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부문 상반기 적자 전환…M&A·합병에도 수익성 의문
코람코 기저효과까지 겹치며 비패션 성장전략 시험대
LF가 사업다각화의 시험대에 섰다. 패션 본업과 부동산 자회사 효과로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정작 미래 성장축으로 키워온 비패션 사업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외형은 줄고, 이익은 늘어난 2025년 실적은 LF의 체질 개선이라기보다 성장 정체 속 비용 관리와 일부 자회사 효과가 만든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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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신사동 소재 LF 본사 사옥 전경 [사진=LF] |
LF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조8812억원, 영업이익 169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3.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34.3% 증가했다. 겉으로 보면 수익성 개선이다. 그러나 매출이 줄었다는 점은 가볍게 볼 수 없다. 회사도 국내 소비 경기 둔화와 부동산 부문 기저효과를 매출 감소 원인으로 설명했다.
문제는 LF가 그동안 내세워온 사업다각화 전략이 아직 그룹의 성장성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LF는 패션기업 이미지를 넘어 식품, 부동산·금융, 뷰티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하지만 실적을 뜯어보면 여전히 패션 본업과 코람코자산신탁 등 일부 자회사 의존도가 크다. 비패션 사업이 새로운 성장축이라기보다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식품사업이다. LF 식품부문은 2025년 상반기 영업손실 4억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됐다. 2023년 상반기 33억원, 2024년 상반기 1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빠르게 약해진 셈이다. 식품사업은 LF가 패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공들여온 분야지만, 아직 실적 기여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LF는 식품사업 확대를 멈추지 않고 있다. LF푸드는 2025년 소스·시즈닝 전문 B2B 기업 엠지푸드솔루션을 약 500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유럽산 고급 식자재 수입·유통업체 구르메F&B코리아를 흡수합병하며 식품 계열 재편에도 나섰다. 사업 확장 자체는 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적자 전환과 수익성 둔화가 확인된 상황에서 추가 인수와 합병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식품사업의 딜레마는 분명하다. 몸집은 키우고 있지만 돈을 버는 구조는 아직 약하다. 간편식, 식자재 유통, 외식, 프리미엄 식품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경쟁은 치열하고 원가 부담도 크다. 패션기업이 식품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기까지는 브랜드력만으로 부족하다. 유통망, 제조 효율, 구매력, 재고 관리가 모두 따라와야 한다.
부동산·금융 부문도 마냥 안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LF는 2018년 코람코자산신탁을 인수하며 비패션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코람코는 LF 실적에서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25년 연결 매출 감소에는 코람코자산신탁의 2024년 리츠 매각 관련 높은 기저효과가 영향을 줬다. 이는 부동산·금융 부문 실적이 시장 환경과 자산 매각 이벤트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LF의 현재 실적은 양면적이다. 영업이익 증가는 긍정적이지만 매출 감소는 성장성 둔화를 보여준다. 패션 본업은 헤지스 등 주력 브랜드를 중심으로 버티고 있지만, LF가 강조해온 비패션 사업은 아직 실적을 안정적으로 떠받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오히려 식품부문 적자 전환은 사업다각화의 속도와 방향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신호다.
더 큰 문제는 LF의 정체성이다. LF는 패션 전문기업에서 생활문화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다각화가 성공하려면 단순히 사업 영역을 넓히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새 사업이 매출과 이익을 동시에 만들어내야 한다. 현재까지의 흐름만 보면 LF의 비패션 확장은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 검증이 더 시급한 단계다.
LF가 풀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패션 본업의 브랜드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식품사업의 적자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코람코자산신탁 등 부동산·금융 부문 역시 일회성 자산 매각 효과가 아니라 안정적인 반복 수익을 증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다각화는 성장 전략이 아니라 그룹 실적을 복잡하게 만드는 부담으로 비칠 수 있다.
LF의 2025년 실적은 ‘잘 버틴 실적’일 수는 있다. 그러나 ‘잘 성장한 실적’이라고 보기에는 의문이 남는다. 매출은 줄었고, 식품사업은 적자로 돌아섰으며, 부동산 부문은 기저효과의 영향을 받았다. 패션은 버티고 있지만, 비패션은 아직 답을 내지 못했다. LF의 사업다각화는 이제 구호가 아니라 숫자로 성과를 증명해야 할 시점에 들어섰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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