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의 진짜 흑자는 미국 창고에서 시작된다

황세림 기자 / 기사승인 : 2026-07-04 08:2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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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간 흑자·1분기 1조 GMV는 상장 명분…동서부 냉동 거점 깔고 K푸드 수출 플랫폼으로 확장
▲ [컬리]

 

컬리의 기업가치를 다시 볼 변수는 IPO 재추진 자체가 아니라 미국 물류망이다. 지난해 창사 이후 첫 연간 흑자와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거래액은 상장 명분을 만들었다. 다만 시장이 앞으로 확인할 대목은 흑자 전환 여부가 아니다. 국내 새벽배송 기업이던 컬리(대표 김슬아)가 미국 현지 물류망을 기반으로 K푸드 유통 사업을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4일 토요경제 기업재무분석실 자료에 따르면 컬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3671억원, 영업이익 131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후 첫 연간 영업이익 흑자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 7457억원, 영업이익 242억원, 거래액(GMV) 1조891억원을 냈다. 분기 거래액이 1조원을 넘은 것도 처음이다.

실적 개선은 상장 재추진의 기본 조건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2021년 프리IPO 당시 컬리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2500억원을 유치하며 약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당시 시장은 새벽배송 시장 선점, 빠른 거래액 증가, 높은 재구매율에 프리미엄을 줬다. 지금은 다르다. 금리 상승 이후 IPO 시장은 외형 성장보다 현금 창출력과 반복 가능한 이익 구조를 더 따진다.

컬리도 이 변화를 이미 한 차례 겪었다. 미국 IT매체 TechCrunch는 2023년 1월 4일 컬리의 IPO 철회를 전하며 “컬리가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IPO를 철회했다(Online grocery startup Kurly scraps IPO amid market uncertainty)”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컬리는 당시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시장 심리가 여전히 약하다는 점을 고려해 코스피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We have decided to postpone listing on the Korea Exchange (KOSPI), considering market sentiment remained weak amid the global market uncertainties)”고 밝혔다.

당시 철회 사유가 시장 환경이었다면, 재도전의 논리는 사업 구조에서 나와야 한다. 이 지점에서 미국 물류망이 등장한다. 컬리는 지난달 15일부터 미국 동부 펜실베이니아주 챔버스버그와 서부 캘리포니아주 털록에 냉동 물류 거점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직접 물류센터를 짓는 방식은 아니다. 현지 3자물류(3PL) 업체의 냉동창고를 활용하는 구조다.

운영 방식도 바뀌었다. 냉동식품은 한국에서 대량으로 미국에 보낸 뒤 현지 창고에 보관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미국 안에서 출고한다. 미국 내 배송은 페덱스가 맡는다. 상온 식품과 생활용품은 기존처럼 국내 물류센터에서 DHL 특송으로 보낸다. 냉동은 현지 재고 기반, 상온은 역직구 방식으로 이원화한 셈이다.

이 변화는 과장할 사안은 아니다. 미국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다. 다만 기존 역직구 모델의 한계를 보완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주문 건마다 한국에서 냉동식품을 보내면 항공 배송비 부담이 크다. 현지에 재고를 두면 단위 물류비를 낮출 여지가 생긴다. 배송 안정성도 높아진다. 컬리가 미국 사업을 손익에 기여하는 구조로 만들려면 결국 물류비를 줄여야 한다. 미국 창고는 그 실험의 출발점이다.

미국 시장의 수요 환경은 우호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5년 K푸드 플러스 수출액이 136억2000만달러로 전년보다 5.1%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은 18억350만달러로 전년보다 13.2% 늘며 2년 연속 한국 농식품 최대 수출 시장이 됐다. 라면, 소스, 아이스크림 수출 증가가 미국 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K푸드가 미국 주류 유통망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컬리에 기회 요인이다. Business Insider는 지난달 30일 삼양식품 불닭 브랜드의 미국 확장 사례를 다룬 BI Studios 스폰서 콘텐츠에서 “온라인 참여는 소비자 관심의 초기 지표가 될 수 있다(online engagement can serve as an early indicator of consumer interest)”고 분석했다. 해당 콘텐츠는 삼양아메리카 후원 콘텐츠이기 때문에 독립 보도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온라인 인지도와 미국 오프라인 유통망 입점이 연결되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는 참고할 수 있다.

