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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존 CI |
골프존의 다음 리스크는 매장이 아니라 법정에 있다. 대법원이 지난 2월26일 “골프코스와 설계도면도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내면서다. 파기환송심에서 ‘골프코스 저작권성’이 강하게 인정될 경우 골프존은 과거 손해배상뿐 아니라 향후 코스 사용료, 라이선스 계약, 추가 소송 부담까지 떠안을 수 있다. 307억원 손해배상 청구액보다 더 큰 뇌관인 ‘반복 비용’이 수면 위에 올라올 수 있다.
이번 소송은 골프존 사업모델의 핵심을 건드린다. 골프존은 실제 골프장을 스크린골프 시스템에 구현해 이용자에게 제공해왔다. 스크린골프 이용자는 유명 골프장을 가상으로 경험하는 데서 재미와 몰입감을 얻는다. 특히 실제 코스 전에 스크린을 통해 얻는 경험은 사용자에게 큰 이점이었다. 말하자면 코스 콘텐츠는 단순 배경이 아닌 골프존 플랫폼의 경쟁력이다.
분쟁은 오래됐다. 미국 골프코스 설계회사 골프플랜은 2015년 9월 골프존을 상대로 11개 골프코스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국내 설계회사인 오렌지엔지니어링과 송호골프디자인도 2018년 5월 골프존이 허락 없이 19개 골프코스를 스크린골프에 구현했다며 저작권 침해금지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국내 설계회사들이 청구한 금액은 약 149억원, 전체 청구액은 약 300억원대에 달했다.
1심 판단은 설계사 측에 유리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5민사부는 2021년 12월8일 국내 설계회사 관련 사건에서 골프코스가 기능적 저작물이더라도 전체 디자인에 설계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난다면 저작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골프존에 관련 코스 영상 삭제를 명령하고 국내 설계회사 두 곳에 약 28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미국 골프플랜 사건에서도 1심도 설계사 측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2민사부는 2022년 12월9일 골프존이 골프코스 설계도면에 관한 저작재산권 중 2차적저작물작성권 등을 침해했다며 약 4억2000만원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손해액 산정에서는 설계자 기여도를 제한적으로 봤다.
흐름은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서울고등법원 제5민사부는 2024년 2월1일 두 사건 모두에서 골프존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은 골프코스와 설계도면이 골프 경기 규칙, 지형, 안전성, 국제 기준 등 기능적 제약 아래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라고 봤다. 티잉 그라운드, 페어웨이, 러프, 벙커, 그린 등 구성 요소도 골프코스에서 공통적으로 쓰이는 요소라며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올해 2월26일 항소심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 민사1부는 오렌지엔지니어링 등이 골프존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같은 날 골프플랜이 골프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도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대법원 판단의 핵심은 단순하다. 골프코스가 기능적 요소를 갖고 있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창작성을 일률적으로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홀 배치, 해저드 위치, 조경, 코스 공략 방식, 구성 요소의 선택과 조합에 설계자의 독자적 표현이 담길 수 있다는 취지다.
골프존은 대법원 판결 직후 “각 골프코스별 창작성 여부에 대한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파기환송된 것”이라며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2026년 2월26일부터 소송 관련 28개 코스 사용을 중단했다. 아직 최종 패소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서비스 차질 가능성은 이미 현실화된 셈이다.
진짜 문제는 파기환송심 이후다. 파기환송심이 일부 코스에 한정해 저작권성을 인정하면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다. 1심 수준의 배상과 일부 코스 사용 제한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골프존의 재무 체력을 고려하면 수십억원대 일회성 비용은 감내 가능한 범위다.
하지만 파기환송심이 골프코스 저작권을 폭넓게 인정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다른 골프장이나 설계자들이 자사 코스 구현에 대한 사용료와 손해배상을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리스크는 한 건의 소송이 아니라 스크린골프 코스 콘텐츠 전체의 원가 문제로 번진다.
가장 현실적인 중간 시나리오는 인기 코스 중심의 라이선스 비용 발생이다. 골프존은 전 세계에서 연간 1억 라운드 이상 플레이되는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다. 단순 가정으로 코스 사용료가 라운드당 100원만 붙어도 연간 100억원이다. 300원이면 300억원이다. 이는 영업이익을 직접 깎는 반복 비용이 된다.
골프존의 수익성은 이미 약해지고 있다.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118억원, 영업이익은 1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9%, 47.4% 줄었다. 국내 신규 매장 증가세 둔화, 신제품 교체 수요 소진, GDR 사업 부진, 해외 영업·마케팅 비용 증가가 실적을 눌렀다. 이런 상황에서 저작권료가 반복 비용으로 붙으면 이익 방어는 처참히 붕괴될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광범위한 권리 청구다. 파기환송심에서 저작권성이 강하게 인정되고 다른 코스 권리자들이 줄줄이 문제를 제기하면 골프존은 코스별 라이선스 계약을 대거 체결해야 할 수 있다. 이 경우 회사는 세 가지 선택지에 놓인다. 본사가 비용을 떠안거나, 가맹점주에게 일부 전가하거나, 이용자 요금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어느 쪽도 쉽지 않다. 본사가 부담하면 이익률이 떨어진다. 가맹점에 넘기면 점주 반발이 생긴다. 이용자에게 넘기면 가격 경쟁력이 약해진다.
물론 모든 골프코스가 자동으로 저작권 보호를 받는 것은 아니다. 파기환송심은 개별 코스별 창작성, 골프존의 이용 방식, 손해배상 범위 등을 다시 따져야 한다. 골프존도 골프장 소유주와의 이용 협약, 코스 구현 방식, 기능적 요소와 창작적 표현의 구분을 중심으로 방어 논리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은 골프존에 가벼운 소송이 아니다. 배상금만 보면 회사 생사를 가를 정도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파기환송심 결과가 코스 콘텐츠 사용료 체계를 바꾸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골프존이 지금까지 강점으로 삼아온 ‘다양한 실제 코스 구현’이 앞으로는 비용을 치러야 하는 권리 자산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존 저작권 소송의 본질은 과거 배상금이 아니다. 미래 원가 구조다. 국내 스크린골프 성장세가 둔화되고 해외 확장 비용이 늘어나는 시점에 핵심 콘텐츠 사용권 문제가 터졌다. 파기환송심은 골프존이 앞으로도 지금의 수익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가르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토요경제 / 황세림 기자 hsr@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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