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카드의 올해 1분기 성과는 단순한 순이익 증가로만 볼 수 없다. 독자 결제망 확대, 동남아 해외법인 회복, 금융 소외계층을 겨냥한 공공협력 사업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황이 수수료 규제와 조달비용, 건전성 부담에 눌려 있는 상황에서 우리카드는 ‘결제회사’를 넘어 데이터와 포용금융, 글로벌 사업을 함께 굴리는 비은행 플랫폼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2일 토요경제 기업재무분석실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 449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332억 원보다 35.4% 증가한 규모다. 영업이익은 542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줄었지만, 영업외비용 감소와 대손 부담 완화가 순이익 개선을 이끌었다.
외형 흐름도 나쁘지 않다. 1분기 영업수익은 6186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영업수익 1조2158억 원의 절반 수준을 채웠다. 1분기 상품별 취급액은 26조3615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49조3130억 원의 53.5%에 달했다. 할부 취급액은 3조3479억 원, 구매카드 취급액은 6321억 원으로 전년 반기 대비 각각 64.7%, 67.4% 수준을 기록했다. 소비성 결제뿐 아니라 할부와 기업성 결제에서도 일정한 흐름이 유지된 셈이다.
우리카드의 차별점은 독자 결제망이다. 우리카드는 2023년 자체 결제망을 구축한 뒤 독자가맹점과 독자상품 확대를 병행해왔다. 올해 3월 말 정상 가맹점 수는 195만1000곳으로 지난해 6월 말 180만8000곳보다 14만3000곳 늘었다. 같은 기간 신용카드 회원도 746만6000명에서 769만2000명으로 증가했다.
이 숫자는 단순한 가맹점 증가가 아니다. 카드사는 가맹점망을 통해 소비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품 설계와 마케팅, 기업카드 영업을 고도화할 수 있다. 기존 결제망 의존도를 낮추면 비용 구조와 서비스 자율성도 개선될 수 있다. 우리카드가 독자상품 포트폴리오, 독자카드 전환, 기업카드 확대를 주요 과제로 제시한 이유다.
해외사업도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미얀마 법인 투투파이낸스미얀마는 올해 1분기 2억2000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2024년과 2025년 각각 52억8700만 원, 18억8700만 원의 순손실을 낸 뒤 거둔 반전이다. 인도네시아 법인 우리파이낸스인도네시아도 1분기 24억2300만 원의 순이익을 냈다.
특히 미얀마 법인의 흑자 전환은 의미가 크다. 군부 쿠데타와 지진 등 외부 악재가 겹치며 사업 환경이 악화됐지만, 우리카드는 철수보다 현지 사업 효율화와 우량차주 중심 영업을 택했다. 지점 수를 줄여 고정비를 낮추고, 소상공인 금융 수요가 있는 만달레이 지역과 농업인 중심 우량차주를 공략했다. 선제적인 부실채권 정리도 자산건전성 개선에 힘을 보탰다.
인도네시아는 해외사업의 주력 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카드는 현지 75개 지점을 통해 중고차 할부금융과 중장비 리스 사업을 벌이고 있다. 1분기 총자산은 3227억 원으로 미얀마 법인의 약 11배 규모다. 지난해에는 76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35% 늘었다. 최근 3년 연속 5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수익 거점으로 커지고 있다.
포용금융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나왔다. 우리카드는 지난달 24일 법무부와 ‘난민신청자 생계비 지원 카드화’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부터 난민신청자 생계비 지원 방식은 현금 지급에서 체크카드 포인트 적립 방식으로 바뀐다. 법무부가 지정한 지원 대상자의 체크카드에 생계비 상당 포인트를 지급하는 구조다.
이 사업은 카드사의 공공협력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급된 포인트는 식료품, 의류, 생필품 구매에 사용할 수 있고 유흥업종, 현금 인출, 해외 송금 등에는 쓸 수 없다. 수혜자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생계비 사용처를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 현금 지원의 한계를 카드 기반 복지 인프라로 보완하는 방식이다.
재무 안정성도 뒷받침된다. 3월 말 우리카드의 조정자기자본비율은 17.5%, 원화유동성비율은 299.3%로 감독 기준을 웃돌았다. 연체채권비율은 2.43%로 지난해 6월 말 2.60%보다 낮아졌다. 장기카드대출 잔액 증가와 수수료부문 이익 감소는 관리 과제로 남아 있지만, 자본과 유동성 측면에서는 완충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카드의 상반기 관전점은 분명하다. 독자 결제망이 수수료 회복과 비용 효율로 이어지는지, 동남아 법인 회복세가 연간 흑자 흐름으로 이어지는지, 공공협력형 포용금융이 새로운 사업 신뢰로 연결되는지가 핵심이다. 올해 1분기 실적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우리금융그룹 입장에서도 우리카드는 이미 이익을 내고 있는 비은행 축이다. 증권과 보험의 기여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카드 부문의 안정적 수익성은 그룹 포트폴리오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우리카드는 독자망으로 국내 결제 기반을 넓히고, 인도네시아와 미얀마에서 해외 수익원을 키우며, 법무부 협약을 통해 포용금융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 실적 개선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우리카드는 지금 그 방향을 넓히고 있다.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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