컬리의 접근은 단일 브랜드 수출과 다르다. 삼양식품이 불닭이라는 특정 브랜드를 미국 유통망에 확장하는 구조라면, 컬리는 여러 국내 식품 브랜드를 모아 미국 소비자와 바이어에게 연결하는 방식에 가깝다. 자체 상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검증된 식품 브랜드를 선별해 미국 유통망에 올리는 역할을 노린다.

컬리는 지난달 28~30일까지 미국 뉴욕 재비츠센터에서 열린 ‘2026 서머 팬시 푸드 쇼’에도 참가했다. 주최 측인 미국 전문식품협회는 이 행사를 “전문식품 산업의 대표 상품 발굴 행사(Specialty food’s premier product discovery event)”라고 설명한다. 컬리는 이 자리에서 우동카덴, 목란, 윤서울 등 국내 식품 브랜드를 소개했다. 단순 홍보보다 현지 바이어 접점 확보에 무게가 실린 행보다.

이 과정에서 컬리의 역할은 판매자에 그치지 않는다. 국내 중소 식품기업이 미국 시장에 들어가려면 원재료 기준, 식품 규정, 통관, 보관, 배송, 유통업체 협의라는 절차를 넘어야 한다. 컬리가 이 과정을 대신 정리하고 현지 유통 접점을 만들 수 있다면, 단순 새벽배송 기업보다 K푸드 유통 인프라 사업자에 가까운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대표 사례로 거론되는 상품은 목란 짜장면이다. 컬리는 미국 식품 규정에 맞춰 일부 원재료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제조사와 현지 판매용 제품을 준비했다. 이 사례는 컬리가 단순히 국내 상품을 미국으로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기준에 맞춘 상품화 과정에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네이버와의 협업도 국내 사업 측면에서 보완재다. 컬리는 지난 5월 6일 네이버를 대상으로 33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당시 발행가 기준 기업가치는 약 2조8000억원으로 평가됐다. 네이버는 이용자 기반과 커머스 트래픽을 갖고 있고, 컬리는 신선식품 물류와 상품 큐레이션을 갖고 있다.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 안의 컬리N마트 거래액이 늘어난 것도 이 협업의 초기 성과로 볼 수 있다.

다만 네이버 협업도 밸류에이션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트래픽 확대가 거래액 증가로 이어져도 수익성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 컬리의 1분기 실적은 이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투자자들은 일회성 비용 절감 효과인지 구조적 이익 개선인지를 따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 사업도 마찬가지다. 컬리USA의 시범 운영 매출은 30만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재구매율은 높게 나왔지만 절대 매출 규모는 작다. 현지 냉동 물류망도 이제 막 가동 단계에 들어갔다. 앞으로 확인할 지표는 명확하다. 재고 회전율, 폐기율, 물류비 절감 폭, 오프라인 유통업체 공급 계약 규모, B2B 매출 비중이다. 이 숫자가 따라오지 않으면 미국 물류망은 비용 증가 요인으로 해석될 수 있다.

경쟁 환경도 만만치 않다. 아마존은 지난해 12월 신선식품 당일배송 지역을 미국 2300개 이상 도시와 마을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월마트도 식료품 배송과 픽업망을 이미 넓혀 놓았다. 미국 온라인 식료품 시장에서 컬리가 대형 플랫폼과 정면 경쟁하기는 어렵다. 결국 컬리의 승부처는 범용 장보기가 아니라 K푸드 특화 상품, 냉동 HMR, 국내 브랜드 큐레이션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컬리의 IPO 재도전은 단순히 “흑자 전환 기업의 상장”으로 볼 사안이 아니다. 지난해 첫 연간 흑자와 올해 1분기 1조원대 거래액은 출발선이다. 시장이 앞으로 평가할 것은 흑자의 반복 가능성과 성장의 질이다. 국내 새벽배송만으로는 과거와 같은 성장 프리미엄을 받기 어렵다.

컬리의 미국 냉동 물류망은 그 답을 확인할 첫 시험대다. 미국 창고가 재고를 쌓고, 현지 유통망이 주문을 만들고, 국내 식품 브랜드가 컬리를 통해 해외 매출을 내기 시작해야 기업가치의 논리도 바뀐다. 컬리의 몸값은 이제 흑자 전환 여부가 아니라 미국 물류망이 실제 숫자를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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