ‘크래프톤’으로 사명을 바꾸고, 펍지·라이징윙즈·블루홀·딜루전 등 스튜디오 체제를 정립하며 다중 개발 전략을 세웠다.
PUBG의 모바일 버전은 텐센트와 협력해 아시아를 중심으로 흥행에 성공했고, 글로벌 이용자 수는 단숨에 10억명을 돌파했다. 크래프톤은 수조원대 매출을 거두는 국내 대표 게임사로 부상하며 2021년 기업공개(IPO)에도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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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틀그라운드 <사진=크래프톤> |
◆ 확장인가, 집착인가…두 번째 세계는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정점 이후의 크래프톤은 두 번째 세계를 여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회사는 배틀그라운드 IP를 단순 게임이 아닌 세계관으로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했다. 그 대표 사례로는 프리퀄 호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꼽을 수 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외부 스튜디오 스트라이킹 디스턴스에 개발을 맡기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시 직후 평단과 유저 모두에게 혹평을 받았다.
또 다른 신작 ‘문브레이커’ 역시 이례적으로 빠른 얼리액세스 종료로 흥행 실패를 인정해야 했다.
크래프톤은 이 시기 ‘배틀그라운드’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고자 스토리텔링, 메타버스, 영상 콘텐츠 등 다양한 미디어 전략을 시도했지만, 내부 수익화와 연결되지 못한 채 분산된 투자로 흐지부지된 경우가 많았다.
신작 성과가 부재한 가운데, 상장 직후 50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1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배틀그라운드의 캐시카우 구조가 여전히 건재했음에도, ‘그 다음’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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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래프톤이 ‘CES 2025’에서 AI를 활용한 신개념 캐릭터 ‘CPC’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크래프톤> |
◆ AI와 함께 다시 만드는 ‘크래프톤 유니버스’
위기 인식은 새로운 전환의 계기가 됐다. 2022년부터 크래프톤은 AI 기술을 게임 개발의 핵심 기반으로 삼기 시작했다. 단순히 음성 인식이나 대화형 NPC를 넘어서, 게임 내 인공지능 캐릭터와 유저가 협력하는 형태의 AI 플레이어 ‘CPC(Co-Playable Character)’를 선보였다.
2025년 CES에서 이 기술이 공개되자 업계는 “게임사의 기술이 다시 선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AI 도입은 콘텐츠 설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연어 처리, TTS, 캐릭터 에이전트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스크립트 위주의 세계관 설계 방식에서 벗어나, ‘반응하는 이야기’를 구현하겠다는 것이 크래프톤의 전략이다. 엔비디아, 오픈AI 등 글로벌 기술 기업과의 파트너십도 이 기조를 뒷받침한다.
경영 전략도 바뀌었다. 크래프톤은 기존의 스튜디오 분산 체계에서 ‘본사 주도형 통합관리체계’로 조직을 재편하며 사업 중심으로 효율을 높이고 있다. 동시에 외부 투자도 강화됐다. 최근 5년간 1조3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국내외 스타트업과 게임사, AI 기업 등에 투자했고, 2025년엔 넵튠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인도 시장에서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로 서비스 재개에 성공했고, 중동·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구축 중이다. 또 자체 개발보다 퍼블리싱과 전략적 제휴 확대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콘텐츠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크래프톤이 다음으로 가려는 길은 ‘제2의 배틀그라운드’를 다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술·AI·서사를 통합한 미래형 게임 플랫폼을 스스로 설계하는 일이다. 위기의 시간을 지나 다시 기술로 돌아온 이 회사가 보여줄 다음 실험은, 단순한 장르 확장이 아니라 ‘게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정의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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