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송형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의장이 1일 전남 무안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
대한민국 첫 광역 행정통합 모델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1일 공식 출범했다. 1986년 광주가 직할시로 승격되며 전남과 분리된 지 40년 만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이날 0시를 기해 법적 지위를 갖췄다. 이에 따라 기존 전라남도와 광주광역시는 폐지되고, 전남 22개 시·군과 광주 5개 구는 하나의 광역행정 체계로 묶였다. 통합특별시장은 장관급 지위를 갖고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약칭은 ‘광주특별시’다.
출범 자체는 행정 뉴스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보면 의미가 더 크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인구 320만 명, 지역내총생산(GRDP) 159조 원 규모의 초광역 지자체다. 단순히 두 지방정부를 합친 것이 아니라, 수도권과 영남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산돼 있던 서남권 경제권을 하나의 산업 플랫폼으로 재편하는 시도다.
핵심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에너지다. 정부는 통합특별시에 4년간 최대 20조 원 규모의 재정 인센티브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광주와 서남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반도체 생산기지 조성 계획을 내놓았다. 통합특별시 출범이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을 넘어 ‘제2 반도체 생산벨트’ 구상과 맞물려 있는 이유다.
경제·산업 관점에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첫 번째 과제는 인프라다. 반도체 산업은 공장 부지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전력, 용수, 도로, 항만, 인력, 인허가 속도가 함께 맞아야 한다. 정부 지원금이 단기 행사성 예산이 아니라 전력망 확충, 산업용수 확보, 교통망 개선, 산단 조성에 집중돼야 하는 이유다.
두 번째 과제는 광주와 전남의 산업 기능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다. 광주는 AI, 자동차, 첨단부품, 연구개발 기반을 갖고 있다. 전남은 에너지, 항만, 농수산, 넓은 산업부지와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갖고 있다. 통합특별시가 성공하려면 광주는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 전남은 생산기지와 에너지·물류 기반을 맡는 식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통합은 행정구역을 합치는 일이 아니라 산업 기능을 재배치하는 일이다.
세 번째 과제는 공공기관 이전과 기업 유치다. 통합특별시는 지역 특성과 연계된 공공기관 우선 이전, 산업 활성화 특례, 도시개발 특례 등을 활용할 수 있다. AI, 에너지, 농수산, 문화 관련 공공기관을 유치하면 지역 산업 생태계 조성에 도움이 된다. 다만 기관 이전만으로 지역경제가 살아나지는 않는다. 공공기관, 대학, 기업, 연구소가 함께 움직이는 클러스터가 만들어져야 한다.
농수산업과 관광산업도 통합의 수혜를 볼 수 있다. 전남은 농수산 자원이 풍부하고, 광주는 소비·문화·교육 기능이 강하다. 통합 행정망이 제대로 작동하면 농수산물 유통, 식품가공, 해양관광, 남도문화 콘텐츠 산업을 하나의 브랜드로 묶을 수 있다. 반도체와 AI만이 아니라 전통 산업의 고도화도 통합특별시의 중요한 경제 과제다.
물론 위험도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정부 지원금의 실제 규모와 집행 방식이다. 최대 20조 원이라는 숫자가 기존 국비사업을 포함한 규모인지, 순증 예산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지역 체감도는 달라진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계획도 부지, 전력, 인력, 글로벌 반도체 경기 등에 따라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행정 통합에 따른 지역 간 균형 문제도 남아 있다. 광주 중심 개발로 흐르면 전남 동부권과 서남권의 반발이 생길 수 있고, 반대로 지역별 안배에 치우치면 대형 산업 프로젝트의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 통합특별시가 첫해부터 명확한 산업 우선순위와 재정 투입 기준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은 지방행정의 변화이자 산업정책의 실험이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겠다는 정치적 선언을 넘어, 실제 기업 투자와 일자리, 인구 유입으로 이어져야 성공이다. 결국 성패는 이름이 아니라 실행에 달려 있다. 반도체와 AI, 에너지, 농수산·문화산업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어낼 수 있다면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남부권 성장축이 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행정구역만 커진 또 하나의 지방정부에 그칠 수 있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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